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발 유감
백발 유감
박종국
요즘 하릴없이 바쁘다. 해서 퇴근하고 채 밥숟가락 놓기도 전에 골아떨어지는 격으로 일찍 잔다. 나이들면 초저녁 잠이 많고, 꼭두새벽에 일어난다더니 꼭 그 형상이다. 여태까지 선잠을 자거나 토막잠을 자는 게 일상이었다. 그런데 최근의 잠버릇을 보면 예전과 환연하게 달라졌다. 이제 어쩔 수 없이 나이듦을 인정해야 한다.
그저께 부곡온천욕을 갔다가 돌아오는 길목에 대구탕집에 들렀다. 며칠째 감기몸살하는 장모님과 아내의 헛헛한 속을 달래주고자 함이었다. 대구탕이라면 거제외포항이나 진해용원을 찾아야하나, 그곳도 그런대로 맑게 잘 끓여냈다. 시원했다. 덕분에 밥 두 공기를 후딱 비웠다. 게다가 아내가 먹다남긴 대구몸체와 국물까지 죄다먹었다.
이를 지켜보던 식당주인이 말을 거덜었다. 사람은 밥심에 산다고. 그랬다. 밥 많이 먹는다고 지청구해대는 아내보다 나은 치사다. 어딜가나 먹성하나는 빠지지 않는 나는, 그저 식탐이 많다. 남들은 탄수화물 섭취를 살 찌는 걸로 생각해서 가능한 밥을 적게 먹는다. 그런데도 나는 밥 한 그릇에 욕심이 많다. 아마 전생에 못먹어서 걸신이 들었나보다.
얘기가 다소 비켜났다. 식당주인이 그야말로 백발이었다. 그것도 육순중늙은이답지 않게 말총머리였다. 그래서 백발이 부럽다고 넌지시 한 말 하였더니 아저씨도 만만치가 않다는 화답을 들었다. 아니, 이건 무슨 말인가. 내가 그만큼 머리칼이 세었단 말인가. 평소 앞머리가 희끗하게 세었다는 걸 안다. 그치만 다른 사람으로부터 백발이라 얘기 듣기는 처음이었다.
그러고보니 이제 내 머리도 하얗게 눈이 내렸다. 곰곰 들여다보니 턱수염도, 콧수염도 다 세었다. 한의원하는 친구말마따나 머리결이 정수리부터 세면 머잖아 백발을 각오해야 한다나. 그렇잖아도 아내는 수년 전부터 염색을 한다. 팔순의 장모님도 물을 들이신다. 백발도 유전자를 따른다면 나도 피할 수 없는 노릇이다. 돌아가신 외할머니와 어머님이 젊으셨을 때부터 온통 백발로 사셨으니까.
신새벽 선잠을 깨어 머리끄댕이 하나로 사단을 삼았다. 나이듦을 어쩔 수 없고, 오는 백발 징그럽다고 걷어차지 못한다. 그보다 세상을 좋게 살았다는 훈장으로 여기고, 흔케히 받아들이는 게 맘편하겠다. 낼모레 육십갑자를 꽉 채우는 인생, 그 참 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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