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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규 Jun 14. 2024

[28일째][6월14일] 삼성 서비스 센터에서

상사께서 휴대폰을 바꾸셨습니다. 새 휴대폰의 기기 변경 및 데이터 이동은 삼성 서비스 센터에 직접 가서 해야 했는데, 제일 가까운 곳은 홍대입구역점이었습니다. 유동 인구가 많은 곳답게 1층 매장은 밖에서도 안이 훤히 내다보이는 통유리로 외벽이 구성되어 있고, 탁 트인 공간에 진열 제품과 테이블 수가 적게 배치된 것이 묘하게 애플 스토어를 연상케 했습니다. 그곳의 직원들은 대체로 젊었는데, 홍대 한복판에 위치해서 그런지 외국인 직원도 하나둘 보였습니다. 1층을 지나쳐 구석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 서비스 센터로 올라갔습니다.


4층은 1층과는 다르게, 천장이 좁고 접수 창구가 여럿인 모양새가 딱 은행이나 동사무소, 마트를 연상케 하는 구조였습니다. 직원의 안내를 받고 번호 대기를 했습니다. 5-10분여 동안 나이 든 손님들이 계속 왔다 갔다 했습니다. 그들은 이런 서비스센터에서 접수하는 것 자체가 익숙하지 않은지 한참을 두리번 거리더니 지나가는 직원 아무나 붙잡고 휴대폰이 뭐가 잘 안된다,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면서 하소연 아닌 하소연을 했습니다. 그러면 직원은 고객님, 순서대로 봐 드려야 하니 일단 번호표 뽑고 대기하실게요, 라면서 나이 든 손님들을 의자에 앉혔습니다. 고객 대다수가 고령층이니 시니어 직원을 두면 응대하기 수월할 것으로 보였습니다. 문득 이 건물이 묘하게 이상한 구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층 매장은 통유리에 햇빛을 가득 머금고 20대 직원들이 하하호호 하며 응대를 하는 곳인데, 4층 서비스센터는 천장이 낮고 창문이 없고 형광등 불빛에 퍼렇게 굳은 얼굴의 직원들과 손님들이 들락날락하는 곳이라니. 한 건물에 완전히 동떨어진 세계가 모여있다는 점이 신기해서 혼자 웃었습니다. 그러고 있는 사이, 기기 변경 작업이 다 끝나 바로 사무실로 복귀해야 했습니다. 2층과 3층의 구조는 또 무엇이 다를까요. 나중에 시간이 생기면 한 번 구경하러 다시 와야겠습니다.


- 200자 원고지: 4.9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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