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많이 약해졌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술을 꽤 마셔도 그다음날 내가 술을 먹은걸 눈치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나 자신도 그다지 숙취를 느끼지 못했었다.
얼마전에 새로 짖고 있는 연구원 사옥의 기공식을 마치고 중국 백주를 마셨는데 과음을 했다. 거기까진 좋았는데 친구들이 술을 마시고 있다는 전화가 와서 거길 또 합류를 한 게 화근이 되었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사실 두 시간도 못 잤지만... 얼굴도 빨갛고 술이 전혀 깨어있지 않았다. 속은 메슥거리고 머리는 아프고 전형적인 숙취현상이 몸을 괴롭혔다.
적당히 핑계를 대고 하루 쉴까? 고민과 갈등을 하다가 결국은 또 출근을 했다.
사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수십 번도 넘게 하루의 땡땡이를 고민했지만 한 번도 성공을 해보지는 못했다.
오전 내내 속이 뒤집어져 헛구역질만 해대고 늘 그랬듯이 정말 또다시 술을 먹으면 성을 갈겠다는 마음이 들 때쯤 배가 고프다는 신호가 왔다. 됐다. 이제 게임은 끝난 거다. 식욕이 생겼다는것은 숙취가 끝나고 원상복구가 되었다는 싸인인 것이다.
오늘도 여지 없이 점심메뉴 선택에 탁월한 원장님이 온반을 먹으러 가자 한다.
이양반 내상태를 눈치채고 있었던 게 틀림없다. 어쨌든 지금 내 상태에 딱 맞는 밥을 먹으러 가자는 그 배려에 참 고마운 마음이 든다. 날씨도 무지하게 더운데 온반을 먹자니...
밑반찬만 나왔지만 소주 한잔을 원샷 했다.
식도부터 위까지 소주가 지나가면서 물청소를 하나보다. 속이 쫙 풀리기 시작한다.
온반..
이 음식은 예전에 명절이 지나고 나면 남은 전과 야채 그리고 쇠고기를 섞어 끓여 먹던 이북식 음식이다.
커다란 만두하나 그리고 쇠고기 육전과 버섯을 비롯한 여러가지 야채가 골고루 들어있고 국물도 맑고 개운해서 해장과 시장함을 동시에 해결하기엔 그져 그만이다.
속옷이 젖을 정도로 땀을 흘리며 한 그릇을 싹 비웠고 소주도 두어 잔 더 마셨다.
以熱治熱... 더울 때는 더운 음식, 그래 술에는 술 옛날 어른들이 하시던 방법들이 모두 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