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일째][7월23일] 아무튼 야근

by 김종규

오늘은 오래간만에 야근했다. 항상 예정된 일은 예정대로 안 되는 게 문제다. 원래대로였다면 저번에 완성된 원고가 지금쯤 인쇄를 들어갔어야 했다.


2주 전이었나, 상사께서는 완성된 원고가 마음에 안 드셨던 모양이다. "원문을 직역한 것은 좋으나, '어른을 위한 따뜻한 동화'로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올랐던 기존 책에 먹칠을 하는 것 같다."라는 평을 하셨다. 원본을 자기 마음대로 바꾸고, 중요한 내용을 삭제했을 뿐 아니라, 캐릭터한테 자기 사상을 주입해서 말을 시킨, 말도 안 되는 짓을 한 것은 맨 처음 번역가였습니다, 라고 따졌으나, 상사께서는 결론적으로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니, 좋은 게 좋은 거 아니냐는 결과론적인 말씀만 하셨다. 아무리 그래도 이번 책은 새롭게 리뉴얼되어 한글 번역과 영어 원문이 같이 수록되는 만큼, 제대로 번역해야 합니다. 나는 그렇게 밀어붙였고, 그래도 그걸 그대로 낼 수는 없다면서, 믿을만한 번역가 겸 편집자를 새로 구해서 원고를 다시 손보는 쪽으로, 그날의 회의는 그렇게 끝났다.


바뀐 원고는 내가 원문을 번역한 내용과 큰 차이는 없었다. 하지만 윤문이 잘되어 읽기에는 더 좋았다. 상사께서도 이번 원고가 훨씬 괜찮다고 하셨다. 아니, 내용상 별반 차이가 없다니까요, 내가 한 번역은 그렇게 이상하다고 하셨으면서, 좀 어이가 없었지만, 어차피 비용은 상사께서 대시는 거니까,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겼다. 그래야 속이 편하다.


오늘의 일은 편집 디자이너에게 수정된 원고를 넘겨주기 전에 사전 체크를 하는 작업이었다. 어떤 부분이 수정되었는지, 하나하나 체크해서 디자이너에게 넘겨줘야 디자이너가 작업을 하니까. 말이 쉽지, 수작업이라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오전부터 프린트된 종이와 모니터 화면을 번갈아 가며 보는데, 어찌나 눈이 침침하던지, 중간에 졸다 깨기를 반복하며 하다 보니, 어느새 퇴근 시간을 넘기고 야근까지 하게 되었다.


책 만드는 일이라는 게, 참. 여러모로 피곤하다. 시간이 없으니 아무튼 대충 마무리.


- 200자 원고지: 5.4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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