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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구 Jun 27. 2019

다윗은 평범한 사람이었다

이종구 박사의 다양성 칼럼

다윗은 고대 이스라엘의 2대왕으로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유대교를 확립한 역사적으로 실존했던 인물 중 한 사람이다. 그의 이야기는 구약 성경에 자세히 나와 있다. 그는 유대교나 그리스도교인이 아니더라도 파란만장한 생애와 위대한 업적으로 후세에게 큰 존경을 받는 인물이다.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목동으로 자라면서 온갖 고난과 역경을 딛고, 신의 인도하심으로 왕까지 오르는 인생 역전을 성경은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필자가 존경하는 작가 중 한 사람인 유진 피터슨(Eugene H. Peterson)이 이것을 이야기 형식으로 서술한 것이 ‘다윗: 현실에 뿌리박은 영성(Leap Over a Wall)’이다.


다윗 이야기는 한 평범한 사람이 위대한 왕이 되는, 결과적으로는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다. 다윗이 살아가는 과정 하나하나를 살펴보면, 일상적인 인간의 고뇌와 도전을 신에 대한 믿음으로 극복하는 평범한 사례들의 연속이다. 유진 피터슨의 말을 빌리면 다윗 이야기에는 신이 내린 기적도 없다. 신이 내린 거창한 형이상학적인 논술이나 영적 원리에 의한 계시, 이런 것도 없다. 이야기 내부에는 평범한 인간의 현세성만 있을 뿐이다. 그러니 다윗 이야기는 바로 우리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다윗과 골리앗                                  출처: steemkr.com


책 전체에 펼쳐지는 인간 다윗의 이야기는 많은 독자들이 먼저 읽고 감동할 몫으로 남겨두고 싶다. 다만 필자는 다윗의 삶 속에서, 그리고 그 자신이 다양성을 얼마나 중요하고 소중한 인간됨의 방식으로 여겼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는 평범성이다. 다윗은 한낱 목동이었고 아무런 주목을 받지 못했던 평범한 집안의 막내아들이었다. 투표를 한 것도 아니고 전문가로서 발탁된 것도 아니다. 유진 피터슨은 말한다.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소위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에게 얻은 것보다도, 평범하고 비전문가인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얻은 지혜가 훨씬 많다.’라고. 진정 옳은 말이다!


둘째는 일에 대한 태도이다. 다윗은 처음부터 왕으로 태어난 것이 아니다. 처음에는 목동이었고 이후, 전쟁에서 적장을 무찌른 전사가 되었다. 그리고 사울 왕의 궁에서 왕을 섬기는 종이 되었다. 중요한 것은 그가 이 모든 일을 왕업으로 삼고 하찮고 별 볼일 없는 일도 최선을 다해 완수했다는 것이다. 사실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 중에 중요하지 않은 일은 없을 것이다. 다만 그 일을 감당하는 사람들이 각자의 일을 왕업으로 여긴다면 이것이야말로 다양성이 존중받는 사회가 되는 길이다.


셋째는 진정한 친구다. 다윗은 적이었던 사울왕의 아들인 요나단과 깊은 우정을 나누었다. 요나단은 자포자기하는 다윗에게 진심으로 힘을 주었고, 다윗이 참담하게 복수의 칼을 빼들지 않도록 많은 희생과 노력을 하였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들을 겉모습만으만난다. 때로는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지 먼저 계산하고 판단하는 잘못된 습관도 가진다. 유진 피터슨은 ‘우리가 다른 사람을 낮게 대하면 그들도 우리를 그렇게 대하고 결국 우리는 우리 이하의 존재가 된다.’고 말한다. 우리가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을 다양성의 넉넉한 마음으로 대해보자. 그들의 내면에 관심을 갖고 어려움을 이해해 준다면 그것이 진정한 친구이고 우리는 모든 사람의 친구가 될 수 있다.


넷째는 정체성이다. 다윗은 자신의 정체성을 알고 있었다. 골리앗과의 한판 싸움을 앞두고 사울왕은 자신이 입던 갑옷과 투구 그리고 무기를 쥐어 주었다. 그러나 다윗은 그 둔하고 어색함 때문에 곧바로 벗어버리고 그 만의 무기와 그 만의 방식으로 싸워 이겼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다양한 모든 방식을 잘 이해하고 수용하려면, 우선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자신에게 맞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알아야 한다.


다섯째는 방해꾼들이다. 다윗의 주변에는 요나단과 아비가일, 사무엘과 아히멜렉 같은 멋지고 훌륭한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아브넬과 요압 그리고 스루야의 아들들처럼 문제만 일으키는 방해꾼들도 있었고 이들 때문에 생애 내내 골치를 썩었다. 유진 피터슨은 이것이 바로 우리의 일상’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살면서 어쩔 수 없

는 다양한 방해꾼들을 만난다. 또한 매일 접하는 수많은 뉴스 속에서 비열함과 기회주의 그리고 비인격적인 것들을 허다하게 발견하면서 살아간다. 이 모든 다양한 것들도 삶의 일부이고 현실이기에 늘 깨어 있으라고 그는 경고한다.


여섯째는 통치방식이다. 다윗은 왕이 되어 아무도 건드리지 못했던 예루살렘을 과감하게 점령하고 이스라엘 왕국을 성장시켰다. 한편 더 많은 사람들을 사랑으로 받아들이고 껄끄러웠던 북쪽 지파들도 포용하여 왕국은 더욱 견고해지게 되었다. ‘다윗은 변화와 성장을 동시에 주도하면서 많은 다양한 사람들을 포용하여 자신의 삶 속

으로 받아들인 위대한 인물’이라고 유진 피터슨은 평가한다. 우리의 현실 문화는 어떠한가? 정말로 성장은 없고 변화로만 가득 채워져 있다. 매 시간 새로운 물건들이 쏟아지지만 바꾸기에만 급급하고, 진득하게 성장하기 위한 재료를 깊이 생각해보지 않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마지막은 경청하는삶이다. 아들 압살롬의 반역으로 보위에서 쫓겨나 광야로 도망갈때, 시므이라는 사람이 다윗의 행렬을 따라오며 돌을 던지고 저주를 퍼부었다.이때 다윗의 부하가 그를 잡아 죽이겠다고 했으나 다윗은 오히려 제지하였다. 왜냐하면 그는 저주를 들으면서 그가 범한 잘못과 압살롬을 비롯한 그가 버린 모든 사람의 소중함을 깨닫게되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유진 피터슨은 ‘다윗은 비록 저주와 같은 비판을 들었지만 보복하지 않고 오히려 진실을 대면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원하지 않은 수 많은 훈계와 비판을 듣는다. 그때 인내심을 갖고 그것을 잠시라도 생각해보는 것과, 즉각적으로 감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과는 분명 큰 차이가 있다.


다윗은 평범한 사람으로 태어났고 사실상 평범한 사고를 했던 사람이었다. 단지 그는 그가 맡은 일을 왕업이라 여기고 최선을 다했고 주변에는 어려우나 즐거우나 진정으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이 있었다.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 그리고 무엇을 잘 하고 못하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비록 주변에는 방해하는 사람들이 늘 있었지만, 그는 그들의 장점만을 보면서 포용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하찮은 이야기도 주의 깊게 경청하면서, 자신을 변화시키고 성장하는 삶을 모색해 갔다. 독자들은 이것이 신화나 위인전에 나오는 이야기로만 여겨지는가? 아니다! 우리가 다양성과 포용을 제대로 알고 실천하면 이것은 바로 우리의 이야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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