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구 박사의 다양성 칼럼
몇 년 전에 미 통계국(U.S. Census Bureau)이 1960년부터 2060년 1세기 동안, 미국의 인구통계 예측을 했다(NACD Directorship, 2015). 백인은 85%에서 43%로 줄고 반면에 흑인과 히스패닉 인구가 45%로 인구의 주류가 될 것이라 한다. 최근 미국은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에 의한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코로나-19와 더불어 떠들썩하다. 아마도 2070년쯤에는 백인들이 거리에 나와 차별금지나 인권을 주장하는 시위도 볼 수 있을 게다.
우리나라의 통계청에서도 유사한 인구 통계의 예측이 있었다(통계청, 2016). 우리는 단일 민족이 주류여서 미국처럼 민족적인 변화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대신에 인구의 감소와 세대 간의 이동이 클 것으로 보았다. 인구는 2015년을 기준으로, 약 5100만 명에서 2031년을 정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해, 2065년에는 1990년대 수준인 약 4300만 명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특히 15~64세의 생산가능인구도 2065년에는 기준연도의 약 60% 수준으로 예측했다. 반면에 고령인구는 2025년에는 기준연도보다 2배, 2065년에는 3배 가까이 증가할 전망이라 한다.
물론 미 통계국이나 우리 통계청의 발표는 어디까지나 예상 수치다. 과거에서 현재의 추세를 모델로 예측한 것이기에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민족 간이나 세대 간 이동의 흐름이 매우 빠르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무시하거나 적절히 대응하지 않으면 자칫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심각한 혼란이 올 수도 있다. 물론 우리나라의 경우 출산장려를 위한 과감한 복지나 노동, 교육 등 세심한 정책으로 살필 것이라 믿는다. 단지 필자는 미래의 변화와 다양성을 기업 경영의 측면에서 생각해 보고자 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기업이 미래의 인구통계학적 변화에 따른 민족이나 인종, 세대 등의 다양성에 주목하여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충고해왔다. 미래의 다양성을 예측하지 못하면 지속 가능한 가치사슬을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전 세계적으로 LGBT(Lesbian, Gay, Bisexual and Transgender) 등의 소수 공동체가 점점 주목을 받고 있고, 여성들의 사회 활동 범위는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특히 다문화 공동체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의 다양성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잠재적인 위기 대응이나 불평등과 같은 문제 때문만이 아니다. 많은 학자는 다양성이 기업 전략과 연계되면 영업과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기업의 브랜드 가치에도 좋은 영향을 준다고 실증해 보였다.
미국의 사례를 보자. 소비자의 구매력만 봐도 히스패닉 인구의 구매력이 2014년에 1.3조 달러로 2000년 이후 155% 성장했다. 전체 평균 구매력이 71% 성장한 것과 비교된다. 또한 흑인의 구매력도 1.1조 달러로 86% 성장했다.
최근 맥킨지 보고서에서도 이러한 민족 다양성(Ethnic Diversity)을 전략으로 활용한 기업은 평균보다 약 35% 정도 더 나은 성과를 보였다고 한다. 그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다양성을 활용한 기업이 더 창의적이고 문제해결 능력도 더 뛰어나다는 것이 첫째 이유다. 다음으로 해당 민족의 직원과 고객이 매칭되면 더 나은 고객 중심 경영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상황에서 직원 만족도는 당연히 좋아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리더들은 항상 어떻게 다양성 친화(Diversity Friendly) 기업으로 변화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미국과 달리 우리 기업의 경우는 먼저 세대 다양성(Generation Diversity)에 주목해야 한다고 필자는 늘 강조해왔다. 여전히 기업 안에는 전통세대나 베이비부머, X-세대 그리고 밀레니얼 세대가 공존하면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각각 자라온 배경이나 기술적 환경 그리고 국제화 수준이 서로 다르다. 이런 특징을 무시하고 기존의 획일적인 경영 스타일로 밀어붙이면 갈등을 일으키기 쉽다. 지금이야말로 기업이 각 세대의 특성을 고려하여 융합적인 다양성 제도나 정책을 마련해야 하는 시점이다.
세대 간의 빠른 이동도 반드시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생산가능인구가 2016년을 정점으로 줄어들기 시작했고, 2020년부터는 해마다 33만 명의 베이비부머가 은퇴하게 된다. 기업들이 임금피크제 등 여러 제도를 도입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업은 어떻게 은퇴하는 세대의 중요한 지적 자산을 젊은 세대에게 전수할 것인지 등의 전략적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고객의 관점에서 고령화 세대를 대비한 마케팅 전략도 매우 중요해진다.
다음으로 우리 기업들이 고려해야 할 미래의 다양성은 다문화 그룹이다. 생산가능인구가 빠르게 감소하고 고령 인구가 늘어나면, 노동 인력 수급의 문제가 생긴다. 그리하여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이 지속적으로 또한 빠르게 증가할 것이다. 우리 정부의 자료에 따르면, 2005년에 국내 외국인 추세가 약 74만 명이었고 이후 노동력 부족이 가속화되어 2016년에 200만 명을 넘었다. 그리고 2021년에는 3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통플러스, 2016). 우리나라는 다인종이나 다민족국가는 아니지만 다문화 가정은 지속해서 늘어날 것이다.
혹자는 이렇게 질문한다. 현재의 다양성 상황도 인지하지 못하는 기업들도 여전히 많은데 어찌 미래까지 예측하는 다양성 전략을 수립해야 할까? 물론이다. 기업이 현재에 당면한 다양성의 문제를 먼저 파악하고 전략과 연계하여 대응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미래의 다양성은 그다음으로 고려해야 할 스텝이 맞다. 그러나 적어도 인구통계학적 다양성의 변화를 예측하여 중장기 전략에 활용하는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경쟁우위에 서게 되리라는 것도 자명하다. 현명한 리더라면 가까운 미래에 예상되는 변화부터 파악하여 다양성 전략에 적용할 것이다. 그리고 점점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 더 멀리 보면서, 변화를 예측하고 기업의 미래 가치사슬을 파악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엿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