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로대Y와 함께한 하루
아침 일찍 눈을 떴다. 진득하게 슈로대Y를 켰다. 한참 하다 보니 졸려서 잠깐 눈을 붙였고, 일어나 아침 겸 점심을 먹고 또 플레이했다.
계속 하다 보니 하루가 이렇게 흘러가면 안 될 것 같았다. 억지로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왔다.
새절역 근방의 파브스 커피에 들렀다. 최근 불광천 근처에서 뜨는 카페로 유명하다고 해서 저장해 둔 곳이다.
카페는 생각보다 근사했다. 골목 교차로 앞에 자리한 모습이 마치 망원동의 유명 카페를 떠올리게 했다. 커피의 깊이감도 좋았다.
잠시 쉬다 보니 저녁때가 되어 배가 출출했다. 이번엔 새절에서 응암까지 걸으며 어떤 가게들이 있나 살폈다.
휴일 낮, 혼자서 골목길을 걷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생각보다 괜찮은 가게들이 많아서, 몇 군데는 지도 어플에 찜해 두었다. 응암역 쪽으로 가보니 자이 아파트가 곧 입주를 앞두고 있었다. 그 부지를 지나 한참을 걸어 언덕길을 올랐다.
서신초등학교가 나왔다. 예전에 내가 일하던 곳에서 납품하던 학교였다. 괜히 혼자 반가워 사진을 찍었다.
조금 더 가보니 그때 재개발 예정이던 지역이 완전히 철거되어 있었다. 이제 곧 두산위브 아파트가 들어서겠지.
자이와 두산위브, 그리고 우리 동네에 생길 롯데까지 — 몇 년만 지나도 이 일대 풍경이 크게 달라질 것 같다.
다시 새절역 쪽으로 돌아와 정성을 다한 할매죽이라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집밥 스타일이라 편안하고 맛있었다.
근처를 보니 미하북스라는 독립서점이 새로 생긴 것을 발견했다. 중고책도 판다고 해서 다음엔 꼭 들러볼 생각이다.
집에 돌아와 러닝 벨트를 차고 런데이 앱을 켰다. 4주차 3일차 프로그램이었다.
2분 30초간 뛰고 2분간 걷는 패턴을 다섯 번 반복한다. 중반쯤엔 조금 힘들었고, 갑자기 화장실이 가고 싶기도 했지만 참고 끝까지 완주했다.
6시쯤 뛰니까 사람이 많지 않아 뛸 만했다. 평소 8시쯤엔 산책하는 사람과 뒤섞여 힘든데, 오늘은 훨씬 쾌적했다.
오늘 하루 만오천 보 넘게 걸었다. 별일은 없었지만, 산책하며 보고 생각한 것이 많아 시간을 알차게 쓴 기분이다.
씻고 나서 다시 슈로대Y를 켰다. 얼른 엔딩을 보고 싶지만, 자꾸 노가다를 하게 만들어서 속도가 느리다.
플레이 시간은 어느새 100시간을 훌쩍 넘겼고, 한 달째 이어지는 중이다.
노가다를 안 하면 뭔가 놓치는 것 같아서, 이번 1회차엔 될 수 있는 한 많은 걸 보려고 한다.
공략이나 정보를 미리 알고 싶지 않아 유튜브나 나무위키, 커뮤니티도 한 달째 안 보고 있다.
전작보다 노가다 난이도는 훨씬 낮고, 캐릭터들이 성장하는 게 눈에 보여서 그렇게 답답하진 않다.
무엇보다도, 자기 전에 침대에 누워 스팀덱을 켜서 잠깐씩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좋다. 그 덕을 톡톡히 보는 중이다.
스팀덱 얘기는 다음에 따로 하기로 하고, 오늘은 이만.
암튼, 슈로대Y 빨리 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