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일째][8월10일] 꼰대가 본 요즘 버스킹 문화

by 김종규

아까 신촌에서 밥을 먹고 있을 때였다. 창밖 거리가 시끌시끌해서 쳐다보니 한 남자가 버스킹을 하고 있었다. 노래 제목은 잘 모르겠지만 감성적인 발라드를 불렀는데, 노래방 반주 같은 것을 틀어 놓고 핸드폰에 적힌 가사를 보면서 노래하고 있었다. 가수 흉내를 내고 싶은 것은 알겠는데 버스킹을 하면서 가사도 안 외우고 노래를 부르나. 요즘 신촌과 홍대 거리에서 거리공연을 한다고 하면 대부분이 이런 사람들이다. 과거보다 음향 장비 성능이 좋아지고 작고 간편해져서 이제는 개인이 너무도 쉽게 라이브 공연을 할 수 있는 시대다. 그런데 문제는 되도 안 되는 실력과 열정으로 버스킹을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거다. 라떼 얘기하기는 좀 그렇지만, 10년 전만 해도 버스킹하는 사람들의 실력은 이보다 훨씬 좋았다. 물론, 그중에서 실력이 없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래도 웬만하면 연주만큼은 제대로 보여주려고 하는 열정이 있었다. 실제 악기를 통해 밴드 구성까진 못하더라도, 하다못해 통기타라도 가져와서 라이브적인 묘미를 보여주려고 노오력을 했단 말이다. 그런데 길거리에서 노래방 반주를 틀어놓고 핸드폰을 보면서 노래를 한다고? 그럴 거면 노래방이나 가지, 뭔 놈의 가사도 못 외우면서 무슨 배짱으로 사람들 다 보는 앞에서 노래하고 있는 건가. 더 웃긴 것은 그 모습을 촬영하려고 대포 카메라를 든 사진기사들이 무리를 이뤄서 포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말 다들 정신이 나간 것 같다. 대체 무엇을 위해서 노래하고, 무엇을 알리려고 저러고 있는 것일까? 도통 저의를 알 수가 없는 세상이다. 내가 알지 못하는 저들만의 세계가 있는 건가? (795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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