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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구 May 29. 2020

코로나 19, 위기에서 발휘하는
포용의 리더십

이종구 박사의 다양성 칼럼

오늘날의 글로벌 상황을 표현할 때, 보통 ‘VUCA의 세계’라고 말한다. 그것은 이 세계가 너무 변동적(Volatile)이고 불확실(Uncertain)하며 복잡(Complex)하고 모호(Ambiguous)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참으로 현재의 코로나바이러스가 VUCA하다. 그리고 이 위기 상황 또한 VUCA의 세상을 정확하게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미·중 간 무역 분쟁으로 글로벌 경제가 매일 일희일비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1차 합의로 다시 정상을 찾아가는 듯 보이더니 전혀 예상치 못한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발생했다. 처음에는 과거처럼 국지적인 감염병으로 끝날 줄 알았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과 달리 전 세계적 위기로 퍼지고 아직도 진행형이다. 


미·중 간 무역 분쟁으로 우리나라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이 되어, 수출이 급감하고 내수도 침체되는 상황이었는데, 코로나바이러스까지 가세하여 경제 전반을 흔들고 있다. 기업들은 코로나로 발생하는 여러 변화에 당황하면서도 대응책을 찾느라 분주하다. 전례 없는 위기 상황에서 리더들은 전통적인 리더십이나 기존의 사일로식 조직 관리로는 생존이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안다. 그들은 이제 코로나의 위기와 함께 VUCA의 세계에 적합한 새로운 생존 방법을 찾아야 하는 어려운 과제 앞에 서 있다.      



코로나는 다양성 문제?

현재와 같은 위기의 시기에 우리가 간과하는 것이 있다. 바로 다양성 문제다. 불확실성과 위기의식이 고조될 때, 흔히 다수의 의견에 반하는 질문을 하거나 행동을 하면 평상시 때보다 더 큰 비난을 받는다고 한다. 최근에 이른바 마녀사냥과 같은 획일적이고 혐오적인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위기에 발생하는 전형적인 다양성 문제다. 


최근 외국인 혐오증(Xenophobia), 즉 코로나바이러스의 진원지에 근거한 아시아계 사람에 대한 차별과 혐오 사건들이 계속 발생한다. 다행히 일부 단체나 기업들은 이것을 다양성 문제로 바로 인지하고, 리더들이 나서서 직원들의 안전과 차별에 대한 보호를 약속한다. 한 예로 어떤 아시아계 직원이 직장 밖에서 혐오증으로 폭력을 당하자, 회사가 나서서 보호했던 사례도 있다.


최근 세일즈포스(Salesforce)의 CEO인 마크 베니오프(Mark Benioff)는 “우리가 아는 자본주의는 이제 끝났다”라고 선언하여 큰 논란을 일으켰다. 이른바 신자본주의 체제가 도래했다는 의미다. 비록 코로나 사태 이전에 했던 말이었지만, 현재의 위기를 보면서 사회와 환경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상기시킨다. 즉 주주의 이익에만 최우선으로 하면 할수록, 세계의 불평등은 더욱 커지고 환경과 사회적 재앙들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서 일부 리더들은 서서히 사회와 환경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면서 그것을 기업의 전략과 목표에도 연계하려고 노력한다.    


그 중심에 다양성과 포용의 문화가 있다. 압타그룹(Aptargroup)의 인사 담당 최고책임자인 샤일라 빙크젤라(Shiela Vinczeller)는 “다양한 팀과 다양한 인력 그리고 다양한 소통은 결과적으로 문제해결 능력을 높이고 이것이 바로 창의력이 된다.”라고 말했다. 


역설적으로 우리는 최근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전혀 새로운 경험을 통해서, 알게 모르게 얼마나 많은 사람과 관계하고 연결되고 있는지를 깨닫는다. 그리고 이럴 때, 다양성과 포용은 우리의 소통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든다. 


출처: www.i4cp.com


위기에서 발휘하는 포용의 리더십

코로나의 위기에 대응하는 방법과 철학을 두고, 국내외 많은 리더가 지금처럼 관심과 즉각적인 평가를 받은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거시적으로는 세계와 국가의 문제로부터 지역과 기업, 집단의 리더십에 따라 그 결과는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최근 대한민국의 상황을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코로나 사태의 전후가 너무나 확연하다. 반면 어떤 리더들은 바이러스에 대한 늦장 대응으로 또는 잘못된 대응으로, 지지율이 떨어지고 대중의 큰 비난을 받고 있다. 진정한 리더십은 위기 때 발휘되는 것이다. 


코로나의 위기가 덮치면서 리더들은 이전에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 결정은 빨라야 한다. 이른바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 데이터들을 인지하고, 신속한 행동지침을 마련해야 한다. 


이럴 때 포용의 리더는 절대 단독으로 의사결정 하지 않는다. 스스로 무의식의 편견(Unconscious bias)을 인지하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들의 열린 생각들을 모은다. 학자들은 여러 연구에서, 다양하고 포용의 조직이 창조적이며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하고, 성과와 혁신으로 이끈다는 결과를 시사했다. 특히 요즘과 같은 위기의 시기에는 포용의 리더십이 중요한 원리가 된다. 왜냐하면 걱정과 두려움이 팽배한 불확실한 상황일수록 사람들은 리더를 바라보고 의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위기의 상황이 끝났을 때, 리더는 냉정한 평가를 받는다.     


