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일째][7월7일] 베르나르 뷔페 회고전

by 김종규

오후에 베르나르 뷔페의 회고전을 보러 갔다.


베르나르 뷔페는 프랑스 전후 미술계의 대표적 화가로 손꼽힌다고 한다. 어릴 때 경험한 나치의 파리 점령 시절을 겪고, 어머니를 일찍 잃은 상실감과 우울함을 기반으로 매일 매일 그림을 그리면서 버텼다고. 그 덕분에 젊은 시절부터 주목을 받아 피카소와 비견될 정도로 대중과 평단의 사랑을 받게 된다. 그러나 고급 차를 자주 바꾸고 성을 살 정도 부자가 된 그를 보는 여론은 금세 싸늘해졌고, 미술계에서도 그를 배척하게 된다.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늘 하던 대로 매일 하루 12시간씩 그림을 그리면서, 일생 동안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그리고, 파킨슨병 진단을 받아 더 이상 그림을 그릴 수 없게 된 그는 스스로 죽음을 택한다.


베르나르 뷔페의 그림 주제는 한정적이지 않고, 굉장히 폭 넓게 그렸다. 문학과 신학, 종교와 관련된 것뿐만 아니라, 평생의 뮤즈이자 아내인 아나벨, 어릴 때 살던 고향의 해변, 말년에는 죽음에 관한 것까지 광범위했다. 뷔페는 인간 사물을 있는 그대로 그리기보다는, 자신만의 심미안으로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얼굴, 팔과 다리가 비정상적으로 긴 신체, 눈을 크고 돌출되게 그려서 굉장히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또한, 인생 중반기에 자주 그린 풍경화에는 사람을 거의 넣지 않았다는 점이나, 유달리 검은색 선을 사용해 그림을 그린 점, 그만의 독특한 시그니쳐도 기억에 남는다.


전시는 그의 인생을 챕터로 구분해서 하나하나 친절히 설명해 가며 진행되었다. 매표소에서 대여할 수 있는 오디오 가이드는 전시 이해에 큰 도움이 주었다. 사람들이 하도 극찬해서 갔는데 기대 이상으로 좋은 전시였다. 나는 다작을 하는 사람을 좋아하는데, 베르나르 뷔페가 딱 그런 사람이라서 좋았고, 다른 사람과 유행에 휘둘리지 않고, 죽기 전까지 자신만의 예술을 했다는 점에서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었다. 기념으로 중간 사이즈의 포스터 하나를 샀다.


- 200자 원고지: 5.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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