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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의 핵심,
시장과 고객 중심의 제품 전략

이종구 박사의 스타트업 칼럼

by 이종구

스타트업의 동기는 다양하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나 아이템이 떠올라 이를 구체적인 사업으로 발전시키고자 할 때, 특정 분야를 공부하면서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을 때, 혹은 사업에 대한 열정으로 아이템이나 기술을 보유한 파트너를 찾았을 때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이처럼 창업자들은 각자의 동기를 바탕으로 스타트업을 시작하며,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꿈을 키워나간다.


혁신 창업 프로세스

그러나 스타트업 생태계를 연구하는 기관과 다수의 학자들은 다양한 근거를 제시하며, 성공적인 스타트업의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말한다1. 왜일까? 스타트업이 제품을 시장에 내놓기까지의 과정, 즉 프로세스가 제대로 설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은 아이디어나 기술에서 출발해 고객을 발견하고 제품을 시장에 출시하기까지의 시간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초기 단계에서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성공 여부가 결정될 수도 있다. 이에 필자는 혁신 창업 프로세스를 개발해, 아이디어에서 시작해 구체적으로 시장을 세분화하고, 거점시장과 최종사용자 프로파일, 이를 바탕으로 적합한 페르소나를 선정할 것을 권고했다. 즉 제품보다는 먼저 고객이 누구인지를 찾아내는 것이 스타트업 성공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상위수준 제품사양( (High Level Product Specification)

이제 제품에 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다. 우선 상위수준의 제품사양(High-Level Product Specification)을 정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시장에 출시될 제품의 최종 이미지를 구체화하는 작업이다. 이때 고려해야 할 핵심 요소들이 있다.

첫째, 제품의 효용과 고객이 얻는 가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목표 고객 또는 페르소나의 최우선 과제와 부합하는 제품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본다: 제품이 고객의 우선순위에 맞춰 새로운 가치를 어떻게 제공할 것인가? 해당 우선순위를 해결하기 위한 기능은 무엇인가? 우선순위가 해결되면 고객은 어떤 혜택을 얻게 되는가?

둘째, 구체적이고 실체가 있는 제품으로 가정해야 한다. 제품의 설계가 모호하거나 구체적이지 않으면, 페르소나가 잘못된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다. 그리고 명확한 사양이 없을 때는 의사소통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셋째, 팀원 모두가 동일한 제품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미래에 출시될 제품의 기능과 가치를 명확히 정의하고, 이를 팀원들과 공유해 한 방향으로 협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협업을 위해서는 제품의 비전과 목표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마지막으로, 제품의 이미지를 큰 그림에서 시작해 지속적으로 다듬어 나가야 한다. 페르소나나 목표 고객과 공유하여 피드백을 받고, 이를 바탕으로 반복적으로 수정하고 개선하는 과정이다. 이 단계에서 중요한 점은, 제품의 실제 제작에 착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제품 개발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스타트업의 에너지를 소모시키고, 결국 고객보다 제품 자체에 집중하게 만드는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상위수준의 제품전략.png 출처: 스타트업 바이블

브로셔(Brochure) 제작

그렇다면 제품 사양은 어떻게 표현하는 것이 좋을까? 제품이 소프트웨어일 경우에는 논리적 순서도로, 앱이나 웹 애플리케이션이라면 화면 간의 프로세스를 통해 설명하는 것이 적절하다. 하드웨어 제품이라면 다이어그램이나 모형(Mockup)을 제작해 시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물론 이 외에도 여러 가지 방식이 있을 수 있다.

제품 사양이 확정되면, 이를 고객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브로셔(Brochure)이다. 많은 기업이 제품 개발이 완료된 후, 마케팅 차원에서 브로셔를 제작해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초기 스타트업 단계에서 브로셔를 제작하여 목표 고객에게 먼저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는 것이 훨씬 더 유용하다.


다음은 올바른 브로셔 제작을 위한 가이드라인이다. 스타트업은 이 가이드를 숙지하여, 제품에 적합한 내용으로 브로셔를 제작할 것을 권장한다.

