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앙코르와트에서 벗어나 자리를 떠나려는 우리 앞에 한 소년이 길을 막았다. 해맑게 웃으며 손에 든 것을 슬쩍 내미는 소년. 그 웃음에 속아 냉큼 그것을 받을 뻔했다. 그리고 귀여운 웃음과 함께 날아온 한마디에 정신을 차렸다. "원 달라!(One Dollar!)" 이놈 봐라? 얼굴로 장사하는구나. 귀여워서 하나 사줄까 하다가 문득 지갑이 버스 안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니 이놈이 고개를 돌린다. 어쭈? 영업 끝났다 이거냐? 그래도 귀여워서 봐준다.
내가 캄보디아에 있는 동안 "원 달라"를 외치는 아이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의 웃음을 보았다. 몇몇 아이들은 제대로 씻지를 못했는지 꾀죄죄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아이들은 너무나 이뻤다. 어른들은 순수하기 짝이 없는 웃음을 만면에 가득 짓고 있었다. 그런데 보고 있으면 절로 웃음이 나는 순진한 표정으로 웃는 그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적잖이 마음이 아파왔다.
사연이 없는 곳이었다면, 희생자들의 유골만 아니었다면, 오히려 그저 아름다운 동굴쯤으로 보일 정도였다. 그리고 그래서 더 가슴 아픈 장소였다.
그 잔혹한 대학살이 비록 그들과 직접적인 연은 없을지라도, 그 나라의 역사에서 지울 수 없는 비극이 외려 그들의 웃음을 더 돋보이게 만든게 아닐까? 그래서 나는 그 웃음 속에서 슬픔을 느꼈던게 아닐까? 그 슬퍼서 아름다운 미소를 여전히 잊지 못하고 있다.
All Photograph by Jongmin Kim
(Canon 1000D + 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