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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치락 뒤치락 정도전과 하륜 이야기

이야기 한 스픈 4

by 이종덕



이성계, 이방원, 정도전… 이들의 조선 건국과정은 너무나도 드라마틱하여 영화와 드라마에서 많이 다뤘습니다.

하륜 또한 정도전과 함께 그 시대의 한 복판에 서있던 사람입니다.

정도전과 하륜, 역사학자들은 그들을 라이벌로 보지 않는 경향이 있지만 업치락 뒤치락하며 킹메이커의 역할을 한 두 사람의 정치여정이 흥미롭습니다.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중 하륜의 모습)


하륜은 진주의 한미한 가문 출신으로 19세에 과거에 급제합니다.

하륜이 과거에 급제할 때 좌주(과거시험 문제를 출제하는 사람)는 이인복이라는 사람으로 공민왕 사망 후에 우왕을 옹립하여 모든 권력을 손에 쥔 이인임의 동생입니다.

그 당시 좌주와 급제를 한 문생은 부자지간처럼 각별한 유대관계를 맺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게다가 하륜은 이인임과 이인복의 조카사위가 되면서 중앙정치계에 든든한 뒷배를 얻게 됩니다.

또한 성리학의 대가이며 성균관의 대사성인 이색의문하에서 유학을 공부하여 신진사대부와 교류를 하게 됩니다.

정도전은 하륜보다 다섯 살이 많으며 경상도 봉화의 향리집안 출신으로 이색의 문하에서 정몽주 등과 공부하였으며 과거급제(당시에는 성균시급제) 후 중앙정치 무대에 발을 딛게 됩니다.

나중에는 서로 다른 길을 가지만 정몽주와 매우 친밀한 사형사제지간이었으며 후배인 하륜도 잘 나가는 똑똑한 선배 정도전을 닮고 싶은 선배로서 존경했다고 합니다.


중국이 원나라에서 명나라로 교체되는 시기에 정도전은 이인임을 비롯한 부패한 권문세족을 비판하고 친명을 주장하다가 유배를 가게 되고 8년을 넘게 떠돌게 됩니다.


하륜은 그동안 차근차근 승진하며 중앙정치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으나 이인임의 실각과 권문세족이 몰락하며 하륜 또한 유배를 가게 됩니다.


위기 때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찾아가다


연대표 상으로는 차이가 나지만

정도전은 유배 중 권문세족의 타락과 백성들의 고충을 경험하며 개혁을 꿈꾸게 되고(개인적인 야망도 있었을 것입니다) 이성계를 찾아가 혁명과 이성계의 킹메이커가 되며 조선을 건국하게 되지요.


하륜 또한 비주류로 별 볼 일 없을 때 민제라는 사람을 찾아가 인연을 맺는데 하륜의 목표는 민제라기 보다는 민제의 사위인 이방원이었습니다.

요즘 드라마에 나오는 ‘원경‘이 민제의 딸입니다.

이렇게 하륜은 이방원의 책사가 되어 훗날 이방원의 킹메이커가 됩니다.


짧은 동거 그리고 대립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 후 이성계는 정권을 잡게 되고 정도전은 중앙정치에 복귀하며 힘을 얻게 되어 조선의 건국과 새로운 나라의 설계를 하게 되며 이성계는 인재발탁 차원에서 하륜을 컴백시킵니다.

특별히 척을 질 일이 없었으므로 두 사람은 잘 지냈지만 신진사대부가 온건파와 강경파로 나뉘며 서로 다른 입장에 서게 되고 특히 개경에서 한양으로 천도하는 과정에서 정도전은 경복궁일대를, 하륜은 지금의 연세대 일대를 도읍지로 주장하게 되는데 이때 정도전은 하륜의 주장에 대해 “술수를 쓰는 자”라고 폄훼하여 서로 등을 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센 놈이 오래가는 게 아니고 오래가는 놈이 센 놈이다


정도전은 왕권이 아닌 재상정치를 추구했습니다.

세종대왕 같은 성군이 나라를 잘 다스릴 수도 있지만 연산군 같은 폭군도 왕이 될 수 있으니 그의 재상정치의 꿈은 합리적이긴 하지만 조선후기의 안동김씨의 세도정치의 폐해를 보면 누가 권력을 같더라도 권력은 부패하기 쉽다는 생각입니다.

하여튼 정도전은 재상정치를 명분으로 이성계의 여덟 번째 아들인 이방석을 세자로 옹립하였으며 왕자들의 사병을 몰수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정도전의 무리수였습니다.


하륜은 이방원의 책사로서 1차 왕자의 난을 기획하고 이숙번의 군대를 동원케 했습니다.

1차 왕자의 난으로 정도전은 56세의 나이로 비참한 죽음을 맞이했고 그의 정치적 꿈도 사라졌습니다.


그 후 이방원은 조선 3대 왕인 태종이 되었고 하륜은 영의정을 세 번이나 거치며 천수를 누렸습니다.


역사학자가 아니라서 사실과 다른 면도 있겠으나 정도전과 하륜의 정치역정은 인간사 새옹지마라는 말을 되새기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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