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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구 Mar 26. 2021

젊은 보스와 잘 지내시나요?

이종구 박사의 다양성 칼럼

                                                                                                              그림 출처: semiye.com


오늘날 기업 조직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여러 세대가 공존하는 것이고, 세대 간 갈등이 중요 이슈로 부각된다는 것이다. 특히 상사와 부하의 관계에서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한편 여러 기업이 연공서열을 탈피하고 능력 위주의 인사정책을 펼치면서, 젊은 리더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이것은 세대 간 갈등의 또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최근 미국의 어느 연구 기관의 보고서에 따르면, 대부분 직장인은 나이 많은 직원을 부하 사원으로 두거나 나이 적은 보스와 일하는 것이 비교적 편안하다고 했다(“Age Is No Issue”, Talent Development). 직장인 1000명을 설문 조사했는데 10명 중 8명은 나이 어린 보스와 일하는 것에 문제가 없고, 10명 중 9명의 보스는 나이 많은 부하 직원과 일하는 것도 괜찮다고 했다. 

출처: Talent Development


정말 그럴까? 설령 미국과 우리의 기업 문화가 어느 정도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이 결과는 좀 납득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유를 살펴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나이 어린 보스와 일하는 것이 문제가 없다고 응답한 사람 대부분의 업무가 비교적 단순한 일이거나 퇴직을 앞둔 55세 이상의 직원들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다른 연구 조사를 살펴보니 이번에는 상반된 결과가 나왔다. 약 22%의 직원들은 젊은 상사의 리더십 스타일 때문에 큰 고충을 겪고 있고, 약 25%의 직원들은 젊은 상사가 생각하는 업무의 가치와 기대치가 자신과 다른 것이 가장 큰 도전이라고 말했다. 또한 의사소통이나 동기부여 방식이 다른 것도 큰 갈등의 요인이 되고 있었다.       


이러한 갈등은 유럽도 비슷한 것 같다. 예컨대 많은 독일 기업들은 인구절벽 문제로 젊은 직원을 빨리 승진시키는 정책을 펼친다. 그러다 보니 젊은 상사의 지시를 받는 경우가 점점 많아진다. 독일의 기업 문화가 원래 연공서열을 중시하지는 않지만, 상사가 지나치게 어리면 부정적인 효과가 나타난다고 한다. 독일 기업을 연구한 어느 보고서에 따르면, 젊은 상사와 직원 간에 나이 차이가 2년씩 날 때마다 기업의 성과가 약 5%나 감소한다는 흥미로운 결과도 있다. 더 재밌는 점은 상사의 절대 연령은 중요하지 않고, 단지 부하 직원과의 나이 차이만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장유유서(長幼有序)의 전통이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그 어느 나라보다 심하다고 하면 과장일까? 대부분 공기업들은 여전히 연공서열을 기반으로 직위가 결정된다. 일반기업의 경우는 점차 능력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젊은 매니저들이 요직으로 승진되는 경우가 꽤 있다. 하지만 인사의 근본 프레임에서 연공서열은 아직 무시할 수 없다고 인사 담당자들은 말한다. 왜냐하면 연공서열이 역전되면 그만큼 잠재적인 부작용이 많기 때문이란다. 이와 관련하여 국내 기업들의 구체적인 통계나 연구는 찾지 못했다. 하지만 어느 인사 컨설턴트의 칼럼에서 이 상황을 잘 설명해 주는 사례가 있어 소개한다.      


어느 능력 있는 팀장이 45세에 임원으로 승진하면서 팀장 자리가 공석이 되었다. 그런데 팀장 밑에 있는 과장의 나이가 42세여서 43~44세의 팀장을 찾고 있더라는 것이다. 과장보다는 연차가 높아야 하며 학번도 빨라야 한다는 것이다. 정작 팀장으로서 적절한 후보인지를 검증하는 것은 나중 문제라면서.      


또 다른 예가 있다. 대기업에서 잘 나가는 어떤 사람이 이직한다고 하여 그 이유를 알아보았다. 그는 회사 내에서 유일하게 매년 연속으로 S등급을 받았을 정도로 업무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다 보니 직급이 남들보다 앞서게 되고 본인보다 직급이 낮은 선배들이 생기게 되었다. 그런 선배들이나 동기들은 그와 함께 일하는 것을 부담스럽게 여기기 시작했다. 결국 최연소 부장이지만 진작 달았어야 할 팀장 보직을 받지 못했다. 결국 그는 자신의 꿈을 찾아 이직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우리나라 직장인 중 연공서열에 관해서는 남성보다는 여성이 훨씬 관대하다고 한다. 예컨대 이직 후보자에게 팀장의 나이를 말해주면서 스카우트 제안을 하면, 남성들은 일반적으로 피하고 반면에 여성들은 훨씬 쿨한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여성들은 ‘차라리 더 편하게 일할 수 있지 않겠느냐’라는 반응이란다. 한편 남성들은 군대를 다녀와 계급 문화에 익숙하리라 생각했는데 현실은 의외로 그 반대다.      

출처: kr.pixtastock.com


결국 젊은 상사의 문제는 나라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세대 다양성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그러면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 관련하여 포브스지는 최근 발표한 ‘밀레니얼 매니저들(Millennial Managers: A Guide for Successful Management)’이라는 글에서 간단하지만, 의미 있는 제안을 했다.      


젊은 리더는 세대가 다른 직원을 상대할 때, 보유한 능력과 나이 차에 의한 다른 점을 정확히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즉 세대로 인한 문화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다양성으로 구분하지 못하면 경험이 풍부한 직원들의 잠재적 능력을 활용할 수 없게 된다. 기업 역시 젊은 리더가 세대 간 협력을 잘 리드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한다.      


미국 경영자 협회(American Management Association)는 ‘젊은 보스와 나이 많은 직원(Younger Boss/Older Worker)’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세대 차를 잘 다루는 조직이 되기 위하여 몇 가지 실천원칙을 제시했다. 

첫째, 의도적으로 다양한 세대로 구성된 조직을 만들어 보라. 

둘째, 세대 간 차이와 강점을 인식하고 이해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라. 

셋째, 다른 세대와 효과적으로 소통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라.      


이제 어느 기업이든 젊은 상사의 문제는 불가피한 문제일 것이다. 그리고 오늘날과 같은 다양성의 시대에, 기업이 연공서열에 의한 조직구조를 고집하는 것은 오히려 경쟁력을 쇠퇴하는 길임을 잘 안다. 특히 계급을 중시해 온 우리 기업 문화에서 연공서열을 없애기는 결코 쉽지 않지만 극복해야 할 일이다. 기업은 여러 선진 가이드라인을 잘 참조하면서, 직원이나 리더가 세대 다양성을 잘 이해하고 수용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그러면 새로운 세대들이 안정감 있게 리더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고, 직원들은 젊은 리더를 잘 이해하고 협력하는 분위기로 만들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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