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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스타트업과 스프린텔리전스 시대의 도래

이종구 박사의 스타트업 칼럼

by 이종구

생성형 AI 시대, 에이전트 중심의 혁신

2022년, 오픈AI(OpenAI)는 거대언어모델(GPT-3.5)을 기반으로 한 챗봇, ChatGPT를 대중에 공개하면서 본격적인 생성형 인공지능 시대의 문을 열었다. 이는 단순한 기술 발표를 넘어, 인간처럼 사고하고 대화하는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AGI), 즉 범용 인공지능에 대한 기대를 현실로 바꾸는 신호탄이었다.

이후 생성형 AI는 단순한 텍스트 생성에서 나아가 이미지, 오디오, 비디오 등 다양한 형식의 데이터를 이해하고 생성하는 멀티모달 AI로 진화했다. 이와 함께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글로벌 테크 기업들은 앞다투어 멀티모달 생성형 AI를 선보이며 경쟁에 불을 붙였다. 이 기술들은 단순히 전문가들의 관심을 끌었을 뿐 아니라, 일반 대중의 일상과 라이프스타일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다양한 산업에서 생성형 AI의 도입을 통해 업무 프로세스의 효율성과 생산성 향상을 추구하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실제로 세계적인 기술분석 기관 가트너(Gartner)는 “향후 5년 내에 멀티모달 생성형 AI가 조직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말은 곧 AI가 특정 산업에만 국한되지 않고,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모든 영역에 적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의미한다1.

특히 최근 주목받는 영역은 AI 에이전트(AI Agent)다. 이는 사용자의 요청을 이해하고, 판단하여 적절한 도움을 제공하는 일종의 디지털 조력자다.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이러한 AI 에이전트를 활용한 혁신적인 스타트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으며, 이들은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춘 특화형 에이전트를 통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AI 에이전트는 크게 수평형(Horizontal)과 수직형(Vertical)으로 구분된다. 수평형 에이전트는 연구개발, 재무, 마케팅, 영업 등 기업 내 범용적인 업무의 자동화를 지원하며, 수직형 에이전트는 의료, 법률, 제조 등 특정 산업이나 전문성을 요구하는 복잡한 업무에 특화된 인공지능으로 기능한다.

생성형 AI의 등장은 단순한 기술 진보를 넘어, 새로운 산업 구조와 업무 방식, 나아가 인간의 사고방식 자체를 변화시키는 혁신의 기점이 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점점 더 똑똑해지는 AI 에이전트가 있다.


AIagentmarket.png AI 에이전트 시장과 전망 (출처: 리서치앤마켓)

AI 스타트업, 제2의 닷컴 열풍?

한편, 2024년 기준 전 세계 AI 스타트업의 수는 약 67,200개에 이르며, 이 중 상당수가 AI 에이전트 기술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2. AI에 대한 관심은 투자 지표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2024년 한 해 동안 AI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규모는 1,000억 달러를 돌파, 이는 전체 벤처 캐피털 투자액의 무려 37%를 차지하는 수준이다3.

이러한 흐름은 2025년 들어서도 계속되고 있다. 2025년 초 단 두 달 동안 유럽의 AI 스타트업들은 이미 6억 유로 이상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으며, 이는 2024년 유럽 전체 스타트업 투자액의 30% 이상에 해당하는 규모다. 또한, 2024년 기준 전 세계 AI 유니콘 기업은 214개에 달하며, 이들 역시 대부분 AI 에이전트 기술을 핵심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이처럼 생성형 AI와 AI 에이전트는 단순한 기술 트렌드를 넘어, 미래 산업의 핵심 생태계로 자리잡고 있다. 앞으로의 AI 시장은 특정 플랫폼이나 도구를 넘어, ‘어떤 문제를 누구를 위해 해결하는가’에 집중하는 특화된 AI 에이전트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것은, 끊임없는 혁신과 실행력을 갖춘 AI 스타트업들이다.

한편 이러한 AI 스타트업 열풍은 우리에게 1990년대 말의 ‘닷컴 열풍’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네트워크 공간이 열리면서 수많은 디지털 스타트업이 등장했고, Amazon, Google, Facebook과 같은 거대 플랫폼 기업이 자유로운 글로벌 환경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이 자유로운 디지털 공간에도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각국 정부가 사이버 보안, 개인정보 보호, 국가 안보 등의 명분 아래 인터넷을 제한하기 시작했고, 결국 글로벌 인터넷은 국가별 경계선이 명확해진 소위 '스플린터넷(Splinternet)' 시대로 접어들었다4. 이로 인해 많은 디지털 스타트업은 불가피하게 기술적·법적 장벽과 리소스의 분산이라는 비용을 감수해야 했다.

