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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규 Jun 11. 2024

[과제] <별것 아니지만, 도움이 되는> 감상문

- 짧지만 완성된 소설          


레이먼드 카버는 가난한 제재소 목공 기사의 아들로 태어나 일찌감치 생계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제재소 목공, 병원 수위, 교과서 편집자, 도서관 사서 등을 전전하며 생계를 이어가다 틈틈이 문예 창작 수업을 받으면서 소설을 썼다. 그런 다양한 삶의 배경을 가졌기에 그의 단편소설들은 평범하면서도 일상적인 소재들이 디테일하게 묘사되고 있다.      


「별것 아니지만, 도움이 되는」의 시작은 어머니인 앤이 빵집 주인을 만나, 아들 스코티의 케이크를 주문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빵집 주인의 친절하지 않은 서비스에 앤은 안 좋은 첫인상을 갖게 된다. 스코티의 생일 당일, 불행한 뺑소니 사고에 당한 스코티가 병원에 실려 간다. 소식을 들은 앤과 아버지 하워드는 병원에 달려간다. 긴 수술을 마친 뒤 의사가 곧 의식을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스코티는 눈을 뜨지 않는다. 불안해하는 부부는 밤새 한숨도 못 잔다. 부부는 각각 집에 가서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는다. 그 사이 신경질적으로 전화벨이 울리는데, 하워드는 “가져가지 않은 케이크가 있다”, 앤은 “스코티 일은 잊어버렸느냐”는 전화를 듣습니다. 스코티 일로 신경이 예민한 부부는 그 전화에 화가 나 소리를 빽 지르고, 전화기는 그대로 끊겼다가, 다시 울리지만 제대로 대화가 이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불편한 기색으로 병원에 도착한 부부에게 날벼락 같은 일이 찾아왔다. 결국 스코티는 영영 깨어나지 못했다. 슬픔에 가득 찬 부부는 스코티 없이 집으로 돌아간다. 슬픔도 잠시, 또다시 전화벨이 울렸다. 이번에도 통화를 제대로 못 했지만, 그 전화가 빵집에서 온 전화를 알게 된 부부. 하워드와 앤은 늦은 밤인데도 빵집에 쳐들어간다. 욕을 퍼붓고 화를 있는 그대로 표출하고 슬픔을 못 이겨 그 자리에서 운다. 아이가 죽었다는 말은 들은 빵집 주인은 그제야 알았다며, 자기의 책상을 치우고 부부를 앉게 한다. 그러면서 갓구운 빵을 대접하면서 진심으로 사과의 말을 건넨다. 하워드와 앤은 빵집 주인이 건네는 빵과 커피를 마시며, 빵집 주인과 아침이 될 때까지 긴 대화를 했다.       


소설은 앤과 하워드를 바라보는 시점으로 보이기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그들 입장을 따라가게 되는 지점들이 있다. 제3의 인물인 빵집 주인은 처음과 나중에만 등장하는데, 앤의 말에 따르면 “불편하고 퉁명한” 사람으로 표현된다. 그 때문에 나중에 전화 통화로 그가 누군지 독자는 예측할 수 있게 되지만, 소통 자체가 어려워 대화는 단절이 된다. 스코티의 죽음 후, 슬픔과 분노가 극에 치달은 앤과 하워드는 빵집 주인에게  쳐들어가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빵집 주인은 이들의 사연을 듣고는, 놀랍도록 진심어린 사과를 하게 되는데, 이 부분이 굉장히 극적이면서 비현실적이었다. ‘별것 아니지만, 도움이 되는’이라면서 빵과 커피를 아낌없이 주는 빵집 주인은 그야말로 성인이었다. 자신을 한없이 낮추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소통의 자세라는 것을 작가는 빵집 주인의 모습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짧은 내용이지만 결말에 이런 폭발적인 결단을 내릴 수 있는 기발함이라니! 역시 명성 어린 작가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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