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계획은 성공, 내 기대는 실패
2025.06.01. 당시에 썼던 글입니다.
https://cafe.naver.com/justmusicccccccc/4142
제가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참 좋아하는데요.
솔직히 보드게임을 많이 알지 못하고 룰 파악도 보면서 이해하는 사람이지만, 출연자(캐릭터)들이 한 공간에 모여서 게임을 하며 몰입하는 것을 너무 좋아하구요.
승패가 갈라지면서 누구는 붙고 누구는 떨어지는 광경을 볼 때마다 한 사회의 단면 같기도 하고, 서사적으로 역경을 이겨내거나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여주는 모습 때문에 즐겨봅니다.
이쪽으로 시조새격인 <더 지니어스> 부터 올 초에 끝났던 <피의 게임3>까지 정말 즐겁게봤구요.
그래서 이번에 <데블스 플랜2>, 아니 <데블스 플랜: 데스룸> 정말 기대를 많이 했는데요.
원조 더 지니어스의 제작자 정종연 PD의 작품이기도 하고,
많은 서바이벌 팬들이 욕 하면서 봤지만 저는 재미있게 봤던 <데블스 플랜> 시즌 1을 정말 재미있게 봤었기 때문인데요. (사실 저의 서바이벌 입문작이 데블스 플랜 1편입니다 ㅋㅋ)
솔직히 피의 게임3가 말도 안되게 재미있었기 때문에, 원조격인 정종연 PD의 신작이라 더 기대가 되었다고 해야겠군요.
아무튼 뭐...
그렇게 해서 보게 된 데블스 플랜2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https://youtu.be/sJwHFQ7DGis?si=gGcSvb0H4XixQLll
다 보고 나서 되게 여러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출연진 소개 영상 보고 가졌던 내 기대감 어디로 갔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 1주차 때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치고 되게 슴슴한 재미여서 그냥 참고 볼만 했구요. 하필 대부분 서바이벌에 처음 나가는 출연자들이기도 했고, 캐릭터 파악도 안되서 그냥 그런가 보다 했습니다.
2주차 때부터는 각 캐릭터의 개성이 나오면서 볼만해졌고, 새로운 캐릭터도 보여서 더 재미있었고. 넷플릭스다 보니 확실히 스케일도 엄청 커지고 판도 커지면서 되게 흥미진진했어요.
그런데 결말이 나오는 3주차 때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 거 다 잊게 만드는 악마같은 결말이었습니다. 서사적으로 완전 꽝이라고 해야하나.
그야말로 역대 서바이벌 프로그램 중에 가장 악마같은 녀석의 우승했고요, 이 게임의 구조를 일찍 파악한 녀석의 플랜대로 너무 쉽게 판이 흘러가는 시나리오였고 ㅋㅋㅋㅋ 그전까지 열심히 발버둥치던 사람들 모두 우수수 떨어지고 ㅋㅋ 하여튼 제대로 허무한 결말이었네요.
(직전에 본 피의 게임3는 방송쟁이들이 많이 나와서 너무 재미있게 봐서 그런지 상대적으로 더 그리 느꼈던 것 같습니다. 피의 게임3가 부실한 제작진들이 만들었음에도 꿀잼이었던 것을 보면 출연진들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느껴서인지도)
저는 결승전 1시간 남기고 약속 있어서 스톱했는데 ㅋㅋㅋㅋ 하나도 내용 안 궁금해서 이동 중에도 핸드폰으로 안 봤네욬ㅋㅋㅋㅋㅋㅋㅋ
다음날 퇴근해서 그래도 마지막은 봐야지하는 의무감 때문에 다 봤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서사적으로 이렇게 망하는 프로그램 만들기도 쉽지 않은데, ㅋㅋㅋ 이걸 넷플릭스 지원을 받는 데블스 플랜2가 해내더군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라 재촬영도 못하고 ㅋㅋㅋ
이전까지는 프로그램 보고나서 출연자들에게 애정도 생기고, 유튜브 리뷰 영상도 찾아보고 했었는데... 이번에는 전혀 그럴 맘이 생기지가 않는 것을 보니, 진짜 노잼 중에 이런 노잼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시청자로서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보면서 처음으로 현타 같은 것을 느꼈던 것 같네여. 여지껏 많이 봤는데 이정도로 충격적인 프로그램은 없었어요. 제 기준 3주차 때였나 ㅋㅋㅋㅋ 준결승전부터 서사가 완전 ㅋㅋㅋㅋㅋㅋ 머리 한대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느낀 뒤로는 2, 3위전도 그렇고 ㅋㅋ 결말까지 아무 생각하지 않고 봤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 결승전에는 진짜 누구도 응원 하고 싶지 않았고 아무나 이겨도 상관없다고 하면서 봤네요.
물론 악마 같은 녀석이 우승을 해야 프로그램 이름대로 '악마들의 계획'이 되는 수미상관을 이루기 때문에 그저 그 녀석이 이기겠거니 하고 봤고, 실제로도 그리 되었다는 게... 하하하..... 역대 가장 많은 자본이 들어가고 가장 우승 상금이 큰 프로그램이지만, 네 계획대로 되서 할말이 없고 ㅋㅋㅋㅋㅋ 방송을 너무 모르고 ㅋㅋㅋ 진심 노잼 결말 ㅋㅋㅋㅋ
종종 언급되는 프로그램 중에 <펜트하우스>라고 정말 초중반 전개가 엄청난 프로그램이 있는데, 그 프로만큼 용두사미로 끝난 기분을 느꼈다고 해야 하나.. 서사적으로 최악이라고 늘 거론되는 <피의 게임1>, <피의 게임2>보다도 더 최악이긴 한데, 역대 우승자 중에서는 가장 악마같은 녀석이라서, 프로그램 의도대로니까 그래서 더 할말이 없고 ㅋㅋㅋㅋㅋ
그래도 보고 나서 아무 것도 건질 게 없지는 않구요. 인간적인 매력과 생존욕구, 그리고 실력을 보여준 감옥동 멤버들, 타 프로그램에 비해 멋진 실력과 개성을 보여준 여성 출연진들을 보는 재미는 있겠습니다...
엄청나게 욕먹은 데블스플랜 시즌1이 이제와서 보면 명작으로 보일 정도면 뭐....
시즌3가 나올지 모르겠으나 정종연 PD 작품은 이제 기대가 안되는데, 그럼에도 새로 나오면 또 기대하고 있겠지... 하하 뭐 그러네요.
그나저나 이번에는 스포 안 당하려고 2주차, 3주차는 유튜브도 안 보고 인터넷도 잘 안하고 한번에 몰아서 봤는데, 이게 더 재미있더군요.
예전에 피의 게임3 때는 한편 나올 때마다 리뷰 영상 찾아보고 다른 사람 의견 궁금해서 커뮤니티 돌아댕기고 했는데, 차라리 한번에 몰아보는게 스트레스도 적고 더 재미있었던 것 같습니다.
결말이 참.. 쓰읍... 이렇게 답답하고 열받는 프로그램을 본 것도 참 오랜만이네요. 그래서 기억에 더 남아서 후기를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