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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규 May 27. 2024

[10일째][5월27일] 폐기물 신청

지난 토요일 오후, 밖에 나가면서 의자를 분리수거하는 곳에 두었습니다. 녹이 슬어 바닥에 가루가 떨어지고 인조가죽이 뜯어진, 거의 10년은 쓴 낡은 컴퓨터 사무용 의자입니다. 주말이기도 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폐기물 신청은 하지 않았습니다. 


저녁이 되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 앞에 중간 기둥이 뽑힌 채 널브러진 의자가 눈에 보였습니다. 분리수거 용품을 수거해 가는 분에게 걸려든 모양입니다. '아, 좀. 가져갈 거면 다 가져가던가. 왜, 지가 가지고 싶은 것만 가져가는 건데.' 한숨이 나왔습니다만, 어차피 주말이라 폐기물 신청을 해도 소용없으니, 일단 하루를 넘겼습니다. 


다음날, 집에 돌아오니 원래는 의자였던 것이 바닥을 구르고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바퀴까지 몽땅 뽑혀 시트와 다리만 남아 더 흉물처럼 보였습니다. '하이에나 같은 인간들 같으니. 무슨 먹잇감을 놓고서 경쟁하냐고.' 시작은 그냥 의자 하나를 내다 버린 일이었는데, 결말은 동물의 왕국으로 끝나버리다니 괜히 기가 찼습니다. 어쨌거나 내일도 저 꼴을 보기는 싫으니 폐기물 신청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 200자 원고지: 2.9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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