그렇다면 지금의 AI 스타트업은 과연 이와 다른 길을 걸을 수 있을까? 현재의 AI 생태계는 매우 개방적이고 유연하다. 누구나 API에 접근할 수 있고, 클라우드 기반의 모델을 활용해 글로벌 서비스를 쉽게 확장할 수 있다. 그러나 필자는 이러한 환경이 오래 지속되지 않을 가능성에 주목한다.


스플린텔리전스(Splintelligence) 시대의 도래

AI 기술의 발전은 많은 이점을 가져오지만 동시에 악용 사례, 편향, 프라이버시 침해, 알고리즘 위험성 등 새로운 사회적 우려를 낳고 있다. 각국은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AI 법제화와 통제의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으며, 그 결과 글로벌 AI 환경 역시 점차 분열의 조짐을 보일 것이다. 이러한 흐름을 필자는 ‘스플린텔리전스(Splintelligence)’라 명명하고자 한다. 이는 ‘Splinter(조각나다)’와 ‘Intelligence(지능)’의 합성어로, AI가 각국의 규제, 보안, 다양성 등의 이유로 인해 분산되고 조각나는 동시에 여전히 지능적 기능을 유지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스플린텔리전스 시대에 AI 스타트업은 더 이상 하나의 글로벌 플랫폼만으로 생존할 수 없다. 이들은 각국의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다중 모델 전략, 지역 특화형 개발, 데이터 주권에 대한 고려, 윤리적 설계 등을 필수적으로 수행해야 하며, 이는 곧 추가적인 자원과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다. 즉, AI 스타트업들은 닷컴 시대의 디지털 기업들이 그랬던 것처럼, 기술 진보와 규제 환경 사이의 균형을 치열하게 고민하며 성장 전략을 재정립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스플린텔리전스의 3가지 동기와 해결 방안

AI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가고 있는 지금, 우리는 기술의 진보만큼이나 그 그림자에도 주목해야 한다. 생성형 AI가 사회 전반에 깊숙이 스며들면서, 이제는 단순한 혁신을 넘어 신뢰·안전·윤리라는 고차원의 숙제를 함께 풀어야 할 시점이다. 필자가 제안하는 스플린텔리전스라는 개념은, 바로 이러한 AI의 분열적 현실을 드러내는 하나의 조짐이다. 그렇다면 AI 생태계의 파편화를 유발하는 주요 요인은 무엇일까? 크게 세 가지 동기로 정리할 수 있다.


1. AI의 안정성 문제

생성형 AI의 가장 큰 위협 중 하나는 그것이 얼마나 쉽게 악용될 수 있는가이다. 가짜뉴스나 딥페이크, 자동 생성되는 피싱 메시지와 같은 악의적 콘텐츠는 이미 현실이 되었고, 이는 사회적 혼란을 부추기며 불신을 키운다. 거대 언어모델이 유해한 프롬프트에 노출되어 의도치 않게 왜곡된 출력을 내놓거나,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를 재생산하는 경우도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교한 콘텐츠 감지 시스템(Content Moderation System)의 구축이 필수적이다. 생성된 콘텐츠가 법적·윤리적 기준을 충족하는지를 실시간으로 판단하고 제어할 수 있어야 하며, 출처 검증 메커니즘(Source Verification Mechanism)을 통해 정보의 신뢰성과 진위 여부를 사전에 확보할 필요도 있다. 최근에는 AI가 부적절한 학습을 하지 않도록 가드레일 솔루션이 개발되고 있으며, 이는 공격과 방어를 반복하는 방식으로 AI의 안전성을 한층 강화한다5.


2. 데이터 보안 및 프라이버시 문제

AI가 대규모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동한다는 점에서, 개인정보 유출과 사생활 침해는 중대한 리스크다. 실제로 몇몇 연구는 대형 언어모델이 학습 데이터로부터 이메일, 전화번호, 심지어는 SNS 계정까지 재현해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6. 특정 기업은 동의 없이 얼굴 이미지를 수집해 얼굴 인식 모델을 학습시켰고, 이에 대해 유럽 각국은 막대한 벌금을 부과하며 강력히 대응하고 있다7.

이에 따라 차등 개인정보 보호(Differential Privacy), 연합 학습(Federated Learning)과 같은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개인 데이터를 노출하지 않고도 AI 학습을 가능케 하며,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면서도 정확도를 유지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더불어 AI 시스템의 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알고리즘 설명 의무(Algorithmic Transparency), 데이터 흐름을 추적 가능한 형태로 기록하는 감사 로그(Audit Trail) 역시 중요한 대응 수단이 되고 있다. 그 밖에도 궁극적으로는 AI가 불필요하거나 민감한 정보를 기억하지 않도록 모델 메모리 제한 정책도 병행할 수 있다8.


