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지막 4중주 A late quartet, 2013>
인간이라면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관계를 맺기 마련이다. 특별한 몇몇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사람은 다른 인간과의 관계를 통해 배우고 성장하고 살아간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을 이야기할 때 자주 거론되는 것이 바로 그 ‘사회성’이다.
인간이 처음으로 속하는 사회인 ‘가정’ 은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기본 소양-예를 들자면 사랑, 배려 등등-을 가르치고 기초적인 선악, 옳고 그름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인간은 보다 더 큰 사회를 경험하게 되는데 그곳에서 사회 구성원 즉, 자신의 친구 동료들에게서 자신의 기쁨을 찾고 위안을 삼으며 의지하고 상대의 모습에서 배울 점을 찾고 자신의 모습을 개선하는 태도를 보이게 된다.
주인공들이 속해있는 4중주단 ‘푸가’는 '가정'이라는 최소 단위의 사회를 지나 마주치는 또 다른 작은 사회이다. 4중주단의 4명의 캐릭터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몸담고 있는 사회 내지는 집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들이다.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있고, 그들의 사연은 서로 얽혀있다. 조금의 양보도 없이 첨예하게 대립하기도 하고 방관자적인 입장을 취하기도 힌다. 영화는 이 캐릭터들의 대사와 행동들을 통해 각각의 입장과 견해로 물러서지 않고 갈등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이들이 우리와 다를 바 없음을 이야기한다. 우리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겪는 고충들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해결의 방법은 없는가?”, “이러한 관계의 대립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으며 우리가 취해야 할 태도는 무엇인가?”
음악은 매력적인 예술이다. 다른 음역과 다른 소리를 가진 악기들이 모여 하나의 아름다운 소리를 창조해낸다. 혼자 있을 때의 느껴지는 매력들은 합주를 통해 맞춰가며 하나의 아름다운 음악으로 변해간다. 특히 오케스트라나 합창 또는 밴드 같이 합주의 개념이 존재하는 음악의 생명은 '배려'이다. 내 실력이 뛰어나서 엄청난 솔로 실력을 가지고 있더라도, 내가 그들 중 하나가 되는 순간 나의 소리를 줄이고 하나가 되어야 한다. 옆 사람의 소리를 들으며 크기를 낮추고, 다른 악기의 빈 공백을 채우며 조화를 이룬다. 그런 맥락에서 음악은 하나가 되고 구성원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가르쳐주는 좋은 교재가 된다.
자신의 소리는 낮추고, 다른 이의 소리에 귀기울이고,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것. 여러 악기가 섞이는 음악에서 중요시되는 이러한 규칙들이 인간들의 사회에 관계 속에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음을 영화는 이야기하고 있다. 그들의 싸움이 절정에 이를 때 영화는 그들의 연주를 보여준다. 그들은 악기를 연주하며 서로의 음을 듣고 빈 공간을 메우며 하나가 된다. 관계도 마찬가지다.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하고, 부족한 부분을 메우며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 그 과정을 설명하는 것이다.
너와 나의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를 배려할 때 '관계'라는 것의 아름다움이 드러난다. 그리고 그 아름다운 하모니가 들려올 때, 세상은 아름답게 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