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일째][7월27일] 나의 음감회

by 김종규

오늘은 저녁에 약속이 있어서 숙제를 미리 하려고 한다. 저녁에는 음감회가 있다. 음감회는 음악감상회의 줄인 말로 말 그대로 음악을 틀고 감상하는 자리다. 예전에는 다른 모임에서 했었다가, 지금은 내가 따로 나와서 주최하고 있는데 햇수로 7년째가 되어 간다. 7년이라고 해봤자 1년에 한두 번 했으니, 실제적으로는 그렇게 많이 하지 않았다.


과거 PC통신 음악 동호회로부터 시작된 음감회는 각지에 떨어진 사람들이 한데 모여 자기 취향을 공유하고 음악을 소개하는 자리였다. 지금은 음악을 찾아 듣기 너무 쉬워졌지만, 옛날에만 해도 음반 자체를 보유하고 있어야지 들을 수 있었기 때문에, 음감회에서 누가 무슨 음악을 트는지 귀를 쫑긋하면서 진지하게 음악을 감상했다. 내가 참여하기 시작할 때는 이미 인터넷 시대가 되어 다음 카페를 지나, 네이버 카페가 부흥할 때였는데, 앞서 말한 PC통신 시절 활동하던 사람들이 계속 남아 있어서 그때의 분위기를 대충 느낄 수 있었다.


음감회 진행은 대체로 자기가 틀 음악을 미리 정한 뒤 발표하는 식이었다. 누군가는 희귀한 음악을 틀었다는 것에 대해서 은연중에 과시를 하기도 했고, 다른 누군가는 그걸 경청하면서 나도 저 사람처럼 될래 하며 존경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또한, 가요나 팝 같은 대중음악을 틀면 뭐 이런 싸구려 음악을 트는 거냐고 그 자리에서 지적질을 했고, 한국에서는 별로 알려지지 않는 유명 락 밴드가 연주하는 영미 음악이 최고의 대접을 받았다. 그래서 음감회 참석을 할 때 무슨 음악을 틀지, 고작 1곡이나 2곡을 트는 것인데도, 학교에서 공부할 때보다 더 큰 고민을 하며 선곡했다.


나는 내가 남들보다 음악에 대해 잘 모르기도 하고 그렇게 사람들이 추앙하던 영미 음악들이 영 취향이 아니었던 지라(좋아해 보려 노력해서 되는 것도 있지만 안되는 것은 절대로 안 됨), 그냥 좋아하는 척하면서 모임에 들락날락하고 있었다. 모임에 나가면 나랑 취향 맞는 사람을 가끔 만날 수 있었고, 가족과 친구들은 이해 못 하는 고민을 들어주고 공감해 주는 사람들이 있었으며, 무엇보다 집에서는 크게 못 듣는 음악을 맘껏 들을 수 있는 공간이 좋았다. 음악보다는 사실 모임과 공간 자체에 더 매력을 느꼈다. 나도 나중에는 나만의 모임과 장소를 가져야지, 그런 꿈을 가진 적도 있다. 그러다 여러 가지 일이 생겨서 그 모임을 나오게 되었고, 지금은 나하고 잘 맞는 사람들과 함께 새 모임을 하고 있는데, 그게 앞에서 말한 대로 7년째가 된 것이다. 역시 인생은 참 알 수가 없다.


우리 모임의 음감회는 말이 음감회지, 사실상 그때그때 지금 듣고 싶은 음악 위주로 틀면서, 음식과 술을 마시며 사는 얘기를 더 많이 하는, 수다 모임에 가깝다. 예전 모임과는 다른, 우리의 공간에 온 사람이 오래 머물 수 있도록 친숙한 분위기를 주고 싶었다. 가볍고 편하게 와서 좋은 음악을 듣고 놀다가 헤어지고 다음에 또 만나는 것, 그래야 그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다. 나는 그것이 음악보다 더 중요한 것이라고 본다.


여기까지 쓰다 보니 너무 길어졌는데 일단은 여기까지만 쓰고 마무리해야겠다. 다음에 또 이어서 쓰고 싶다.


- 200자 원고지: 8.3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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