어제는 우리 부부가 결혼 40년이 되는 날이었다.
주례선생들이 흔히 하는 말처럼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함께하며 여기까지 잘 왔다.
40년..
참 긴 세월인데 금방 지나간 것 같기도 하다.
어머니 아버지는 60년을 넘게 해로하셨는데 우리도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냥 무덤덤하고 개천절이어서 쉬는 날이었다.
아침에 서로 기억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아침밥은 되도록이면 늦게 그리고 점심밥도 가급적이면 늦게 먹어서 두 끼만 먹자고 했다.
속 마음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마누라도 선물이고 뭐고 심드렁한 것 같다.
그래도 나가서 밥 한 끼라도 먹자고 하니 몇 번을 귀찮다고 하더니 마지못해 따라나선다.
이제 비로소 진정한 가족이 된 것 같다. ㅎㅎ
프랑스의 삽화가인 "장자크 쌍페"의 그림책의 한 구절이 생각난다.
"어떻게 당신 같은 사람이 존재할 수 있는지?"
말은 똑같지만
처음 만났을 때는 황홀한 눈빛이었고 시간이 흐른 후에는 사나운 눈빛이었다.
딸이 결혼기념일 축하 전화를 했다.
이혼 안 하고 잘 살아줘서 그래서 자기를 불우한 가정에서 자라지 않게 해 줘서 고맙다고...
참 그 애비에 그 딸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시월 중순에 여행을 다녀오라며 티켓을 끊어줬다.
점심때쯤 외출을 해서 겨울옷 하나씩 나눠 사 입고 전어회와 서너 가지 해산물을 먹었다.
제철 전어가 참 맛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화원에 들려 꽃을 사주려 하니 금방 시들어 버려 아깝다며 화분을 사자고 한다.
이 또한 세월의 흔적이다.
어쨌든 내 옆을 잘 지켜줘서 회사 잘 다니고 잘 먹고 잘 살았으니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