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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규 Jun 29. 2024

[43일째][6월29일] 밥 먹기 힘든 합정동

1. 점심

오후 2시 글쓰기 오프 모임 전에 점심을 먹어야 해서, 합정동에 있는 '우동카덴'에 갔습니다. 우동카덴은 <냉장고를 부탁해>로 유명해진 정호영 셰프가 운영하는 곳입니다. 본점으로 알려진 연희동 지점은 전에 가본 적이 있고, 점심 먹고 신촌으로 넘어가기도 편하기 때문에, 합정동 지점에 가기로 한 것인데요. 조금 이르게 출발할 걸 미적대다 보니 12시 반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아뿔싸, 가게 앞에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평일 저녁 퇴근하고 가게 앞을 지나쳤을 때는 그 정도로 사람이 많지 않았는데, 그것만 생각하고, 원래 인기 있는 집이라는 사실을 잊었던 것입니다! 완전히 오판한 셈이었어요. 대기표에 이름을 적으니 저는 24번째 차례였습니다. 어떤 사람이 자기는 저번에 1시간 반 기다려서 먹었다는 말을 지나가듯 던졌습니다. 거의 한여름이나 다름없는 날씨라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흘렀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2시가 다 되어 들어가게 생겼습니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대기표에 이름을 지우고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다른 집에 갔습니다. 


2. 저녁

글쓰기 오프 모임이 끝나고 저녁을 먹으러 이동했습니다. 얼마 전 동생이 합정동에 일본식 스프카레로 유명한 집이 있다고 2곳을 추천해 줬습니다. 2곳 중 한 곳은 가봤고, 오늘은 다른 집을 가기로 했습니다. 그 집 이름은 '커리지널'입니다. 동생 친구 말에 의하면 스프카레로 "제일 맛있는 집"이라고 합니다. 대체 얼마나 맛있길래 제일 맛있는 맛일까? 올 초 가족 여행으로 갔던 삿포로에서 스프카레를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어서인지, 더욱 기대되었습니다.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라고. 커리지널의 문, 아니 셔터는 굳게 닫힌 채, 무심한 글씨체로 "가족 행사가 있어서 오늘 저녁은 쉽니다"라는 종이가 붙어 있었습니다. 왜 하필, 마음 잡고 찾아갔더니, 차라리 여기를 점심때 갔었어야 했나, 아, 정말, 밥 먹기 참 힘드네, 같은 오만가지 생각이 들면서 화가 났습니다. 하지만 그래 봤자 소용이 없을 뿐. 저는 조용히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 200자 원고지: 5.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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