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는 이달 안에 새로 책을 내려고 한다. 베스트셀러였던 기존 책의 번역을 다듬고 영어 원문을 수록해 새로운 커버 디자인으로 출간하려는 계획이었다. 처음에는 내가 번역과 편집, 교정을 했다. 20년도 전에 나왔던 책이라 번역이 구식이고 문장도 별로였다. 고치다 고치다 대체 원문은 어떤 식으로 되어 있나 싶어서 찾아봤더니 충격적일 정도로 내용이 너무 달랐다.
원문에서는 건조한 어투이지만 하나하나 독자에게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내용인데 우리 책에서는 그런 중요한 부분은 다 날려 버리고, 마치 동화책처럼 우화적으로 표현해서 내용적으로 상당히 달라져 버렸다. 게다가 번역가가 본인 사상을 캐릭터의 입을 빌려서 말하는 장면에서는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였다. 이런 형편없는 내용으로 그렇게 책을 많이 팔았다는 거야? 그대로 내면 안 될 것 같아서 원문대로 원고를 다 뜯어고쳤다. 이거 하느라 며칠을 매달렸는지 모른다. 그렇게 다음 담당자에게 넘겼다.
이번에 그 원고를 회사 직원이 다 같이 봤는데(그래봤자 4명) 상사 2분은 바뀐 원고가 별로다, 나와 담당자는 바뀐 원고가 낫다로 갈렸다. 어제오늘 이 얘기 가지고 한참을 떠들었고, 쉽사리 결론이 나질 않았다. 상사께서는 시간이 없다면서 결정을 하자고 하시더니, 본인께서는 이미 나이가 들었고 감이 떨어지기도 했고, 이 책은 너희가 맡아서 하기로 했으니까 너희가 내자는 대로 하자로 결론이 났다. 단,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마지막으로 검수를 받은 다음에, 라는 조건이 붙었지만.
변하는 것이 나은가? 변하지 않는 것이 나은가? 책의 주제도 그것인데, 실제로 그것을 가지고 싸우고 있으니 좀 웃겼다. 이 책 가지고 지금 몇 달을 씨름을 하는 건지. 빨리 책이 나와서 이런 피곤한 일에서 벗어났으면 한다.
- 200자 원고지: 4.6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