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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을 다해

by 이종덕

엄마는 아침 일찍 일어나 위에 부담을 주지 않는 소화가 잘 되는 음식으로 따뜻한 아침밥을 차렸습니다.

보온병에 뜨거운 차를 끓여 채워 놓았습니다.

격려의 말이라도 말을 많이 하면 혹여나 부담이 될까 봐 잔잔한 미소로 딸을 바라볼 뿐입니다.


엘리베이터를 태우며 어느 때 보다도 환하고 밝은 미소로 손을 흔들며 배웅합니다.

아이의 배낭 그물망에는 예닐곱 개의 사탕과 초콜릿이 담겨 있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17층 할아버지가 “오늘 지나면 후련하겠다. 우리 집에 재미있는 책 많으니 언제든 가져가서 읽어라”하십니다.


주차장에는 아버지가 미리 내려와 수행기사처럼 미리 시동을 걸어 차 안을 따뜻하게 해 놓았습니다.

그리고 딸에게 시답지 않은 농담을 건넵니다.


수능을 치르는 아이를 위해 정성을 다하는 행복한 풍경입니다.

그리고 사랑입니다.

17층 할아버지는 접니다.

오래전 딸아이 수능 보러 가던 날 아침이 생각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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