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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구 Mar 07. 2020

왜 하이테크 기업에는 여성 리더가 없을까?

이종구 박사의 다양성 칼럼

얼마 전부터 우리 사회에서 불고 있는 미투(Me Too)운동과 한 권의 하이퍼 리얼리즘 소설이 여성 운동의 새로운 변화를 짐작하게 한다. 글로벌 기업에서는 영향력 있는 여성 리더들이 등장하고 우리 기업에서도 심심치 않게 여성 CEO나 고위 임원 승진 소식이 들려오곤 한다. 정부는 정책적으로 적극적 고용개선제도 등을 통해 고용상의 차별을 없애고 여성 관리자의 비율을 늘리도록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양성 평등과 여성 리더에 대한 관심은 현실적으로 기업 전반의 문화로는 뿌리 내리지 못하는 것 같다. 특히 21세기에 크게 성장한 하이테크 기업들은 여성 리더를 보유하고 개발하는 데는 소극적이다. 구글(Google)은 자체적으로 다양성 전략의 기반을 갖추고 있다고 말하지만, 2015년 기준으로 직원의 30%가 여성이고 여성 임원 비율은 22%이다. 다른 하이테크 기업들도 여성 리더가 많아야 18% 정도다.     


우리의 경우는 어떠할까? 최근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과학기술분야에 여성임원 비율이 채1%로도 되지 않는다. 하이테크 선도기업인 삼성전자의 2019년 임원승진 발표를 봐도 현실을 잘 알 수 있다. 전체 승진인원 185명중 승진한 여성임원은 고작 8명뿐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기술 분야 출신의 많은 남성 리더들이 아직까지 여성 리더들이 보유한 섬세한 잠재 능력들을 깨닫지 못한다는 점이다. 비록 외국의 사례지만 여성 리더들이 기업의 혁신과 발전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보여주는 몇 가지 증거들이 있다.      

    

출처: Beverage Industry


1. 여성리더의 기업이 좋은 성과를 보여준다

미국의 투자정보회사인 비스포크(Bespoke Investment Group)의 보고서에 따르면, 통계적으로 여성 CEO기업의 성과가 남성 CEO기업보다 높은 성과를 보인다고 했다. 또한 리더십 컨설팅으로 유명한 DDI는 2014/2015년 글로벌 리더십 예측 보고서에서 2000개의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재무성과 상위20개 기업의 여성임원 비율이 하위 20개 기업보다 약 두 배정도 높다고 했다.      


2. 여성 리더가 비즈니스 가치를 높인다

전문가들은 여러 사례를 통해, 여성 리더가 주도하는 다양성과 포용의 문화는 비즈니스 가치를 한층 높이는 엔진이라고 말한다. 다양성 전문가인 바바라 애니스(Barbara Annis)는 최근 논평에서 ‘만약 여성 리더들이 회사의 요직에 적절히 포진해있으면, 비용을 크게 절약할 수 있고 직원의 이직률을 감소하는 동시에 브랜드 가치를 더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3. 성별 다양성이 혁신을 만든다

이 명제는 이미 여러 연구들을 통해 실증된 사실이다. 특히 고객의 니즈에 따라 제품과 서비스를 신속히 제공해야 하는 하이테크 기업에게, 혁신은 가장 핵심이 되는 주제이다. 무엇보다도 여성이 지닌 뛰어난 관념화 프로세스(Ideation process) 능력이 혁신적인 솔루션을 제시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갤럽(Gallup) 보고서는 남성과 여성이 다른 관점으로 문제를 보기 때문에 성별 다양성으로 비즈니스 통찰력이나 문제해결 능력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그러면 하이테크 기업이 진정으로 다양성을 현실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다양성의 리더십이다. 즉 CEO와 고위 임원들이 솔선수범하여 다양성의 변화를 수용하고 지지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오래전 얘기지만 IBM 의 CEO 루이스거스너가 보여준 다양성의 리더십이 전형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그의 다양성 전략은 다양하고 다문화적인 시장을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했다. 그리고 이성적 인식의 전환(Philosophical Shift), 즉 차이를 최소화해야 된다는 오랜 인식에서 벗어나, 반대로 차이를 극대화하여 사업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차별철폐주의적인 인식에서, 다양성 학습을 통하여 혁신을 꾀하는 소위 건설적 붕괴(Constructive Disruption)를 말했다. 구체적 실행방안으로 흑인, 여성, 장애인 등 8개의 내부 다양성 태스크포스(Task Force)팀을 조직하고 각 소수그룹의 고객과 시장을 분석, IBM의 제품과 서비스의 마케팅에 적용하였다. 결과적으로 조직의 다양성을 곧 고객의 다양성으로 전환하여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사례를 남기게 되었다.      


성별 다양성의 또 다른 현실화 방안은 기업 내에 공식적인 여성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다. 이곳에서 여성 직원들은 관심 있는 회사 정책, 예컨대 탄력 근무제도나 휴가, 여성의 채용이나 승진 현황 등을 공유하고 논의한다. 대표적으로 제너럴 일렉트릭(이하 GE)은 내부 여성 네트워크를 통해 리더십 교육이나 여성 리더들과의 네트워킹, 경력 개발 등 많은 주제를 가지고 서로 소통한다. 최근 GE의 여성 네트워크는 글로벌 차원으로 확대되어 전 세계 43개 나라, 150개의 GE 지점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한편 글로벌 IT기업인 오라클(Oracle)의 여성 리더십 프로그램, OWL(Oracle Women’s Leadership)도 대표적인 여성 네트워크이다. OWL은 주로 교육과 멘토링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지원한다. 그리고 매년 전 세계 41개 조직에서 100여개 이상의 이벤트를 개최하여 여성이 기업의 핵심이라는 자부심을 고취시킨다고 한다.     

출처: Leadership Excellence Essentials

우리는 IBM이나 GE, 오라클 등 하이테크 기업의 사례에서 그리고 여러 전문 보고서를 통하여, 성별 다양성이 기업에게 어떤 가치를 주는지 알았다. 여전히 많은 하이테크 기업들이 여성 리더의 개발에 소극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명민한 리더는 조화롭게 구성된 양성 조직이 기업의 혁신과 발전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안다. 다양성 전략이 의미 있는 변화를 보이도록 어려운 첫발을 디뎌야하는 것은 결국 리더의 몫이다. 다양성은 단지 쇼가 아니라 비즈니스의 성공을 열어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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