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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구 Aug 03. 2019

CDO는  누구인가?

이종구 박사의 다양성 칼럼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이미 다양성(Diversity)이 인사나 영업, 재무, 마케팅처럼 기업경영의 한 주류가 되었다. 실제 경영 현장에서도 ‘최고다양성책임자’ 즉 CDO(Chief Diversity Officer)라는 고위 임원이 기업의 다양성 전략을 이끌고 있다. 그런데 이것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월스트리트저널 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 포춘지 500대 기업 중에서 CDO나 유사 역할을 하는 임원을 둔 기업이 20%에 미치지 않았다. 그러나 불과 5년 후인 2010년에는 그 비율이 60%로 크게 올랐다. 그리고 대부분 CDO는 최고 경영진에 속해있어 기업의 전략적인 목표나 의사결정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최근 조사된 통계는 없지만 500대 기업 중 적어도 70%이상이 CDO나 유사 역할의 관리자를 두었을 것으로 예측된다.       

포춘 500대 기업에서의 최고 다양성 책임자(CDO) 비율 (출처: Wall Street Journal)


그러면 CDO의 역할은 무엇일까? 그리고 현실적으로 우리 기업들은 CDO를 필요로 할까? 여기에 답하기 전에 우선 CDO가 등장한 배경을 알아보자. 


정보화의 혁명과 더불어 21세기로 들어서면서 기업들은 전례 없는 복잡하고 불확실한 상황을 맞이한다. 기술의 발전으로 더 다양하고 혁신적인 서비스가 제공되면서 고객의 입맛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국가 간의 장벽이 허물어지면서 기업 간 글로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진다. 기업 내에서는 밀레니엄 세대로부터 베이비붐 세대까지 여러 세대가 공존하면서, 세대 간의 차이로 조직은 더욱 민감해지고 게다가 여성과 인종 문제, 장애인, 성 소수자까지 복잡한 인구통계학적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현실이다.      


한 마디로 CDO는 이런 문제를 전략과 조화로 풀어나가는 사람이라 하겠다. 잘 생각해보면 이런 일은 기존의 재무나 마케팅, 구매, 인사, 법무 등의 개별 팀에서 담당하기 어려운 일임을 알 수 있다. 그러면 CDO가 좀 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살펴보자.     


Chief Diversity Officer들  (출처: Black Enterprise)


첫째는 인력 다양성을 관리하는 역할이다. 즉 기업 조직 안에서 다양한 인력들이 양성되고 이들이 서로 협력하는 모델을 만드는 일이다. 또한 소수민족이나 여성, 장애인 등 소수그룹에 대한 차별 금지 규정을 준수하도록 관리하는 일도 CDO의 중요한 역할이다. 최근에는 사람들의 다양한 인지적인 스타일을 경쟁력으로 전환하는 전략적 역할도 강조되고 있다.      


AT&T 의 CDO인 코레이 안쏘니(Corey Anthony) 부사장은 “회의 탁자에 둘러앉은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솔루션을 서로 공유하면 우리는 최선의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지요. 이것이 바로 혁신이고 성장으로 가는 길입니다”라고 말했다.       


둘째는 다양성 모델을 기업의 가치사슬과 결합하는 것이다. 다양한 기업의 이해관계자들, 즉 다양한 고객이나 파트너, 공급자와의 관계 속에서 니즈를 파악하고 제품이나 서비스 전략에 적용하는 역할이다. 그리하여 기존의 시장을 강화하고 신 시장 개척의 기회를 엿보는 것이다.      


DELL사의 CDO인 브라이언 리브스(Brian Reaves)는 최근 여러 기업 고객들이 입찰의 중요한 요건으로 다양성과 포용의 항목을 명시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입찰에 참여하고자 하는 기업들은 제시한 다양성과 포용의 기준을 필수적으로 준수해야 한다. 그만큼 다양성의 요건이 기업을 평가하는 일반적인 조건으로 점차 확대되어가는 추세이다.        


셋째는 다양성으로 기업의 이미지를 향상시키는 역할이다. 소수그룹을 포함, 다양한 고객층에 적합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여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 기업의 이미지나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다.     


우리나라 기업의 반가운 사례가 있다. CJ제일제당이 2009년에 출시한 ‘햇반저단백밥’은 선천성 희귀질환인 ‘페닌케톤뇨증’을 앓고 태어나는 어린이를 위한 제품이다. 해당 질병을 포함하여 국내에서 저단백식이 필요한 환자는 기껏해야 200여명 정도다. 당시 CJ제일제당은 본 제품을 개발하여 팔면 팔수록 손해 보는 사업인줄 알았다. 하지만 사회적 책임의 경영철학을 가지고 과감히 투자하여 지금도 저단백식 환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세계 3대 식품박람회인 ‘2012 파리 국제식품박람회(SIAL/Salon International De L'alimentation 2012)’에서 국내 제품으로는 유일하게 ‘200대 혁신제품(SIAL Innovation)’으로 선정됐다. 그 덕분에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갖게 되었고 메인 주력 제품인 ‘햇반’은 크게 성장, 즉석밥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넷째로 다양성 전략이 탑-다운으로 전개되도록 하는 역할이다. CEO를 비롯한 C-레벨의 임원들과 매니저들이 먼저 다양성을 잘 이해하고 솔선하도록 지원하고, 기업 전체의 문화로 자리 잡도록 하는 일은 CDO의 중요한 역할이다.      


예컨대 AT&T는 CDO 코레이 안쏘니의 제안으로, CEO가 직접 직원 워크숍에서 인종차별이나 성희롱과 같은 민감한 주제를 놓고 솔직한 대화를 나누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후 CEO와 직원들은 다양성 전략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갖게 되었고, 기업 내의 소통에도 좋은 영향을 주었다고 코레이 부사장은 전한다.      


다섯째로 세대 간의 다양성이 조화롭게 공존하도록 설계하는 역할이다. 이제는 이질적인 여러 세대들이 서로의 방식을 인정하면서 협력하는 모델이 기업에 필요한 시점이다.      


예컨대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의 ‘I-Gen(Intergenerational Network)네트워크’는 세대 상호간 교류를 위한 플랫폼이다. 이곳에서 여러 세대들이 모여 워크숍이나 교육을 진행하면서 각 세대들이 말하는 독특한 문제나 도전을 논의한다. 또한 전체 세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기업 문화를 모색하고 있다고 뱅크오브아메리카의 CDO인 신씨아 바우만(Cynthia H. Bowman)은 말한다.       


마지막으로 기업이 시장의 문화나 환경에 맞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지원하는 역할이다. 즉 다양성으로 발현된 혁신과 경쟁력이 고객들을 위한 제품과 서비스로 전환하도록 전략적 팁을 제공하는 것이다.      


예컨대 이미 글로벌 시장에 출시된 제품이 그 나라의 특성에 맞는 이름이나 브랜드로 바꾸어 판매하는 것도, 일종의 다양성 전략으로 요즘에는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결론적으로 CDO는 다양한 직원 개개인의 정체성 문제나 기업 내 소수 그룹의 인권과 차별 문제 등을 잘 살펴야 한다. 한편 다양성으로 기업의 경쟁력이나 브랜드가치를 강화할 수 있는 비즈니스 전략도 모색해야 한다. 또한 멀티 문화의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 어떤 도전들이 있고,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여 성과로 전환할 지 고민해야 하는 그야말로 슈퍼맨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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