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구 박사의 스타트업 칼럼
성공적인 스타트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창업자가 반드시 고려해야 할 몇 가지 핵심 요소가 있다. 첫째, 최적의 목표 고객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정의해야 한다. 또한, 고객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명확히 제시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여기에 더해 꼭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요소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핵심역량(Core Competency)이다. 핵심역량은 스타트업만의 독창적인 '비밀 소스'로, 고객에게 가치를 경쟁자보다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차별화된 역량을 뜻한다. 이는 경쟁자가 절대로 모방하거나 쉽게 따라잡을 수 없는 차별화 포인트이자, 스타트업의 경쟁력 원천이 된다.
뿐만 아니라, 핵심역량은 스타트업이 경쟁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고 진입 장벽을 강화하는 중요한 안전장치 역할을 한다. 따라서 스타트업은 적어도 하나 이상의 핵심역량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전형적인 핵심역량
오랜 시간 동안 자리 잡아 온 핵심 역량들이 있다. 그중 대표적인 몇 가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다. 이는 “네트워크의 가치는 사용자 수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메칼프의 법칙(Metcalf’s Law)에 기반한다. 즉, 사용자가 많은 솔루션일수록 신규 고객에게 더 큰 가치를 제공한다고 여겨진다. 예를 들어, 메타(Meta)와 링크드인(LinkedIn) 같은 주요 플랫폼 기업들은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사례다.
둘째, 혁신적인 고객 서비스(Customer Service)다. 고객 서비스에 최우선 가치를 두는 전략으로, 기업은 강력한 입소문 효과를 통해 빠른 성장을 이룰 수 있다. 예컨대, '무조건 환불'이나 '7시간 내 배송' 같은 파격적인 서비스 정책은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고 매출 기회를 확대하는 데 크게 기여한다. 이러한 전략을 통해 성공한 기업으로는 노드스트롬(Nordstrom)과 IBM 등을 들 수 있다.
셋째, 최저가(Lowest Price) 전략이다. 이는 규모의 경제를 기반으로 한 접근 방식으로, 과거부터 많은 기업들이 채택해 온 전략이다. 특히, 중국 기업들 중 상당수가 이 전략으로 성공을 거두었으며, 월마트(Walmart)와 이마트(Emart) 역시 한때 최저가 전략을 통해 주목받은 바 있다.
마지막으로,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 UX)을 꼽을 수 있다. 이는 사용자 경험을 최고의 가치로 삼아 제품의 디자인과 기능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접근법이다. 사용자 경험 중심 전략은 뉴욕의 패션 산업이 발전하던 시기에 스타트업 성공에 큰 영향을 미친 바 있다. 한편 애플(Apple)은 사용자 경험을 핵심 전략으로 삼아 고객의 감성적 충성도를 끌어냈다. 아이폰(iPhone)을 비롯한 애플의 제품들은 디자인과 사용자 기능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개발되어, 전 세계적으로 높은 브랜드 충성도를 자랑한다. 이처럼 사용자 경험을 핵심역량으로 삼는 전략은 감성적 연결과 차별화를 통해 경쟁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강력한 도구로 자리 잡았다.
자신만의 핵심역량 개발
앞서 살펴본 다양한 핵심역량들은 특정한 맥락에서 기업에 강력한 경쟁력을 제공하며, 성장과 성공을 이끄는 중요한 기반이 되어 왔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이러한 역량들이 이미 광범위하게 일반화되어 더 이상 독보적인 차별화 요소로 작용하기 어렵다.
현대의 스타트업은 보다 세밀하고 정교한 핵심역량을 찾아 이를 제품 개발과 고객 마케팅에 효과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실제로 많은 창업자가 머릿속에 자신만의 핵심역량을 막연히 떠올리고 있지만, 사업 기획 단계에서 이를 명확히 정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핵심역량을 명확히 정의하면, 목표 고객을 보다 구체적으로 설정하고, 비즈니스의 방향성을 뚜렷하게 잡을 수 있다. 핵심역량은 외부 환경 분석과 내적 성찰의 결합으로 이루어지며, 이를 제대로 발견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깊은 통찰력이 요구된다. 이는 단순히 스타트업이 속한 산업 내에서만 영감을 얻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되는 방법론이나, 심지어는 사소한 일상에서도 아이디어를 끌어낼 수 있다. 결국, 핵심역량은 스타트업이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최후의 방어선이다. 이 독창적인 '비밀 소스'가 있기에 스타트업은 끝까지 경쟁력을 유지하며, 시장의 도전 속에서도 비즈니스를 지속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다.
