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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규 May 19. 2024

[2일째][5월19일] 공유 사무실

글을 쓰기 위해 공유 사무실에 와 있습니다. 이제 거의 한 달 정도 이용을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장점을 많이 느껴서 기회만 된다면 계속 이용을 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원래도 글을 쓸 때 집을 벗어나 카페에서 종종 쓰고는 했습니다. 집과는 별도의, 온전히 글쓰기라는 행동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공간 자체를 분리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집이란 공간은 안락하고 편안한 저만의 공간입니다. 그러나 아무래도 생활과 밀접하게 관계가 있다 보니 잠깐 간단한 청소나 식사를 하게 되면 바로 이어지는 행동들(설거지, 분리수거를 비롯하여 뭔가 하나를 하면 자꾸만 일이 커집니다) 때문에 집에서 글 쓰는 것 자체에 어려움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카페에서 주로 글을 썼습니다. 그런데 근래 카공족 이슈(카페에서 차 한잔 시키고 장시간 공부하거나 노트북을 하며 자리만 차지하는 사람)가 터지면서 개인 카페 사장님들의 호소를 듣고 스스로 반성의 시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슈에 나오는 사람들만큼 제가 큰 피해를 끼치는 사람까지는 아닙니다만, 저 역시 조용한 개인 카페에서 커피 딱 한 잔만 시킨 채 4~5시간 죽치고 앉아 있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예전 카페 사장님들의 애타는 마음도 모른 채 잘도 에어컨, 전기, 와이파이, 물, 화장실을 계속 썼었네요.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한편 스타벅스 같은 대형 커피 체인점은 그 정도로 죄송한 마음이 들지 않습니다. 저 하나 그런다고 매장에 큰 타격이 가지도 않을 정도로 회사 규모가 크고 음료도 잘 팔리는 곳이니까요. 그러나 대형 커피 매장에서는 좋은 자리를 사수하기 위해 몰려드는 수많은 다른 카공족을 상대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결정적으로 오픈된 공간이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을 겪을 수 있는데요. 잘못 자리를 잡으면 주변 대화 소음에 집중이 흐트러져 일 자체가 안되기도 합니다. 또한, 짐을 놓고 화장실에 갔다 왔더니 제 물건이 도난당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런 걱정과 경쟁을 수년째 맞이하다 보니 이제 카페에서는 그냥 커피만 마시고 수다만 떨고 싶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는 회사 근처에 위치한 공유 사무실을 방문하게 됩니다. 첫눈에 이거다 싶어서 덜컥 멤버십 가입을 했습니다. 공유 사무실 하면 보통 자체 사무실을 구하지 못하는 스타트업 회사 사람들이 이용하는 곳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무실 공간과는 별도로 오픈된 공간을 라운지라고 부르는데, 그 넓은 공간을 전부 이용할 수 있게 되어 있었습니다. 라운지에는 정해진 자리가 없고 아무 빈자리에 편하게 앉아서 노트북을 열고 자기 작업을 하기만 하면 됩니다. 카누 같은 커피 티백은 물론, 캡슐 커피 머신도 마련되어 있고, 공용 냉장고가 있어서 자기 먹을 것은 이름표 붙여서 보관하기만 하면 됩니다. 인터넷과 와이파이도 잘 되어 있고, 화장실도 깨끗하게 관리되어 있습니다. 도시락을 먹을 때는 별도로 마련된 탕비실 공간에서 먹으면 됩니다. 실내 인테리어는 개인 카페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져 있습니다. 이 정도면 거의 대형 카페와 비슷한 환경에서 마음 편히 작업에 집중할 수 있겠더군요.


제가 다니는 공유 사무실은 ‘로컬 스티치’라는 곳인데 서울 곳곳에 지점이 있어서 하나의 멤버십으로 전부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멤버십 한 달 이용료는 12만 원인데, 카페에서 커피 한잔 시키고 따로 뭐 시켜 먹고 눈치 신경 쓰느니, 그냥 공유 사무실에 자주 와서 마음 편히 이용하면 그 돈이 그 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저는 딱히 글을 쓰지 않아도 퇴근한 뒤나 오늘 같은 휴일의 비는 시간에 항상 와서 앉아 있습니다. 집에 오래 있으면 답답한 마음이 드는데 밖에 나와 있으니 괜히 살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기왕 공유 사무실을 이용하기로 했으니 마음껏 이용해야지요(무제한 교통카드인 기후동행카드가 생겨서 교통비를 절약할 수 있어 더욱 좋습니다). 너무 장점만 말했나요? 단점은 이용하지 않으면 그만큼 손해라는 것입니다. 글을 쓰는 것은 집에서 써도 충분하고 그러면 돈이 굳는데, 뭐 하러 밖으로 나가서 사무실을 빌리고 거기서 돈 쓰고 있냐고, 말씀하신다면... 이유는 앞에서 다 말씀드렸습니다. 하하, 사실 마음가짐의 차이, 생각의 차이인 것 같습니다. 집에서는 아무리 해도 글이 안 써지니 밖에서라도 글쓰기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글을 쓰고 보니까 오늘의 과제 분량을 어느 정도 채운 것 같습니다. 하고 싶은 말도 대충 했고요.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공유 사무실을 이용하면서 보고 느낀 점에 대해 더 말씀드릴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200자 원고지: 11.7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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