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ongmin Kim Apr 01. 2016

슬퍼서 아름다운 미소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에서 벗어나 자리를 떠나려는 우리 앞에 한 소년이 길을 막았다. 해맑게 웃으며 손에 든 것을 슬쩍 내미는 소년. 그 웃음에 속아 냉큼 그것을 받을 뻔했다. 그리고 귀여운 웃음과 함께 날아온 한마디에 정신을 차렸다. "원 달라!(One Dollar!)" 이놈 봐라? 얼굴로 장사하는구나. 귀여워서 하나 사줄까 하다가 문득 지갑이 버스 안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니 이놈이 고개를 돌린다. 어쭈? 영업 끝났다 이거냐? 그래도 귀여워서 봐준다.


그리고 웃음과 함께 날아온 한마디에 정신은 현실로 돌아왔다. "원 달라!(One Dollar!)" 이놈 봐라? 얼굴로 장사하는구나.



내가 캄보디아에 있는 동안 "원 달라"를 외치는 아이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의 웃음을 보았다. 몇몇 아이들은 제대로 씻지를 못했는지 꾀죄죄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아이들은 너무나 이뻤다. 어른들은 순수하기 짝이 없는 웃음을 만면에 가득 짓고 있었다. 그런데 보고 있으면 절로 웃음이 나는 순진한 표정으로 웃는 그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적잖이 마음이 아파왔다.



'킬링 필드 (Killing Fields)'



학살을 설명하는 그림. 땅 위에서 사람을 죽이면, 시체는 앞으로 쏠린다. 그리고 그 곳은 아래에 있는 동굴의 입구였다. 그렇게 시체는 아래로 떨어져 동굴에 쌓이게 된다.


위에 뚤린 구멍으로 시신이 떨어진다. 시신은 동굴에서 방치된다.


사연이 없는 곳이었다면, 희생자들의 유골만 아니었다면, 오히려 그저 아름다운 동굴쯤으로 보일 정도였다. 그리고 그래서 더 가슴 아픈 장소였다.


그 잔혹한 대학살이 비록 그들과 직접적인 연은 없을지라도, 그 나라의 역사에서 지울 수 없는 비극이 외려 그들의 웃음을 더 돋보이게 만든게 아닐까? 그래서 나는 그 웃음 속에서 슬픔을 느꼈던게 아닐까? 그 슬퍼서 아름다운 미소를 여전히 잊지 못하고 있다.





All Photograph by Jongmin Kim
(Canon 1000D + a)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