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청포도 사탕 Grape candy, 2012>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인간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는 정의를 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 관계가 반드시 정상적이라는 법은 없다. 인간은 사회적이지만 지극히 개인적이기 때문에 자신의 입장에서 상황을 이해하고 그 과정에서 오해가 생기고 마찰이 생기기 마련이다. 인간은 개인적이고 이기적이기까지 한 동물이다. 모든 상황과 정보들은 개인의 경험 및 감정 등에 의해 좌우되며, 기억을 조작해서 저장하기도 또 지우기도 한다.
영화는 ‘선주’ 가 (잘못된 자기합리화와 죄책감으로 인해) 일그러뜨린 기억을 찾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서로 다른 기억이 부딪히기도 하고 감정의 대립도 보인다. 그 기억이 돌아오는 모습을 단편적인 장면으로 중간중간 삽입하는데,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궁금증을 유발한다. (그러나 적정선은 지키지 못한 듯하다. 너무 많은 기억의 단편들이 보이고 또 그것들의 개연성에 대한 정보가 부족함에 따라 점점 지치게 만든다. ‘과유불급’이다.)
'선주' 가 보여준 '기억의 왜곡'을 설명하는 대사가 있다. 후반부에 그녀는 “세상에 홀로 남겨지기 싫었을 뿐이다.”라고 고백한다. 관계를 맺고 그 속에서 자아를 찾고 안정성을 찾는 사회적 동물이 그 관계에서 분리되는 것이 두려운 것은 당연하다.
영화 중반에 들어서며 음악이 하나 소개된다. 브람스의 작품인데, 일명 ‘독일 레퀴엠’ 이라고도 한다. 이 ‘독일 레퀴엠’ 은 기존에 만들어졌던 레퀴엠이 망자를 위한 곡이었던 것과 달리, 망자가 아닌 남은 사람을 위로하는 노래하는 것이라고 한다. 영화 속의 ‘독일 레퀴엠’ 은 남아있는 선주와 소라의 관계를 회복하고 두 사람에게 남아있는 오해를 해소하고 ‘여은’의 죽음 이후 서로에게 받은 상처를 치료함을 상징하는 복선이다.
제목이기도 한 ‘청포도 사탕’ 은 세명의 아름다운 순간들을 이어주는 연결고리이자 복선이다. ‘선주’ 가 지운 기억이며, 그 기억이 돌아오는 시작점이기도 하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 두 가지 포인트, 즉 ‘독일 레퀴엠’과 ‘청포도 사탕’에 조금 더 비중을 두고 접근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기억을 상징하고 그래서 지운 기억을 표현하는 것이지만, 다른 각도에선 위에서 말한 것처럼 기억이 돌아오는 시작점이자 갈등의 시작점이기도 한 소재를 너무 간단하게 표현한 것 같아 아쉬움이 든다.
마지막 군중씬은 오해가 풀리고 자기성찰 이후의 모습이다. 스스로를 찾고, 아픔을 수용하고 인정하며 더 성장한 사람들이 또 묵묵히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Life is goes on.” 그렇게 삶은 흘러간다.그 수많은 사람들은 저마다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관계 속에서 자신을 찾아간다.우리 모두의 모습이기도 하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