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일째][7월6일] 늦은 오후 산책

by 김종규

늦은 오후에 산책을 했다. 언제나처럼 불광천을 따라 걸어, 시작점인 응암까지 갔다가 돌아야 하는데, 갑자기 옛 직장이 궁금해졌다. 나는 길을 벗어나 옛 직장 근처를 걸었다.


전 직장을 그만둔 지 어느덧 3년이 지났다. 일하면서도 지긋지긋해서 당장이라도 때려치우고 싶었던 곳이었는데, 햇수로 5년을 채운 곳이었다. 소위 말하는 '좋소기업'(중소기업의 '중'을 X이라는 욕으로 표현하고 싶은데, 인터넷에서는 금지어라 쓰질 못하기 때문에 '좋'으로 바꿔서 표현한 단어) 중에 끝판왕이라, 애정이 전혀 없지만, 그래도 그곳을 왔다 갔다 했던 길과 밥집들을 좋아했었다.


예전 기억으로 응암은 밥 먹을 곳이 정말로 없었다. 지금은 한두곳 먹을만한 곳이 눈에 들어왔다. 당시 직장에서는 직원이 함께 점심을 먹는 문화가 없었기 때문에, 점심마다 뭐 먹지 하는 고민을 항상 했었다. (여담이지만, 이 회사는 가족회사라서 나 혼자 직원이었을 때, 그러니까 한 1년 정도를 사장 식구들과 같이 점심을 먹었다. 한숨 돌려야 할 점심시간에 사장 식구들의 식탁에서 같이 밥 먹는 기분은 세상에서 제일 밥맛 떨어지는 일이었다. 나중에 이삼십 대 신규 직원들이 들어오면서 다행히도 각자도생하게 된다)


예전에 좋아했던 돈까스집과 우동집은 그대로였지만, 반대로 중국집과 카페는 없어졌다. 그곳 말고도 많은 곳이 그대로면서, 또 바뀌었다. 대체로 오래된 가게들은 지금까지도 살아남았지만, 그때 막 시작했던 가게들은 오래 버티지를 못한 것 같다. 예전 회사 자리에 가보니 '임대문의' 종이가 붙은 공실이 되어 있었다. 회사는 다른 곳으로 이전했다. 한 가게가 3년을 버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니, 1년도 못 버티는 가게들이 수두룩하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나는 언젠가 독립서점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늘 품고 살았는데, 오늘 이 광경을 보고 났더니 그냥 접어야 할 것 같다.


걷고 걸으면서 예전 맛집들을 기억하려고 먼 곳까지 돌고 돌아 찾아다녔다. 아직 남아 있는 가게를 만나면 네이버 지도에 '좋아요'를 눌러 저장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한참 걸렸다. 다음에는 여유 있는 시간에 와서 한 끼를 꼭 먹어야지. 집으로 가는 길에 비가 조금 왔지만, 비 맞는 것이 즐거웠다.


- 200자 원고지: 5.8장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49일째][7월5일] 꾸벅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