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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구 Aug 29. 2019

논쟁을 즐기세요! - 유대인 다양성1

이종구 박사의 다양성 칼럼

유대인 세 명이 모이면 네 가지 의견이 생긴다’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유대인의 정신이자 삶의 지침서인 탈무드에서 유래된 교훈이다. 이스라엘의 언어인 히브리어에서 ‘히브리’는 대안(對岸)에 서서 강 건너편을 바라본다는 뜻이라고 한다. 이것은 곧 사물을 바라볼 때 거리를 두고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이고 여러 가지 견해를 가질

수 있다는 의미다.


또한 탈무드에는 ‘만약 모든 사람이 한 방향으로만 간다면 세계는 기울어지고 말 것이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한 문제를 두고 다른 의견들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어떤 경우에는 고의로 다른 견해를 끌어들여 문제를 바라보기도 한다.


예를 들어 유대인들이 모여서 어떤 문제를 의논할 때 그 자리에서 단번에 의견 일치를 보면 먼저 그 상황을 이상하게 생각하고 의심한다. 그래서 이럴 때는 다른 여러 가지 반대의 의견을 끌어들이려고 노력하고 대비해 보는 습관이 있다.


실제로 탈무드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다. 법정에서 어떤 사람을 극형에 처할 경우, 판사 전원이 일치하면 무효가 되고 다시 한 번 증거조사를 한 후에 재투표를 한다. 이것은 사람의 의견이 완전히 일치할 수 없다는 탈무드식 발상이다. 특히 중요하거나 엄중한 결정을 내릴 때는 더욱 그렇다. 사형 판결을 내릴 때도 판사단의 각 판사가 피고의 무죄 가능성에 대하여 적어도 한 가지씩 변론을 해야 한다고 한다. 이렇듯 유대인은 모든 개인이 다른 것처럼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는 것을 당연하고 또 필요한 것으로 여긴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토론을 좋아한다. 그들에게 논쟁은 싸움이 아니라 소통 그 자체다. 탈무드의 대부분의 내용도 논쟁으로 이루어져 있다. 논쟁은 지적인 활동이자 배움을 위한 원천이다. 탈무드란 말도 ‘깊이 배운다’라는 의미이다. 즉 논쟁을 통해 깊이 배우는 것이 바로 탈무드의 기본 원리이다. 그래서 어떤 학자는 ‘탈무드를 관통하고 있는 것은 토론이며, 탈무드적 발상을 지탱하고 있는 것은 논쟁이다’라고 말했다. 유대인에게는 건전한 대립이 발전으로 가는 과정라고 생각한다.


또한 탈무드식 생각에는 ‘좋은 의견에는 인격이 없다’는 말이 있다. 좋은 아이디어는 그 자체가 좋은 것이지 생각을 낸 사람과는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의미다. 유대인들은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가 자기의 생각과 대립이 돼도 논쟁을 통하여 그것이 옳다고 판단이 되면 받아들인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먼저 자기의 생각을 의심하면서 항상 열어놓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는 태도가 저변에 깔려있다.

그림  이연우


이쯤에서 우리와 비교해보자. 예로부터 우리는 동방예의지국의 면모를 갖춘 민족으로 예를 통한 화합을 중시해왔다. 그래서 훌륭한 공동체의식으로 단결과 협력을 미덕으로 여기고 역사의 모든 도전을 극복해왔다. 그러다보니 논쟁 자체를 꺼리고 같은 공동체 안에서 대립하는 것을 기피한다. 자기의 주장을 고집하기보다는 가급적 양보를 통해 협력해 나가는 것을 좋아한다. 물론 이러한 공동체의식도 우리에게는 중요하면서도 소중한 유산이다. 다만 여기에서 파생되는 획일성이 바로 문제가 된다.


예를 들어 회의 중에 자기와 대립되는 의견이 나오면 자기만의 논리로 방어하기 바쁘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잘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토론을 하다가 다른 사람의 생각이 채택이 되면 자존심을 상해하거나 패배의식에 빠지는 경우도 자주 있다. 즉 자기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못마땅하게 여기거나 때로는 무조건 비판하기도 한다. 최근 우리 국회의 일부 국정 감사장에서 벌어지는 행태들이 비슷한 상황을 연출한다. 어떤 곳은 정견을 제시하는 곳이 아니라 가히 전쟁터다. 어떤 곳은 발전된 대안이 아닌 대립을 위한 대립만을 펼친다.


탈무드에는 인간이 왜 귀가 두 개이고 입이 하나인지에 대한 답이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유대인들은 조용히 듣기만 하지도 않는다. 자기주장을 세우려고 소리를 지르고 언쟁하는 것을 서슴지 않는다. 때로는 심한 논쟁으로 주제에서 벗어난 엉뚱한 결론을 내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많은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다만

그들은 자기 자신마저 의심하기 때문에 자기 안에도 갖가지 대립되는 생각들로 차 있다. 그래서 자기와 대립되는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으면서 비교해보는 마음가짐이 있다. 그러니 듣는 것에 충실하지 않을 수 없다.


진정한 토론과 논쟁은 조직에 새로운 활력과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는 것을 누구나 안다. 우리가 가진 협력의 공동체의식을 잘 지키면서 논쟁에 임하는 것이 두렵다는 것도 잘 안다. 하지만 조금씩만 바꿔보자. 여러 사람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토론하는 것을 즐겨보자. 의견과 의견을 내는 사람은 무관하다는 패러다임으로 전환하자. 어

떠한 아이디어건 문을 열고 관심 있게 경청하면서, 자기의 생각도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여유의 탈무드식 방법도 한번 배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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