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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ngmin Kim Dec 27. 2015

사랑을 선택하다.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いま、あいにゆきます,2004>


지금, 만나러 갑니다 いま、会いにゆきます, Be With You, 2004 / 감독 : 도이 노부히로 / 출연 : 다케우치 유코, 나카무라 시도, 타케이 아카시 외


** 스포일러 주의 **









'인간의 삶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 다.'

철학자 샤르트르의 말이다. 명언이다. 인생을 이렇게 멋지게 표현하다니. 언제 들어도 기가 찬다.


샤르트르의 저 말처럼, 우리는 늘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다.  그중에서 우리를 가장 힘들게 하는 선택지 중 하나가  ‘죽음(삶)’이다. 예를 들어, 일제 시대에 신사 참배와 신앙을 두고 선택해야 했던 기독교인들에게 선택지는 달리 보면 ‘죽음이냐  신앙이냐’였다. 영화나 소설에도 등장한다. ‘정보를 넘길 것이냐 죽을 것이냐’ 같은 형태로 말이다.  조금 더 어려운 선택지를 예로 들자면 ‘사랑’ 도 있다. ‘우정이냐 사랑이냐’ 로 시작해서 ‘사랑’ 이 붙어버리면 역시 고르기 힘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두 가지가 붙었다. ‘삶’ 이냐 ‘사랑’ 이냐. 사랑을 선택하자니 죽음이 두렵고 삶을 선택하자니 사랑이 아쉽다.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은 판타지적 요소가 들어간 일본 로맨스물의 전형이라고 볼 수 있다. 특유의 감정표현이나 영상처리 등이 묻어나온다. 사실 별다를 것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 영화의 진짜 매력은 영화의 반전에 있다. 상상하지도 못했던 반전이 드러나면서  ‘미오’의 숭고하기까지 한 ‘선택’ 이 보이고 그 후엔 한 사람을 끝까지 사랑한 남자  ‘타쿠미’의 모습이 더 멋지게 다가온다.


'미오'는 이별을 알고 있다. 자신이 죽을 것이라는 걸. 그리고 갈등한다. 내 선택에 따라 내 미래가, 내 죽음이 바뀌지 않을까? 상당히 혹할 것이다. 20대 초반의 나이에 죽는다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죽음을 선택한다. 사랑하기 때문에.


이 영화의 제목은 감성적이다. 사랑하는 시람을 만나러 가는 설렘을 표현하는  듯하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나면 설렘과 다른 감정이 같이 느껴진다.  ‘비장함’이다.


그녀의 대사이기도 한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 그녀가 만나러 가는 대상은 세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첫 번째는 다가올 자신의 운명, 즉 죽음을 만나러 간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그 죽음이 두렵지 않음은 사랑할 날들에 대한 기쁨이 더 크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  ‘타쿠미’이다. 사랑하기 때문에 죽음까지 불사할 수 있는 이유인 그를 만나러 가는 것이다.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그녀는 그를 '사랑하기 위해' 죽음도 불사할 각오가 되어있다. 사랑하기 때문에 그를 선택한 것도 맞겠지만, 그녀는 '그'이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다. 그래서 죽음조차도 두 사람을  갈라놓을 수 없다.


그녀는 그를 '사랑하기 위해' 죽음도 불사할 각오가 되어있다. (출처 : 네이버 영화)


세 번째는 그녀가 이 세상에 불러 들일 사랑의 결실인 죽음과 맞바꿀  ‘유우지’를 만나러 가는 것이다. 그녀의 숭고한 희생으로 말미암아 새로운 삶이 태어나고 사랑의 결실이 태어나는 것이다. 이는 '미오'가 '타쿠미'를 선택하는 이유가 '그이기  때문에'인 것과 일맥상통한다. '미오'와 '타쿠미'의 사랑의 결실이자, 또 다른 생명이다. 조금 극단적으로 본다면, '미오'는 '유우지'가 자신과 '타쿠미'의 아이가 아니었다면 굳이 같은 결정을 반복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미오'는 '유우지'가 자신과 '타쿠미'의 아이가 아니었다면 굳이 같은 결정을 반복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출처 : 네이버 영화)


세 가지 중 어떤 것이라도 결국은  '죽음'을 전제로 하고 있다. 죽음을 알고도 사랑을 선택한다는 의미가 영화의 마지막에 드러날 때, 이 영화는 새로운 의미와 여운을 준다. 또 그래서 그녀의 선택은 '숭고'하고 '위대'하다. 또 그렇기에 사랑은 항상 '놀랍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이런 영화를 볼 때면 늘 이런 생각을 한다.

“아, 연애하고 싶다.”



덧 1 ) 그런데 남겨질  ‘타쿠미’와  ‘유우지’를 생각하면  ‘미오’의 선택이 무조건 옳은 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

덧 2 ) 이 영화의 곳곳에는 해바라기가 보인다. 특히 사랑을 선택한  ‘미오’와  ‘타쿠미’의 재회 장면에서 해바라기가 펼쳐져있다. 해바라기는 알다시피 ‘한 사람만  바라본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해바라기는 두 주인공의 운명적인 사랑을 상징하는 상징물이다.

해바라기는 두 주인공의 운명적인 사랑을 상징하는 상징물이다. 그리고 그녀는 몇번이고 이 해바라기 밭을  찾아갈 것이다. (출처 :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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