최근 딜로이트(Deloitte)는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 사태와 같은 위기에서 포용의 리더들이 발휘하는 6가지 행동 원리(6C signature traits)를 제시했다. 이 행동 원리로 리더들은 현재의 코로나 상황에서뿐 아니라 지속가능한 포용의 조직 환경을 만들어 갈 수 있다.


1. 약속(Commitment)

리더십은 약속에 대한 확고한 실천이다. 최근 아시아계를 대상으로 인종 혐오가 발생했을 때, 포용의 리더는 회사 차원으로 직원들의 안전과 인종 차별 행위에 대한 단호한 조치를 약속한다. 편견과 차별에 대응하는 규정과 정책을 사내 온라인 채널을 통해 지속해서 강조하고, 코로나 감염을 특정한 지역이나 그 지역 사람들과 연계하는 것을 엄격히 금한다.  


현재의 코로나와 같은 위기상황에서는 직원들이 각종 스트레스와 두려움으로 정신건강의 문제를 일으키기 쉽다. 최근 우버(Uber)는 직원들이 자유롭게 상담할 수 있는 원격 정신 상담소를 열어 운영한다. 감염병과 차별에 대한 두려움이나 가족부양에 대한 스트레스 등 직원들의 정신건강을 보호하고 치유하도록 지원한다. 

우버 최초의 다양성 책임자인 이보영(Bo Young Lee) 씨는 “요즘과 같은 위기의 시기에 우리는 다문화 환경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차별을 느끼지 않고 좋은 정신건강을 유지하도록 노력합니다. 아시아계인 저도 마찬가지로 차별의 희생양이 될 수 있지요. 그래서 안전에 관한 한 모든 직원이 회사의 완벽한 보호를 받고 있다고 느끼게 합니다.”라고 말했다.  


2. 용기(Courage)

위기의 상황일수록 리더는 책임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위기 시에는 조직의 다양성과 포용에 반하는 도전적인 상황들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 포용의 리더는 직원들과 연합하여 겸허한 마음으로 조직을 이끈다. 직원들이 사적인 문제도 솔직하게 이야기하도록 장려하고, 차별 상황이 발생하면 바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특히 포용의 리더는 위기로 발생하는 재정적인 어려움을 지속가능한 전략적 방향으로 선회하는 용기 있는 결정을 내린다. 


최근에 페이스북(Facebook)은 정기적인 성과리뷰나 평가를 임시로 폐지했다. 직원과 직원 가족들의 안전과 정신 건강을 돕기 위한 배려다. 이 조치는 기업 운영에 있어서 전례 없는 파격적인 행보가 아닐 수 없다. 페이스북의 최고다양성책임자(Chief Diversity Officer)인 맥신 윌리엄스(Maxine Williams)는 “이 위기의 충격은 직원들과 그 가족들, 누구에게나 올 수 있기 때문에, 성과에 대한 스트레스까지 받게 되면 정신 건강에 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우리는 직원들이 집에서 가족을 돌보며 편하게 일하도록 장려하고 부가적인 급여까지 지급하고 있지요.”라고 말했다. 


3. 인지(Cognizant)

코로나와 같은 위기 상황이 닥치면, 사람에게 무의식의 편견이 더 크게 발생한다고 한다. 무의식의 편견으로 사람은 인지의 사각지대(Blind spots)가 생기고 이로 인하여 올바른 판단이나 객관적인 이성에서 벗어난 행동을 할 수 있다. 특히 급변하는 위기 상황에서 리더는 충분한 정보의 검토 없이 판단하고 결정하는 경향이 크고, 스트레스나 두려움이 커지면서 편견은 증폭된다고 학자들은 말한다. 포용의 리더는 무의식의 편견을 스스로 잘 인지한다. 그는 그것이 혹시라도 불평등이나 배타적인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항상 주의를 기울인다.


그래서 포용의 리더는 특히 현재와 같은 위기의 상황에서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플랫폼, 개인 메일 등 여러 채널을 항상 열어두고, 어떤 목소리와도 소통하려고 노력한다. 또한 직원들의 다양한 사회문화적인 배경을 올바로 인지하여, 조직 내에서 차별과 소외감이 없도록 항상 점검한다. 


4. 문화적 지능(Cultural Intelligence)

코로나바이러스의 발발과 진원에 근거한 차별이 비즈니스계에서도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포용의 리더들은 이것을 문화적 다양성의 인식과 이해가 부족한 탓으로 생각하고 여러 대응책을 마련한다. ERGs(Employee Resource Groups)나 사내 동호회와 같은 커뮤니티의 소통을 증대시키는 등 문화적 지능 향상에 큰 노력을 한다. 특히 대면이 어려운 현재 상황에서, 직원들이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채널을 마련하고 문화적 민감성을 향상하는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이나 워크숍을 제공하고 있다.


