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구 박사의 다양성 칼럼
현재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SNS중 하나를 꼽자면 바로 핀터레스트(Pinterest)를 들 수 있다. 핀터레스트는 개인에 따라 관심사가 다르다는 것에 착안하여 관심 정보를 공유하는 네트워크로, 예컨대 옷 잘 입는 법이나 요리, 여행, 디자인 등 사용자가 원하는 범주에 따라 관련된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다. 핀터레스트는 비록 후발주자이지만 2020년 말 기준으로 전 세계 월 사용자가 4억4천2백만 명에 이를 정도로 크게 성장했다.
전 세계의 불특정 온라인 사용자를 대상으로 서비스하는 SNS 비즈니스는 주로 가입자 수와 사용의 빈도수에 따라 성과를 결정한다. 그리고 온라인 사용자는 누구나 나이, 색깔, 종교, 지리적 위치 등과 관계없이 실시간으로 교류하기 때문에, SNS에서 다양성은 매우 중요한 비즈니스 사안이다. 즉 다양한 고객들이 SNS 공간에서 얼마나 활발한 소통을 하며 서비스를 발전시키느냐에 따라 비즈니스의 성패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현재 구글 벤처(GV)의 최고 다양성 책임자로서 활약하는 캔디스 모간(Candice Morgan)은 핀터레스트 최초의 다양성 책임자였다. 그녀는 다양성 전문가로서, 많은 기업을 컨설팅한 경험을 기반으로 핀터레스트의 다양성 전략을 이끌었다. 그녀는 여성이나 여러 소수 그룹의 인력 다양성에 중점을 두면서, 핀터레스트의 지속적인 성장에 중요한 모멘텀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리하여 ‘창조적 비즈니스를 이끈 인물(Fast Company's Most Creative People in Business)’과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의 아프리카계 미국인(The Root's 100 Most Influential African-Americans)’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녀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기고한 칼럼에서, 핀터레스트와 같은 첨단 정보 서비스 기업이 다양성 전략을 실행할 때 무엇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지를 제시했다(“Improving Diversity Rates at Pinterest”, Harvard Business Review, 2017).
첫째로 다양성은 단순한 목표가 아닌 그 중요성을 먼저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양성이 핀터레스트의 비즈니스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구체적으로 사이버 공간에서 발생하는 다양성의 문제는 무엇이고, 어떻게 인지하고 대응할 것인지를 전 직원이 여러 모범 사례를 통해 이해하도록 했다. 또한 다양성의 결여가 어떻게 무의식 편견을 발생시키고, 왜 잘못된 결정으로 유도하는지 등의 실질적인 사례들도 공유하여 숙지하도록 했다. 효과는 놀라웠다. 고객 서비스의 질이 눈에 띄게 향상되고, 직원들의 책임감이나 위험을 감수하고 도전하는 능력이 높아졌다. 또한 매니저들의 권한 위임 범위도 크게 확장되는 등 많은 긍정적 결과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것이 곧 비즈니스 성과로 이어짐은 물론이다.
둘째로 다양성은 편한 것만 아니라 불편한 것도 끌어안아야 한다. 어느 조직이든 다양성 전략이나 규정에 불만을 느끼거나 그 효과를 의심하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다. 그럴 때 기업은 반대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고 진심으로 다가서야 한다.
예컨대 핀터레스트가 혁신을 위한 다양성 정책으로 새로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전산 경력이 아닌 다른 분야의 사람을 채용하려고 했지만, 내부 반대의 목소리가 컸던 모양이다. 그래서 타협안으로 먼저 인턴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효과를 먼저 측정해보기로 했다. 결국 이러한 다양성의 시도로 인하여 이제껏 보지 못했던 혁신적인 새로운 인재들을 발굴할 수 있었다.
셋째로 다양성은 느린 것이 아니라 더 효율적인 것이다. 고속으로 성장하는 핀터레스트는 항상 젊고 신선한 아이디어, 그리고 빠른 대응과 결과를 추구해 왔다. 그래서 내부에서는 다양성 정책이 자칫 발목을 잡는다는 우려의 소리도 있었다. 예컨대 신규 채용이 너무 신중하여 더디 진행된다거나, 임원을 채용할 때 루니 룰(Rooney Rule)을 적용하여 반드시 한 명 이상의 여성과 소수 그룹의 후보자를 올리도록 규정하는 등이 해당한다. 그러나 다양한 렌즈를 통하면 얼마나 후보자를 면밀하고 사려 깊게 볼 수 있는지, 직원들은 채용 이후에 그 결과를 보고 깨닫게 된다.
마지막으로 다양성은 시행착오의 여정이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예상 밖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예컨대 채용에서 차별을 방지한다는 목적으로 이력서에 이름을 없애는 방안을 도입했다. 그런데 막상 평가자는 다른 암시나 편법을 사용하면서 일관성 없는 의사 결정을 하는 등 부정적인 결과가 나타나 부득이 그 제도를 수정하는 경우도 있었다. 중요한 것은 다양성이 목표가 아니라 과정이라는 점이다. 목표와 다른 결과가 나오거나 예측될 때, 유연성 있게 목표를 수정해야 하고 때로는 전략 자체를 과감히 바꾸는 결단도 필요한 것이다.
오늘날 많은 온라인 기업들이 전 세계인을 상대로 SNS나 멀티미디어 서비스, 전자상거래 등 다양한 비즈니스를 수행한다. 사이버 공간에서 고객들이 인구통계학적 속성에 따라 어떤 행동 패턴을 보이고, 어떤 유형의 의사결정을 하는지 등의 분석 정보는 온라인 마케팅에서는 매우 중요한 내용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다양성의 개념이다. 왜냐하면 최대한 넓은 스펙트럼의 고객층을 이해하고 최적의 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곧 오늘날의 성공 비즈니스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SNS의 최고 플레이어답게 핀터레스트는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능력 있는 다양성 전문가를 영입하여 놀라운 성과를 올렸다. 그녀가 다양성 전략을 실행하면서 얻은 귀하고 소중한 통찰은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그러한 통찰이 바로 다양성의 가치가 비즈니스 가치로 전환되게 하는 동력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