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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구 Sep 02. 2019

프랜차이즈형? 단골집형?   
 - 유대인 다양성2

이종구 박사의 다양성 칼럼

도심을 걸어 다녀보면 자주 눈에 띄는 것이 있다. 커피숍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에게 커피숍은 일상에 필요한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대개 주변의 직장인이나 학생들에게 여유로운 휴식을 즐기는 공간이거나 혼자서 개인 활동을 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보통 가까운 거리에 있는 프랜차이즈 커피숍을 찾는다. 하지만 어떤 찻집이나 커피숍은 멀리서부터 찾아오는 단골손님이 많은 경우가 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다. 특이한 인테리어, 주인의 편안한 서비스 아니면 독특한 맛을 지닌 커피나 메뉴들 등등. 이런 단골집은 주변의 상권이 발달하여 경쟁 커피숍이 얼마가 있든, 주변을 오가는 사람들이 많든 적든 별 의미가 없다.

그림  이연우


인간도 마찬가지다. 자신만의 특별한 개성이 없이 그저 찾아오는 주변 손님들과만 지내는 ‘프랜차이즈형’이 있는가 하면, 멀리서도 관심을 갖고 반갑게 찾아오는 ‘단골집형’이 있다. 어느 쪽이든 자신의 개성을 어떻게 만들고 마케팅하느냐에 달려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아마 특정한 상권에 관계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호감을 받고 언제든지 찾아와 나누고 싶은 단골집형 인간이 되고 싶을 것이다.


탈무드에는 ‘자기가 진보하지 않으면 세계는 발전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유대인은 자기의 진보가 곧 세계의 발전이라고 생각하는 강한 개인의식이 있다. 이러한 개인의식은 역사적으로 그리스도인에게 당한 모진 시련과 굴욕의 시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루프트맨슈’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유대인의 동유럽 언어의 단어인데 ‘루프트’는 공기라는 의미이고 ‘맨슈’는 인간을 의미한다. 즉, 공기와 같은 사람이 되라는 것이다.


중세 이후 대부분 유대인들은 유럽 각 지역의 유대인 거주지역인 게토(Ghetto) 안에서만 살아야 했다. 게토의 유대인들은 그리스도인들에게 모든 기회를 박탈당하고 가난을 면치 못하는 하루살이 신세였다. 루프트맨슈는 그런 상황에서 약간의 틈만 있어도 공기처럼 침투하여 기회를 잡았던 유대인들을 빗대 생겨난 말이다. 이렇듯 처절한 생존의 삶을 살아가면서 유대인들은 항상 자신의 육체와 정신을 똑바로 하고 모든 상황을 종합해 연구하는 능력을 키우게 된다. 즉 시련과 연단을 통하여 만능선수로서의 유연성과 적응력이 자라게 된 것이다. 이때 유대인에게는 일에 대한 체면이나 긍지 따위를 생각할 여유가 없었고, 오로지 자신의 생존을 위한 삶이 최우선이었다.


탈무드에는 이런 말이 있다. ‘자기에게 가장 좋은 선생은 바로 자신이다. 이렇게 학생을 잘 알고 있고 이처럼 깊이 학생을 동정하고 이처럼 강력하게 학생을 격려하는 선생은 있을 수 없지 않은가?’ 유대인은 자신을 단련하고 건강한 정신을 유지한다. 그리고 유대인은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공기와 같은 삶을 살면서 항상 기회를

엿본다. 이렇듯 자신을 지휘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을 웨인 다이어는 행복한 이기주의자’라고 불렀다. 또한 이런 사람들을 우리는 ‘유형 인간’이라고도 부른다. 이들은 회사에서 쫓겨나더라도 쉽게 흔들리지 않고 언제든 다시 뛸 힘을 가진다. 그리고 루프트맨슈 정신으로 유연하면서도 확고한 자아가 확립되어 있는 사실상 오늘날의 기업들이 요구하는 인재상이다.


유대민족과 우리 민족을 비교하면 공통점이 꽤 많다. 수많은 외침과 강탈, 식민시대, 내전 등의 냉혹한 시련과 더불어 처절한 가난과도 싸워야 했다. 그리고 모든 것이 붕괴된 폐허 속에서 특별한 자원도 없이 오로지 맨몸으로 다시 땅을 일구고 경제를 재건했다는 점에서도 두 민족이 유사하다. 다만 유대인들은 루프트맨슈와 같은 개개인의 유연성과 적응력으로 고난을 이겨냈고, 우리 민족은 단생단사(團生散死), 즉 ‘뭉쳐야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라는 공동체 정신으로 어려운 시기들을 견디고 오늘을 이루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사회 일각에서는 이러한 공동체 정신의 강조가 소속된 집단만을 최우선시하는 집단 이기주의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개인의 생각과 의견은 더욱 무시되면서 일사불란함은 소위 빨리빨리’와 같은 잘못된 문화로 바뀌었다. 한국을 아는 어지간한 외국인들도 그 말을 잘 알 정도다. 그러니 다양한 의견이나 생각들을

이해하거나 수용할 만한 정신적 여유는 점점 없어진다.


21세기는 멀리서도 반갑게 찾아오는 독립된 개성의 단골집형 인간이 인기와 성공을 누릴 것이다. 물론 아름다운 공동체 정신도 계속 이어가야 한다. 개인의 건강한 정신과 독특한 개성들이 모여 서로 나누고 조화를 이루는 공동체 말이다. 루프트맨슈의 정신과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며 발전하는 공동체 말이다. 이러한 공동체가 바로 ‘생명 공동체’일 것이다.


유대인하면 누가 떠오르는가? 

빌 게이츠(Bill Gates), 마이어 로스차일드(Mayer Amschel Rothschild), 록펠러(John D. Rockefeller)와 같은 부자들

앨버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Allan Spielberg), 토마스 에디슨(Thomas Alva Edison),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와 같세계적인 천재들

모르긴 해도 이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뼛속 깊이 루프트맨슈의 정신을 배우고 실천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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