일부 글로벌 기업들은 온라인으로 해피타임(Virtual happy hours)이나 모닝커피 미팅, 디지털 타운홀 미팅 등 다양한 채널로 서로 소통하면서 학습하도록 돕는다. 링크드인(LinkedIn)의 다양성 책임자인 로재너 두루시(Rosanna Durruthy)는 “우리는 가상의 채널을 통해 미팅할 때, 한 가지 룰을 권고하지요. 그것은 업무에 관한 주제로 들어가기 전에 서로의 근황이나 주변 상황 등을 공유하고 안부를 묻도록 하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5. 돌봄(Care)

포용의 리더는 위기에서 발생하는 현상들을 주의 깊게 바라보면서 기업의 이해관계자들을 깊이 이해할 기회로 삼는다. 특히 지금과 같은 코로나 시기에는 기업이 직면하는 새로운 변화와 요구에 신속히 적응해야 한다. 즉 이해관계자들, 특히 직원들의 안전과 돌봄에 필요한 새로운 규정이나 정책을 만들어 실행해가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된다.


실제로 일을 줄이고 가족을 돌봐야 하는 직원들이 점점 늘어 가는가 하면, 바이러스에 노출되어 격리나 의료서비스가 필요한 직원, 생필품 보급 등 특별한 케어가 필요한 직원들에 이르기까지 많은 돌봄 서비스가 필요하게 된다. 또한 이러한 정책들이 만들어지면 일관성 있게 실행하는 것도 중요하다. 즉 포용의 리더는 일과 안전에 대한 균형을 철저히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최근 스타벅스(Starbucks)는 주 20시간 이상의 전일제 근무자에게 특별 인사 규정을 적용한다. 코로나와 같은 위험한 시기에도 병가를 활용할 수 있고 별도의 재난 수당을 지급하였다. 위험을 꺼려서 장기휴가를 낸 직원들도 30일간의 급여를 받을 수 있다. 스타벅스의 최고다양성책임자인 징가 쇼우(Nzinga Shaw)는 “어떤 직원들은 코로나로 인하여 노출되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한편 어떤 직원은 바이러스로 인해 특별한 돌봄을 받아야 할 가족들이 있지요. 우리 직원들이 처한 상황이 모두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고 적합한 돌봄 서비스를제공합니다.”라고 말했다. 


6. 협력(Collaborate) 

위기에 직면했을 때 포용의 리더들은 조직의 협력 모델을 재정립하는 기회로 삼는다. 현재 많은 기업이 기존의 업무를 원격이나 대체 업무로 전환하고 있다. 이때 포용의 리더들은 코로나 이후, 어떠한 위기가 오더라도 유연성 있게 대응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협업 방식들을 구상한다. 


직원들이 물리적인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업무에 쉽게 적응하도록 업무 매뉴얼과 도구들을 개선한다. 즉 직원들 간에 스케줄이나 공간이 다르더라도 서로 협력하고 소통할 수 있는 협업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다. 또한 그들이 선호하는 업무 스타일을 존중하면서 외부의 변화에도 적응 가능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      


최근 페이스북은 원격 업무가 본격화되면서, 여성 커뮤니티의 사이버 활동이 활발하다. 여성 직원들은 이곳에서, 집에서 머리를 손질하는 법이나 건강식을 만드는 레시피 등 다양한 주제로 소통한다. 그리고 업무를 위한 팀과의 소통도 디지털 채널을 통하여 일상화했다. 업무 미팅은 물론 매니저와 원온원(One-on-one) 업무 보고, 혹시라도 차별의 여지가 있는 직원과는 정기적인 소통 등 대부분의 업무 처리가 디지털 채널로 가능하도록 구성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우리의 생활을 바꾸고 경제를 악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우리의 위상도 바꾸었다. 우리나라가 코로나의 위기에 잘 대처하고 상황을 호전시키는 모범사례가 된 것이다. 실제로 많은 국가의 리더들이 방역 프로세스에 대한 조언을 구하고 있다.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비상이 걸린 우리나라를 무시했던 나라들도 지금은 우리가 만든 마스크와 방역진단키트를 절실히 원한다. 이제는 ‘안전한 나라’라는 국가적 아이콘이 되었다는 의미다. 


가만히 생각해보자. 우리가 ‘방역 선진국’이나 ‘안전한 나라’라는 소리를 예전에 들었던 적이 있었던가? 오히려 불과 6년 전에 바다 위에서 생방송이 되던 그 비극적 사건, 서울 중심에 서 있는 다리가 한순간 내려앉고 멀쩡해 보이는 백화점이 힘없이 무너지는 등 안전 불감증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 큰 사건으로 각인되었던 나라가 아니었나? 물론 코로나의 위기는 과거의 뼈저린 아픔을 학습했던 국민들이 안전에 대한 실천 의지와 강한 공동체 의식을 작용하게 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VUCA와 같은 위기상황을 정확히 인지하고, 협력하면서 돌보는 문화로 용기 있게 대처하는 각계각층 포용의 리더들이 없었다면 가능했을까? 무엇보다도 위기를 위기로 올바로 보고 사람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포용의 리더십이, 바로 위기에서 발휘해야 하는 리더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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