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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구 Feb 01. 2020

왜 여성 리더들은 안보이지?

이종구 박사의 다양성 칼럼

펩시사의 최고경영자인 인드라 누이(Indra Nooyi)는 여성 리더로서 세계적인 롤 모델이다. 몇 해 전 그녀는 포춘지에서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에 두 번째로 올랐다. 그녀는 본인의 커리어에 대한 회고담을 이야기할 때, 비즈니스 세계에서 보통 장애물로 작용하는 여성, 유색인종, 워킹맘과 같은 요소들을 한계로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여성 리더가 가질 수 있는 감성이나 세심한 면 등 비즈니스에 유익한 장점에 집중할 것을 충고한다. “내가 여성이었기에 오늘날과 같은 빠른 변화 속에서도 필요한 리더의 조건을 개발할 수 있었지요. 그것은 바로 눈과 귀를 열고(Open eyes and ears), 마음을 열고(Open mind) 그리고 심장을 열어야(Open heart)한다는 것입니다”.       


한 컨설팅 회사에서 2000여 개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여성리더가 기업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재무성과 상위 20개 기업의 여성리더 비율(37%)이 하위 20개 기업의 비율(19%)보다 약 두 배정도가 많았다.                     

    

출처: Leadership Excellence Essentials


매년 미국 대학의 졸업생 중 57% 정도가 여성이라 하고 대부분 취업을 한다. 화이트칼라 직장에서 일하는 사람의 반 이상이 여성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기업의 C-레벨 여성 임원은 평균 20% 내외고 약 5%만이 CEO이다. 우스갯소리처럼 들리겠지만 실제로 ‘존(John)’이라는 이름을 가진 CEO가 여성 CEO보다 많다고 한다.       


그러면 우리나라 기업들의 여성 리더 현황은 어떠할까? 미국 기업이나 여느 글로벌 기업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적다. 2017년 한 여성협회 보고서에서 아태지역 주요 20개국 상장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평균 12.4%였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여성 임원 비율이 2.4%로 아태 지역 20개국 가운데 꼴찌다. 이 정도면 사실상 세계 수준으로 낮은 수치다.          


아태지역 대기업 여성 임원 비율   (출처: 국제여성기업이사협회)


해당 협회 측은 “아시아 지역 여성들은 학력도 높고 비즈니스 경험이 풍부한 데다 경제성장에 기여를 해왔는데도 여성 임원이 적다”라고 말하면서 그 이유를 장시간 노동과 여성에게 육아의 부담을 전가시키는 문화, 여성의 능력을 낮게 보는 기업의 뿌리 깊은 성차별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어쨌든 나라마다 수치의 차이는 보이지만 이 정도면 여성의 잠재적 리더십이 대부분 기업 어디선가 묻히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기업 조직에 팽배해 있는 철저한 계급 문화 때문이다. 오늘날 기업들은 제도적으로 양성평등의 기조를 따르고 있고 직원들은 입사 초기부터 그러한 분위기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한다. 하지만 기업 활동이 활발해지는 관리자의 위치로 올라가면서 서서히 무너진다. 주로 상위의 남성 임원들이 중심이 되어 내려진 의사결정을 충성스런 자세로 받아들여야 하는 체계가 된다. 이러한 ‘남성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여성에게는 큰 장애물일 수밖에 없다. 결국 여성들이 자리를 잡고 세심한 리더십을 보여줄 틈이 없는 것이다.      


다음으로 여성 리더가 적은 이유로, 여성은 보통 어렵고 복잡한 비즈니스 부분을 남성보다 감당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소프트한 업무만을 선호한다는 가설이다. 하지만 한 컨설팅 회사가 10년 동안 15000명의 여성리더와 관리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는 가설과 다르다. 그들이 가진 능력이나 감당하는 기술의 난이도는 남성들과 별 차이가 없다는 결론이다. 다만 부분적이나마 타당하게 증명된 것은 자신감(Confidence)의 차이다.      


방송인인 클레어와 키티(Claire Shipman and Kitty Kay)는 공동저서 ‘자신감 코드(Confidence Code)’에서 ‘남성은 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하고 반면에 여성은 할 수 없는 것을 생각한다’고 말한다. 또한 컨설팅 회사인 DDI는 많은 직장 여성들은 자신이 동료 남성보다 능력이 뒤진다고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 가지 팁으로 자신감 있는 말을 선택하라고 조언한다. 여성들은 대화를 할 때 ‘나’ 보다는 ‘우리’라는 말을 더 자주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상황을 부드럽게 하고 공손한 태도를 보이기 위해서 ‘내 말이 틀릴지도 모르지만…’이나 ’내 말은 단지…’ 란 말을 더 자주 사용한다고 한다. 사실상 이것은 겸손함이라기보다는 자기 의견에 자신이 없다는 뜻이고, 얘기를 꺼내기도 전에 스스로 자신감이 없다는 것을 상대방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무심코 사용하는 단어가 무의식적으로 자신감에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을 가급적 일인칭의 직설화법으로, 그리고 분명한 단어를 선택하여 전달하면 저절로 자신감이 더 생길 것이다.     


여전히 남성 위주의 획일적인 체계와 문화만을 선호하는 기업이 있다면, 그리고 다양성의 의지가 아직 제도나 정책적으로도 부족하다면 당장 어찌할 도리는 없다. 다만 여성이건 남성이건 누구나 일에 대한 열정과 프로 정신을 가져야 한다는 것에는 그 누구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 자신감은 필수적이다. 여성들이 철저한 자기 인식과 개발을 통하여 자신감을 갖추고, 인드라 누이가 말한 세심함과 열린 마음으로 리더십을 발휘하면 이것이 바로 여성만이 지닐 수 있는 훌륭한 리더의 조건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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