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구 박사의 스타트업 칼럼
스타트업이 초기 단계에서 비즈니스를 계획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점은 고객을 이해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쉽지 않은 여정이다. 특히 고객이 구매를 위하여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은 단순하지 않다. 여러 이해관계자를 설득해야 하는 절차를 포함하기 때문이다. 만약 스타트업의 비즈니스가 B2C라면, 고객의 의사결정 단위가 비교적 단순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B2B 비즈니스의 경우, 의사결정 단위가 복잡하게 구성되며, 제품의 중요도에 따라 여러 명이 참여하는 의사결정 과정을 거칠 수 있다. 따라서 어떤 비즈니스든 대부분의 목표 고객은 한 사람 이상의 의사결정 그룹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그룹을 깊이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그림 1). 또한 고객의 의사결정 그룹에 대한 이해는 단순히 영업 과정에서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제품 기획 및 설계 단계에도 매우 중요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고객의 의사결정 단위(Decision Making Unit)
고객의 의사결정 단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주 의사결정 단위(Main Decision Making Unit) 그룹이다. 이 그룹에는 구매를 강하게 원하는 지지자나 옹호자인 ‘참피온(Champion)’이 있다. 또한 ‘최종사용자(End User)’와 ‘구매결정자(Primary Economy Buyer)’도 여기에 속한다. 이 세 가지 역할은 한 사람이 동시에 맡을 수도 있으며, 경우에 따라 참피온이나 최종사용자는 한 사람인데, 최종 구매결정자는 다른 사람이 될 수도 있다.
두 번째는 부가 의사결정 단위(Additional Decision Making Unit) 그룹이다. 이 그룹에는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구성원이 포함된다. 먼저 ‘1차 영향력 행사자(Primary Influencer)’로 구매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그룹으로 관련 구매 부서나 협력 기관 등이 해당할 수 있다. 다음으로 ‘2차 영향력 행사자(Secondary Influencer)’는 구매에 간접적 영향을 미치는 언론, 외주업체, 블로그, 친구, 가족 등이 해당할 수 있다. 또 다른 부가 의사결정 단위로는 ‘거부권자(Veto Power)’가 있다. 이들은 최종 의사결정 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고위직 임원이나 해당 산업협회, 행정당국 등이 해당할 수 있다. 이들은 종종 제품이나 계약이 최종 승인받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할 주요 의사결정자들이다.
특히 구매 예산이 큰 경우나 기업 고객의 비즈니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제품을 구매할 때는 의사결정 단위가 더욱 복잡해지며, 최종 의사결정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이는 스타트업이 각 고객의 의사결정 단위를 명확히 파악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스타트업이 의사결정 단위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거나 이를 간과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특히 예산이 확정되면 곧바로 구매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가정하고, 의사결정 과정을 간과한 결과로 현금 흐름이나 재정적인 문제를 겪는 사례가 빈번하다. 결국 의사결정 단위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접근은 스타트업의 성공적인 비즈니스 운영에 필수적이며, 이를 소홀히 할 경우, 운영상의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고객의 의사결정 단위 파악 전략
그러면 고객의 의사결정 단위를 어떻게 파악해야 할까? 가장 좋은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이미 설정한 페르소나를 활용하는 방법으로 페르소나에게 구체적인 질문을 던져 고객의 의사결정 단위와 프로세스를 파악하는 것이다1. 이를 통해 의사결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전반적인 흐름을 이해할 수 있다.
다음은 의사결정 단위와 프로세스를 파악하기 위한 필수적인 질문들이다.
- 구매 결정을 위해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죠?
- 선생님 이외에 누가 관여합니까?
- 어떤 분의 의견이 제일 중요한가요?
- 반대하는 분은 없을까요?
- 어느 부서의 예산으로 구입합니까?
- 누가 최종 결재를 하나요?
- 이 제품으로 난처한 입장인 분은 계신가요?
페르소나 및 목표 고객과의 인터뷰를 통해 의사결정 단위와 프로세스가 고객 단위로 잘 정리되었다면, 이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그림이나 다이어그램, 또는 플로우차트 등을 활용해 의사결정 구조를 명확히 도식화한다.
영향력 지도(Influence Map)
고객의 의사결정 단위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영향력 지도를 활용하는 것이다. 영향력 지도는 목표 고객의 각 의사결정 단위를 하나의 사각형으로 표현한 도식이다(그림 2). 이 사각형은 고객의 핵심 정보를 명확히 보여줄 수 있도록 다음 요소들을 포함한다.
- 역할: 이 사람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맡고 있는 구체적인 역할(예: 재무책임자, 기술책임자, 최종사용자, 스폰서 등)
- 영향력: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력의 크기(예: 높음, 중간, 낮음 등)
- 스타트업 제품에 대한 선호도: 이 제품을 얼마나 긍정적으로 평가하는지에 대한 정보.
- 접촉 빈도: 이 고객과 얼마나 자주 접촉하고 있는지를 표현
- 담당자: 스타트업 팀에서 누가 이 사람을 담당하고 커뮤니케이션을 관리하는지 표현
영향력 지도를 활용하면 팀원들이 고객 의사결정 구조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누구와 협력해야 하고, 어디에 더 집중해야 하는지 전략적인 우선순위를 설정할 수 있다. 또한 팀 내 협업과 고객 관리가 더 체계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영향력 지도는 고객의 의사결정 단위를 효과적으로 시각화하여 스타트업 팀 내부에서 영업 전략과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데 강력한 도구가 된다. 영향력 지도의 실제 활용 사례로, A 보험사 고객의 의사결정 단위를 영향력 지도로 정리했다(그림 3). 이 지도를 통해 의사결정 단위의 역할과 관계, 영향력과 선호도, 접촉 빈도와 담당자 등을 명확히 표현했다. 이처럼 영향력 지도를 활용하면 단순히 의사결정 단위를 나열하는 것을 넘어, 각 단위의 관계와 전략적 중요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스타트업의 성공적인 영업과 마케팅의 비결은 고객의 의사결정 단위를 명확히 파악하는 데서 시작된다. 이를 간과하면 고객의 구매 프로세스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재정적 문제나 영업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초기 단계에서 고객의 의사결정 구조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전략적으로 반영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고객 인터뷰를 통해 각 의사결정 단위를 세분화하고, 이 정보를 바탕으로 영향력 지도를 활용하는 것이다. 영향력 지도를 통해 스타트업 팀은 주요 고객과의 관계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하여 구매 프로세스를 원활하게 이끌어갈 수 있다.
결국 고객의 의사결정 단위를 철저히 이해하는 것이 단순한 매출 증대를 넘어 고객과의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기반이 된다.
참조문헌
1. ‘스타트업의 성공을 위한 핵심고객, 페르소나’, 이종구, 융합경영리뷰 2024년 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