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일째][7월13일] 오직

by 김종규

오늘은 일일 미션을 좀 빨리 끝내려고 한다. 이따가 오프 모임이 끝나자마자 예매해 둔 공연을 보러 가야 하기 때문이다. 7시에 시작해서 2시간가량 하니까 끝나면 9시, 집에 가면 10시다. 또 마감 턱걸이 시간에 매달려 글을 쓸 수는 없다. 사실 벼락치기로 쓰나, 미리 쓰나, 크게 다르진 않다. 다만 시간상으로 여유로우면 무슨 글을 써도 그렇게 흔들리진 않고 편안한 마음가짐을 유지할 수는 있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개인적인 사건으로 인해 이 글을 쓰는 내 마음 상태는 그렇게 평온하진 않다. 조용한 호수에 작은 돌을 던져도 큰 파문이 일듯, 나의 심연은 무척이나 작고 쓸데없는 일로 인해 몹시 출렁거린다. 세상은 너무도 크고 넓고, 언제나 일은 의도치 않게 일어난다. 과거에 일어난 일이 현재까지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은 어처구니없지만 분명 작동하고 있다. 지금껏 회피하고 있었던 일이 나에게 칼을 들이밀고 있다. 이제는 그것에 정면으로 마주해야 한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초연해지고 싶다. 작은 일에 연연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처음부터 아무 일이 일어난 적 없던 것처럼 조용히 내 갈 길을 가련다. 일단은 글쓰기를 하면서 마음을 다잡아 보려고 한다. 글쓰기는 외로운 나를 붙잡아 주는 매개가 될 것이다. 나는 하고 싶은 말이 많다. 해야만 하는 말 또한 많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생존할 수 있을까? 아직은 모르겠다. 오직 글쓰기뿐이다.


- 200자 원고지: 3.5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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