핵심역량의 조건
그러면 스타트업의 핵심역량은 어떤 조건을 가져야 할까?
MIT 마틴 트러스트 기업가정신 센터의 소장인 빌 올렛(Bill Aulet) 교수는 스타트업의 핵심역량이 가져야 할 세 가지 중요한 특성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1.
첫째는 ‘차별성’이다. 스타트업의 핵심역량은 경쟁자들이 쉽게 모방할 수 없는 독창적인 특징을 가져야 한다. 이는 스타트업만의 고유한 장점이 되어야 하며,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차별화된 요소여야 한다.
둘째는 ‘중요성’이다. 핵심역량은 스타트업의 제품이 목표 고객에게 필수적이고, 그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고객의 최우선 니즈를 충족시키는 것이어야 한다.
셋째는 ‘성장성’이다. 스타트업의 핵심역량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비즈니스를 확장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즉,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증명하거나 명확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스타트업은 자신이 가진 핵심역량을 제시할 때, 반드시 위의 세 가지 요소를 충족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설계해야 한다. 이는 기업의 성공과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고려대학교 학생 창업팀 ‘LookNote’의 핵심역량 사례
리워드 기반 패션 플랫폼, 'LookNote' 팀은 패션에 관심이 많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여성 소비자를 대상으로, 패션/의상 전공의 20대 대학생 여성들을 코디네이터로 매칭하는 독창적인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이 플랫폼은 트렌드에 민감한 패션 시장에서 젊은 디자이너들이 코디네이터로 활동하며, 사용자들에게 감각적이고 실용적인 패션 콘텐츠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젊은 소비자들은 코디 기반의 콘텐츠를 보다 쉽게 탐색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편리하게 쇼핑까지 이어질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얻게 된다. LookNote는 콘텐츠 제작과 쇼핑을 자연스럽게 연결하여 차별화된 가치를 제안한다.
LookNote 창업팀은 핵심역량을 정의하기 위해 다음 세 가지 렌즈를 활용했다.
첫째는 차별성으로, LookNote는 다양한 젊은 패션 디자이너들이 코디 디자이너로 참여해 독창적인 패션 콘텐츠와 상품을 손쉽게 제작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소비자들은 자신만의 독자적인 콘텐츠를 얻으면서 또한 편리하게 쇼핑을 즐길 수 있어, 기존 플랫폼과는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한다.
둘째는 중요성으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여성 소비자들이 원하는 다양성과 개성을 반영하여, 저렴한 가격대에서도 고퀄리티의 제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또한, 명품과 같은 독창적이고 희소한 제품을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여, 목표 시장의 니즈를 충족시킨다.
셋째는 성장성으로, LookNote는 소비자들이 자신만의 코디네이터나 디자이너를 팔로우하는 새로운 소셜 쇼핑 경험을 제공한다. 동시에, 다양한 젊은 패션 디자이너들이 이 플랫폼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형성한다. 이를 통해 LookNote는 더욱 강력한 패션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개인화된 소비 경험과 디자이너 브랜드의 생태계를 강화하며 성장할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LookNote 창업팀은 핵심역량을 ‘다양한 젊은 패션 디자이너들의 독창적인 패션 코디 콘텐츠’로 정의했다. 이는 소비자들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고, 패션 시장에서 새로운 트렌드를 주도하는 원동력이 되고자 한다.
핵심역량은 스타트업이 지속 가능하고 경쟁력 있는 비즈니스를 구축하기 위한 필수 요소로, 성공적인 기업을 이끄는 기반이 된다. 이를 위해 핵심역량은 반드시 차별성, 중요성, 성장성이라는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핵심역량은 단순히 한 가지 기술이나 기능에 그치지 않고, 외부 환경 분석과 내적 성찰을 통해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과정이 중요하다. 결국 핵심역량은 스타트업의 최후의 방어선이자 지속 가능한 성장의 원동력으로,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이끌어 나가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빌 올렛 교수는 '스타트업이 자신만의 강력한 핵심역량을 개발하는 과정이 매우 어렵고 도전적일 수 있지만, 이 핵심역량이 결국 비즈니스의 위대한 성장과 확장의 원동력이 될 것'라고 말했다.
참고문헌
1. Bill Aulet, Martin Trust Center for MIT Entrepreneurshi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