3. AI의 다양성 문제

AI가 공정하게 작동하려면, 먼저 다양성을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AI가 학습하는 데이터가 특정 인종, 성별, 문화에 편중될 경우, 결과 또한 편향될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예로, 얼굴 인식 기술이 백인 남성에게는 정확하지만, 유색인종 여성에게는 높은 오류율을 보였던 사례가 있다. 이는 단지 데이터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AI를 설계하고 개발하는 사람들 역시 특정 집단에 치우쳐 있다면, 사회적 맥락이나 문화적 다양성을 충분히 고려하기 어렵다.

이 문제의 해법은 분명하다. 첫째, 다양한 배경을 반영한 학습 데이터 확보가 필수적이다. 소수 언어, 지역 콘텐츠, 비서구적 문화의 콘텐츠도 AI 훈련에 적극 반영해야 한다. 둘째, AI 개발자의 다양성 확대를 실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소외 계층에 대한 기술 교육 접근성을 높이고, 윤리학자나 사회학자와 같은 다학제적 협업도 병행해야 한다. 셋째, 공정성 중심의 기술 적용이 필요하다. 예컨대 공정성 인식 머신러닝(Fairness-aware ML), 설명 가능한 AI(XAI), 그리고 공정성 지표(Fairness Metrics)를 포함한 성능 평가 방식은 AI의 사회적 책임을 뒷받침할 강력한 도구가 된다.


이 밖에도 스플린텔리전스가 발생하는 동기로서, AI의 저작권 문제가 있다. AI가 생성한 콘텐츠가 기존의 창작물을 모방하거나 유사한 형태로 재현하는 사례가 늘면서, 저작권 침해 논란이 본격화되고 있다. AI가 학습한 원본 데이터가 상업적 작품에서 수집된 경우, 이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이 기존 저작물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면 표절이나 도용으로 간주될 수 있다. 실제로 이미지, 음악, 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법적 분쟁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한 판례나 법적 기준은 아직도 모호하다.

더 큰 문제는 AI가 생성한 콘텐츠의 저작권 귀속 주체조차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AI 자체는 법적 주체가 아니므로, 그 결과물의 저작권이 개발자에게 있는지, 사용자에게 있는지, 아니면 기존 데이터 소유자에게 있는지를 두고 혼란과 공백이 존재한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특히 콘텐츠 중심의 AI 스타트업에게 큰 법적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생성형 AI의 급속한 발전은 혁신과 효율성을 앞당기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사회적, 윤리적, 법적 과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AI의 안정성, 데이터 보안 및 프라이버시, 다양성, 그리고 저작권 문제는 기술의 확산 속도에 비례하여 더 복잡해지고 있다. 이로 인해 AI 산업은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사회적 신뢰와 제도적 정비라는 새로운 전장을 마주하게 되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AI가 글로벌 단일 시장에서 자유롭게 작동하는 시대는 점차 한계를 드러내고 있으며, 다양한 규제와 사회적 요구에 따라 AI가 조각나고 있는 현상, 즉 스플린텔리전스(Splintelligence)의 도래는 불가피해 보인다. 이는 단순한 기술 분화가 아닌, 각국의 가치 체계, 법률, 문화가 AI 생태계 전반에 개입하게 되는 구조로, 과거 스플린터넷(Splinternet)이 인터넷 스타트업에 요구한 새로운 생존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따라서 앞으로 AI 스타트업과 기술 기업들은 기술력만큼이나 ‘책임 있는 기술’ 구현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신뢰할 수 있는 콘텐츠 감시 체계, 프라이버시 보호 설계, 다양성 반영, 저작권 친화적 개발 등은 단순한 부가 기능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기본 조건이 될 것이다. 스플린텔리전스 시대는 AI가 스스로 지능을 유지하면서도 다층적인 제약 속에서 조화롭게 진화해 나가야 하는, 새로운 규범과 경쟁의 시대를 의미한다.


참조문헌

1. 가트너 “멀티모달 생성형 AI, 5년 내 조직에 큰 영향 미칠 것”,www.datanet.co.kr,2024

2. 2024, Exploding Topics

3. 2024, Forge Global

4. ‘스플린터넷과 디지털 스타트업’, 2025, 융합경영리뷰 5월호

5. ‘착한 AI가 악의로 가득 찬 세상에 대응하는 자세’, 2025, www.news.skhynix.co.kr

6. ‘Does GPT-2 Know Your Phone Number?’,2020, www.bair.berkeley.edu

7. ’A Controversial Facial-Recognition Company Quietly Expands Into Latin America‘, 2024, www.time.com

8. ’AI 리스크에 대한 글로벌 대응 동향 및 시사점‘, 2024, www.samsungsd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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