1. 제품의 시각적 표현: 먼저 A4 용지에 제품과 작동 방식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각 그림에는 간단한 주석을 달아 핵심 기능과 특징을 설명하면 된다.

2. 회사 및 제품 정보: 브로셔에는 회사 이름과 제품 이름을 명확하게 기재하고, 사진이나 그림으로 제품이 무엇인지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한다.

3. 가치 제안: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고객이 얻는 가치이다. 페르소나의 최우선 과제를 해결하는 명확한 혜택을 표현해야 한다. 이때, 세 가지 정도의 핵심 혜택을 선별해 강조하는 것이 적절하다.

4. 추가 정보: 필요하다면 제품의 마케팅 전략에 맞는 부가 정보를 추가할 수 있다.

완성한 브로셔는 페르소나나 목표 고객에게 보여주면서 피드백을 받는다. 그들의 반응을 바탕으로 내용을 수정하고 다듬어, 고객이 만족할 때까지 개선해 나간다. 이 과정에서 브로셔를 통해 제품이 제공하는 가치가 페르소나의 우선순위를 해결하는지 끊임없이 검토해야 한다. 이렇게 최종적으로 완성된 브로셔는 제품의 전략적 방향과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고려대학교 학생 창업팀 ‘하이코치’ 사례

학생 창업팀 하이코치는 기존 퍼스널 트레이닝(PT) 시장에서 체계적이지 않은 고객 관리 문제와 PT에 대한 신뢰 부족으로 인한 접근성 저하 문제를 해결하고, PT 참여를 활성화하는 솔루션을 개발하고자 한다. 팀은 먼저 시장 세분화 과정을 거쳐,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PT를 받는 20~30대 여성을 주요 거점시장으로 선정했다. 이 중에서도 20대 중반 여성을 페르소나로 설정했다.

페르소나가 중요하게 여기는 구매 기준은 다음과 같다. 첫째, 체계적인 운동 일정 및 루틴을 지원받는 것, 둘째, PT에서 배운 운동을 혼자서도 쉽게 적용하도록 돕는 것, 셋째, 인바디 변화를 시각화하여 언제 어디서든 확인할 수 있는 기능, 마지막으로 나만의 식단 관리를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받는 것이다.

이러한 요구를 바탕으로 하이코치팀은 앱 기반 모바일 플랫폼을 개발해 출시할 계획이다. 상위 수준의 제품 사양은 아래의 그림과 같이 앱 화면을 중심으로 작성되었으며, 팀은 이를 바탕으로 페르소나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서비스를 구체화하고, 브로셔도 제작했다.

하이코치제품전략.png '하이코치'팀의 상위수준 제품사양 출처: 고려대학교

궁극적으로, 상위 수준의 제품 사양을 패키징한 브로셔는 초기 스타트업 활동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다. 우선, 제품에 대한 간결하고 강력한 엘리베이터 스피치로 활용할 수 있어, 짧은 시간 내에 핵심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유용하다. 또한, 언제 어디서든 일관된 메시지를 잠재 고객에게 제공하는 중요한 마케팅 도구 역할을 한다. 브로슈어는 곧 출시될 제품을 뒷받침하는 자료일 뿐만 아니라, 목표 고객에게 적합한 제품을 만들고 있는지 확인하고 전달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결론적으로, 스타트업의 성공은 고객에 대한 깊은 이해와 이를 바탕으로 한 제품 개발 프로세스에서 결정될 수 있다. 제품을 정의하기 전에 반드시 목표 고객을 명확히 규정하고, 그들의 요구와 우선순위를 해결할 수 있는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상위 수준의 제품 사양을 구체화하고, 고객의 피드백을 반영한 브로셔를 통해 제품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검증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제품 개발 초기 단계에서 고객의 피드백을 지속적으로 수렴하고, 이를 반영해 제품 사양을 다듬어 나가는 것이 스타트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핵심 전략이다. 제품 자체보다 고객 중심의 사고를 유지하며,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가치를 제품으로 제공하는 것이 성공적인 스타트업으로 성장하는 필수적인 조건이 될 것이다.

참고문헌

1. ‘스타트업의 여정: 성공과 실패 요인’, 이종구, 융합경영리뷰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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