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무 海霧, 2014>
인간은 자신이 가지지 못한 무언가를 가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그것을 '욕망'이나 '욕심' 등으로 표현할 수 있고, 그것을 열망하는 마음을 '집착'이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있겠다. 요컨대, 돈을 원하는 마음은 '욕심'이고 그 욕심을 채우기 위해 매달리고 생각하는 것을 '집착'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욕망이나 집착은 정도가 조금씩 다르겠지만,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성질 중 하나이다. 정도가 어느 정도이냐 아니냐에 따라 그 사람의 행위가 다르게 정의될 수 있겠지만, 어느 정도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기에 그 자체를 옳다 그르다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가 다시 볼 영화 ‘해무’는 영화와 비슷한 개요를 가진 ‘제7 태창호 사건’을 소재로 한 인간의 '집착'에 관한 영화이다. 한 매체에서 ‘죄’에 대한 영화라는 평을 본 적이 있다. 맞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충분하지 않은 듯하다. 조금 더 디테일하게 이야기하자면, ‘집착’이다. 그리고 그 집착이 악하게 발현되어 나타나는 '죄'에 관한 이야기다.
영화에 나오는 집착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돈’에 대한 집착이다. 선장인 ‘철주’는 배를 폐선시키자는 의견에 반대하며 끝내는 배에 오른다. 그의 목적은 단 하나. 배를 폐선시키지 않고 수리해서 계속 돈을 벌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마누라에게 남편으로써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라도 돈을 벌어야 한다. 그래서 그에게 배는 마지막 남은 희망이다. 감독이 철주가 차고 있는 시계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는데 그 금시계는 인간의 물질적인 욕망을 상징하는 것이라 한다. 그래서 계속해서 시계를 노출시켰다고. 철주뿐만이 아니다. 네이버에 공개된 캐릭터 영상에는 감독이 '경구'라는 캐릭터를 설명하며 "애착이 있는 대사 중에 경구 대사가 많습니다."라고 이야기한다. 그중 하나가 포스터에 삽입된 경구의 대사가 아닐까?
두 번째는 ‘명예’에 대한 집착이다. ‘전진호’ 가 다 낡아빠진 배이지만, 철주에게는 '전진호'가 명예이고, 그는 아직 명예로운 '선장'이다. 자신의 말을 잘 듣고 복종하는 선원들이 있고, 오랫동안 그와 함께한 배가 있다. ‘철주’는 그 위에 군림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한 성향은 어창에 들어가길 거부하는 조선족들을 제압하는 장면에서 그의 말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위의 두 가지는 마지막 장면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배에 대한 광기 어린 집념을 보여주는 그를 보며 우리는 그 배가 ‘철주’ 에게 얼마만큼의 영향을 주는지 알 수 있다.
세 번째는 ‘철주’ 가 아닌 ‘창욱’을 통해 볼 수 있는 ‘섹스’에 관한 집착이다. ‘창욱’ 은 처음부터 끝까지 여자를 밝히며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는데, 그것이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광기로 변모하는 것을 직접 볼 수 있다. 영화에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유추해 보자면, 아마 어떠한 컴플렉스가 있었으리라.
http://tvcast.naver.com/v/179882
http://tvcast.naver.com/v/178971
이 세 가지 집착은 결국 죄로 이어지게 되는데 영화는 인간의 잘못된 집착이 인간의 행동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가를 보여준다. 서두에 이야기한 대로 ‘죄’에 관한 영화인 것도 맞긴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집착’ 이 불라오는 ‘죄’라고 해야 할 것이다.
감독이 인물들을 통해 던져주는 ‘메세지’ 말고, 디테일하게 숨겨놓은 장치들과 복선들이 많은데, 그중 눈에 띄는 것이 ‘해무’와 ‘홍매’이다. 영화의 제목인 ‘해무’는 사전적 의미로는 [바다에 생기는 안개]이다. 영화는 ‘해무’에 의미를 부여하는데 ‘아무도 보지 않는다.’는 생각에서 비롯한 죄책감의 상실을 묘사한다. 아무도 볼 수 없는 공간이니 만큼 그들의 죄를 덮을 수 있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안도감마저 들게 하는 것이 ‘해무’이다. 이 안도감과 착각이 결국은 분열을 일으킨다.
'홍매'에 대한 것은 감독의 인터뷰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홍매'라는 이름부터, 붉은 치마와 붉은색이 들어간 신발 등 온통 붉은색으로 도배한 이유가 그녀 자체가 배 안에서 생길 일에 대한 암시이자 경고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바다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붉은색이 안 좋은 일들을 상징하는 것이기에 붉은 색상을 사용했다고 한다.
이렇듯 영화의 스토리나 설정, 디테일한 묘사 등 영화의 전반에 신경을 쓴 영화에 굳이 초를 치며 단점을 하나 꼽으라 하면, 그건 배우들의 사투리 연기이다. 영화 자체가 퀄리티가 있는 영화이다 보니 완벽하지 않은 사투리도 큰 단점으로 보였다.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인물들 전체가 경상도와 전라도를 넘나들고 서울과 전라도를 넘나드니 가히 가관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 출연 배우들 중 최대 수혜자를 뽑자면 단연코 한예리이다. 부족하지 않은 사투리와 연기로 박유천의 단점들 마저 커버해주니 그 내공이 상당하다 하겠다. 또 재발견한 배우를 꼽으라고 한다면 박유천이다. 영화를 보기 전 사람들의 걱정은 박유천이 영화의 흐름에 방해를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는데, 생각 외로 영화에 잘 묻어갔다. 하지만 타이틀 롤 깜냥은 아닌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 출연 배우들 중 최대 수혜자를 뽑자면 단연코 한예리이다. 부족하지 않은 사투리와 연기로 박유천의 단점들 마저 커버해주니 그 내공이 상당하다 하겠다. 또 재발견한 배우를 꼽으라고 한다면 박유천이다. 영화를 보기 전 사람들의 걱정은 박유천이 영화의 흐름에 방해를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는데, 생각 외로 영화에 잘 묻어갔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타이틀 롤 깜냥은 아닌 듯하다. 그러나 가능성을 많이 보여주었기에, 그의 성장이 기대된다.
덧 ) 에필로그는 많은 이들에게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든다. 둘은 만났을까? 그게 ‘홍매’였을까? 나는 아무래도 상관없다. 그게 ‘홍매’ 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동식’ 이 여전히 ‘홍매’를 기억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고, ‘홍매’ 라면 그녀도 그를 기억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었으니 그것만으로도 만족한다. (하지만 십중팔구 그녀는 홍매 이리라. 고개를 돌리는 순간 절묘히 화면을 가려는 버리는 감독에 재치에 엄지를 치켜들었다. 실제로 엄지를 치켜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