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종구 Jun 20. 2019

차별이나 차이나 그게 그 말
아닌가요?

이종구 박사의 다양성 칼럼

수년 전 어느 TV 방송의 뉴스(JTBC 뉴스룸, 2015년 1월 4일)를 보고 황당한 적이 있었다. 영어 학원 강사를 모집하는데 자격요건에 ‘Caucasian only(백인만 지원 가능)’라는 광고를 공개적으로 냈단다. 미국이나 일부 유럽에서 이런 행위는 적극적 조치(Affirmative Action) 등으로 형사 처분까지 받을 수 있는 엄중한 사항이다. 


그 이유를 들어보면 더욱더 가관이다. 수강하는 어린 학생들이 흑인 선생님을 무서워해서 부모들이 학원에 건의했단다. 자기 아이가 검은색 피부에 눈만 반짝반짝 보이는 선생님이 섬뜩해서 옆에 가까이 가기도 꺼린다는 것이다.


한국에 온 지 8년째인 미국인 레지널스씨는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여러 학원에 지원했지만 번번이 채용에서 탈락했다. 학원 측에 그 이유를 물어보니 답변은 ‘흑인이라서’ 또는 그냥 ‘이유 없음’ 이었다. 이 또한 일부 국가에서는 인종차별로 처벌을 받을 수 있는 행위다. 이런 행태들이 교육의 중심지라 불리는 서울 도심의 한복판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한심스럽기도 하고 한편 그 무지함에 두렵기까지도 하다. 어린 학생들의 마음 깊은 곳에 잘못된 편견이 자라면서 본인 자신과 우리 사회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 말이다.


그의 말을 들어보면 한국의 영어 학원가에는 뚜렷한 인종계급이 있다고 한다. 첫 번째는 백인 여성이고 두 번째는 백인 남성이다. 그다음은 아시안 계 여성 등등. 뉴스는 당시 전국 영어학원에 약 3300여 명의 원어민 강사가 있다고 전했다. 순간 얼마 전 다른 기사가 떠올랐다. 어떤 백인 성범죄자가 한국으로 피신해 와서 영어 강사를 하다가 붙잡혔다는 내용이었다. 정작 자격도 안 되는 성범죄자를 먼저 가려내야 하는 것은 누가 봐도 상식이다.


한 인터넷 포털에서 나온 사례다(네이버 지식백과, 2011). 어느 학교의 한 남학생이 씩씩대면서 이렇게 말했다. “오늘 청소 시간에 선생님 때문에 좀 화가 났어요. 선생님께서 책상 같은 무거운 물건은 모두 남학생한테만 옮기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선생님께 이거 남녀 차별 아니냐고 얘기했더니 ‘이건 차별이 아니야. 남녀 차이를 고려하는 거지’라고 하셨어요. 아니 차별이 아니라 차이라고요? 차별이나 차이나 그게 그 말 아닌가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차이를 틀린 것으로 생각할 때 차별이 시작된다는 점이다. 이 두 단어는 발음상으로도 비슷해 보이지만 그사이에는 엄청난 간극이 존재한다. 마치 유대인 학살의 원흉인 아돌프 히틀러가 이 같은 생각으로 인류 역사상 엄청난 비극을 만들었던 것처럼 말이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차이와 차별은 엄격히 구분되어야 한다. 지하철역마다 설치된 리프트, 육교에 설치된 엘리베이터, 출입구에 가까운 장애인 전용 주차장 등은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차이를 인정하고 배려한 시설이다. 반면에 피부색으로 고용이나 승진에서 불이익을 주거나 일과 전혀 상관없는 용모로 평가하는 것, 나이가 어리다고 급여를 적게 주는 것 등은 엄연한 차별이다.


문제는 서로의 차이를 차별로 인식하고 행동하는 데에 있다. 그리고 그것으로 갈등이 생긴다. 우리가 매일 보는 정치권의 당파싸움이 그렇고, 이해관계자들의 역학적 차이를 갑을 관계로 규정하는 것도 그렇다. 또한 보수와 진보가 양분되어 대립을 위한 대립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다양성 관리의 전문가이신 성상현 교수님은 그의 칼럼에서 이와 차별을 ‘양날의 칼’과 ‘동전의 양면’이라 말했다. 그는 “배경과 자라온 환경이 서로 다른 사람들은 사건과 사물을 보는 시각과 해석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한 차이들을 인정하지 않고 자기주장만 고집하면서 갈등을 일으키면 그것은 차별이 된다. 그러나 각자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여 자유로운 소통이 이루어지면 그것이 곧 창조적 발전과 혁신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시장이 서로 다른 동력들에 의해 자유로이 움직이듯이, 조직은 차이에 대한 존중과 자유로운 소통을 통해 발전한다.”라고 말했다. 이 말을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당신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줄 서 있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