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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규 Jun 12. 2024

[26일째][6월12일] 써브웨이에서

어쩌다 보니 내일 회사에 보고 할 서류를 작성하느라 야근하게 생겼다. 저녁을 뭘 먹을까 하다가, 할 게 많고 저녁 먹느라 맥이 끊기니, 근처 써브웨이에서 샌드위치나 사 들고 와서 먹으면서 일하기로 했다.


요즘 패스트푸드점은 대부분이 키오스크 주문으로 바뀌었는데, 여기 써브웨이는 희한하게 번화가에 있으면서도 예전처럼 점원과 1:1 주문을 해야 한다. 예전에 알던 어떤 디자이너 선생님은 자기는 써브웨이에서 키오스크 주문하는 것을 절대로 반대한다고, 그때그때 먹고 싶은 재료를 고민하고 선택하는 게 얼마나 재미있는지, 그것이 써브웨이가 다른 매장과 다른 유일한 장점이라고, 자신의 낙 중에 하나라는 소리를 5분인가 10분인가 한참 하셨던 적이 있다. 


써브웨이에 갔더니 역시나 줄이 있었다. 좁은 매장에는 줄 서는 사람과 테이블에 앉아서 먹는 사람, 계산하는 사람이 지네처럼 한데 얽혀 있었다. 대충 뭘 먹을지 정했는데도 줄은 좀처럼 줄지 않았다. 1:1 주문은 언제 봐도 비효율적이다. 슬슬 짜증이 나던 중에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뭐 드릴까요?"

"비엘티(B.L.T.) 주세요."

"빵은 뭐로 드릴까요?"

"파마산 오레가노 주세요."

"치즈는 뭐로 드릴까요?"

"모차렐라 치즈요."

"추가는 하시겠어요?"

"아니요."

"야채는 어떻게 드릴까요?"

"다 주세요."

"소스는 어떻게 드릴까요?"

"스위트 어니언이요. 거기에 허니 머스타드도 같이 넣어주세요."

"다른 건 또 안 하시겠어요?"

"네, 괜찮습니다."

"6,600원 나왔습니다. 카드 꽂아 주세요. 네,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빨리 먹고 일 마무리 해야지. 나는 빠르게 사람들 사이를 지나쳐 회사로 향했다.


- 200자 원고지: 5.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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