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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규 Jun 10. 2024

[24일째][6월10일] 잠수 이별을 보면서

한 달 만에 친구를 만났다. 친구는 며칠 전에 교토에 다녀와서 이러저러할 말이 많아 보였다. 나도 그간 있었던 이야기를 했고, 그렇게 주거니 서로 받거니 하면서 저녁도 같이 먹었다. 문득 '이 녀석이 사귀고 있는 사람'의 근황이 궁금해졌다. 


그 사람은 내가 운영하는 동호회에 오래 나오면서 친해진 친구인데, 하필이면 내 앞에 있는 친구 녀석하고 술김에 잠깐 눈이 맞았었다. 그게 한 달 전 이야기다.


친구와 1시간 넘는 대화 동안 어디에도 '이 녀석이 사귀고 있는 사람'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근데 걔는 잘 있냐?"하고 말을 던졌다. 그랬더니 "아니, 한 달 넘게 연락 안 했는데?"라는 대답이 돌아 왔다. 그러면서 한단 말이 "뭐, 이러다 알아서 정리가 되겠지." 엥? 이것이 말로만 듣던 잠수 이별인가. 썸이나 연애 관계에서 최악의 이별법 아닌가. 


"야, 안 만나더라도. 끝맺음은 확실히 해. 카톡이든 전화든 이야기하라고. 그간 생각해 봤는데 우리 안 맞는 것 같다. 끝내자. 그런 말이라도 해." 친구의 대답은 "싫다"였다. 자기가 그간 만나면서 많이 져줬다고, 이런 말도 자기가 먼저 하기는 싫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끝은 내고 정리해야지."라고 했더니 "왜 정리를 해야 하는데, 이러고 있으면 걔도 알아서 자기 갈 길 갈 거 아니야."라고 한다. 아, 답답해. 말이 안 통했다. 정말 말 더럽게 안 듣는다! 내 친구지만 정말, 하는 꼬락서니가 마음에 안 든다. 맺고 끊음을 확실하게 하지도 못하고, 무슨 연애야! 말을 더 섞다가는 짜증만 늘어날 것 같아서 집이나 가자고 하고 자리를 정리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잠수 이별은 아니지. 옆에 있는 친구 놈은 한심하고, 이놈 때문에 또 다른 친구 하나를 잃게 된다니, 속상해 죽겠다!


- 200자 원고지: 4.6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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