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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구 Jul 04. 2019

어느 아이의 재능도 잃어버릴 여유가 없다

이종구 박사의 다양성 칼럼

어느 교육 방송에서 핀란드의 교육제도를 보여주는 시사 프로그램을 보고 크게 공감한 적이 있었다. 핀란드는 한반도의 1.5배가 되는 크기인데도 인구는 약 550만으로 서울 인구의 반 정도다. 사실 일반인들은 잘 모르지만 역사적으로 핀란드는 무려 700년간의 식민 지배를 받았다. 그리고 보유한 물질 자원도 부족하여 핀란드 사람들

은 늘 생존을 위해 싸워왔다. 결국 핀란드 정부는 인적자원, 즉 사람만이 나라를 살리는 길로 생각하고 합리적이고 질적인 교육을 위해 노력해 왔다.


그리고 20세기 후반에 새로운 교육 혁신을 위한 실험을 시작했다. 그들은 말한다. ‘우리는 어느 아이의 재능도 잃어버릴 여유가 없다. 교실에서의 경쟁은 의미가 없다. 협동만이 살길’이라고. 실험의 목표는 같은 배를 탄 학생들이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무사히 항구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1980년대 당시의 전 세계 교육방향은 우수한 인재를 키우기 위해 서로 경쟁을 장려하는 실용주의적 교육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역시 그것을 충실히 따랐던 국가였다.


하지만 핀란드는 과감히 그런 목표에 상반되는 방향을 설정했다. 성적표는 있지만 등수는 없다. 단지 각자 자기의 재능을 위한 목표에 얼마나 달성했는지가 중요하다. 한 사람도 낙오자 없이 각자가 설정한 목표대로만 진행하는 것이다. 경쟁대상이 친구가 아니라 먼저 내 자신이다. 단지 9년 교육과정 후 한 번의 정부 공식 시험이 있다. 그 시험의 첫째 목적은 단 한 명의 낙오자라도 없애기 위한 것이란다. 혹시라도 부진아가 있으면 이들을 위해 상당한 교육 예산이 사용된다. 결국 세계에서 학생 간 학업 성취도 차이가 가장 적은 나라가 되었고 이러한 교육 철학이 현재도 계속 유지되고 있다.


필자도 개인적으로 핀란드와는 인연이 좀 있다. 한때 핀란드에 본사를 둔 글로벌 회사를 다닌 적도 있고, 헬싱키에 위치한 대학에서 경영학 공부도 했다. 특히 각자의 재능을 소중히 여기고 협력을 강조하는 문화, 즉 핀란드식 다양성과 포용의 문화를 이때 잘 알게 되었다. 당시 본사로 출장을 가서 현지 직원들과 일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들이 소통하는 방식이나 서로를 인정하고 협력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예컨대 해결해야 할 중요한 비즈니스 과제가 있다면 먼저 문제의 핵심들을 세부 단위로 나눈다. 그리고 그것을 각각 최적의 전문 직원에게 맡기고 서로 긴밀히 협력하여 해결할 때까지 회사는 지원한다. 이런 방식이 독자에게는 쉽게 보일런지 모르겠지만 실상 기업의 시스템과 문화적인 부분이 따르지 않는다면 어려운 일이다. 그 회사의 표어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그것은 ‘Connecting People’이다. 이쯤 되면 핀란드식 교육 제도가 이해가 된다.


한편 세계 학력평가에서 핀란드가 1위, 한국이 2위로 결과가 발표되자 한국 교육 관계자는 웃으며 핀란드 교육관계자에게 말을 걸었다. “허허, 근소한 차이로 저희가 졌습니다.” 그러자 핀란드 교육 관계자가 차갑게 대답했다. “저희가 큰 차이로 앞섰습니다. 핀란드 학생들은 웃으면서 공부하지만, 그쪽 학생들은 울면서 공부하지 않

습니까?” 이어서 “한국 학생들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학생들에 속하는 것은 사실이죠.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아이들이 아니에요. 공부를 많이 해야 하고 아이들 사이의 경쟁이 치열하니까요. 한국 학생들은 핀란드에 비해 공부에 대한 의욕이 낮아요. 그래도 성적은 좋죠. 왜일까요? 바로 경쟁 때문이죠.”


필자는 교육 전문가는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왜 교육이 중요한지 그리고 우리나라의 교육이 어떻게 잘못되었는지는 짚어낼 수 있다. 이미 필자의 다른 칼럼에서 언급했듯이 교육 안에서의 지나친 경쟁, 특히 현재의 획일적인 교육 체계에서의 경쟁으로 아이들이 가진 고유한 적성과 능력은 무시당하기 쉽고 공부는 그저 하나의 고행

이 된다.


필자가 생각하는 교육은 사람마다 가진 고유의 가치를 찾아서 살리고 확대하는 일이며, 그것이 조화를 이루면서 사회를 발전시키는 것이다. 바로 다양성을 존중하는 삶의 철학과 일치한다. 다양성의 철학을 기반으로 우리 아이들 각자의 개성과 가치를 살리는 즐거운 교육 현장이 되기를 진정으로 바란다. 그런 면에서 우리가 핀란드의 교육방식을 한 번쯤은 벤치마킹해 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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