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ongmin Kim May 22. 2016

Fantasy이지만 Real 한.

영화 <헝거게임> 시리즈

헝거게임 : 판엠의 불꽃 The Hunger Games, 2012 (감독 : 게리 로스)

헝거게임 : 캣칭 파이어 The Hunger Games : Catching Fire, 2013 (감독 : 프란시스 로렌스)

헝거게임 : 모킹제이 The Hunger Games : Mockingjay - Part 1, 2014 (감독 : 프란시스 로렌스)

헝거게임 : 더 파이널 The Hunger Games : Mockingjay - Part 2, 2015 (감독 : 프란시스 로렌스)


출연 : 제니퍼 로렌스, 조쉬 허처슨, 리암 햄스워스 외




외국산 판타지 영화가 밀려 들어오는 시대. 몇 년 전에 개봉한 영화가 있었다. 불행히도 극장에선 보지 못하고 선교차 가던 캄보디아행 비행기 안에서 보게 된 영화. 그 영화가 ‘헝거 게임’의 첫 영화, ‘판엠의 불꽃’ 이었다. 첫 느낌은 "So so". 일본 영화 ‘배틀로얄’의 서구 판타지 영화 버전 정도밖에 느껴지지 않던 나는 후속작들이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주제넘은 걱정마저 하고 있었다.


그리고 ‘캣칭 파이어’ 가 개봉했고 이번에는 "아무 생각 없이 보자" 하고 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나도 모르게 어느 순간 흥미를 느끼고 집중하고 감탄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놀라게 됐다. 캐릭터들이 판타지 세계가 아닌 현실 세계 인물들의 모습들을 묘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인공들의 상황은 특수했지만 이들의 모습이 현실적이라 하는 것은, 인간이 신념 혹은 감정에 따라 움직이고 그 결과 갈등하게 되거나 같은 편에 서고 서로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며 살아가는 모습들, 그리고 그 인간의 가지는 사랑과 우정 같은 보편적인 감정뿐만 아니라 욕심, 자유, 결의 등을 그들도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캣니스'를 우상화하고 그 뒤에서 정치 공작을 펼쳐가는 인물들의 모습이나 불합리한 구조를 깨닫고, 연민을 느끼고, 조력자가 되는 인물(에피 트링켓)들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렇게 영화는 가상의 세계를 만들고 그 위에 현실의 모습을 입혀 재미와 철학적 사유의 여지를 같이 주었다. Fantasy이지만 Real 한 세계를 구축한 것이다.


영화의 주된 갈등은 '억압'과 그것을 무너뜨리려는 '자유'의 대결로 볼 수 있다. '억압'의 축은 '스노우'로 대표되는 인물들이다.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국민의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그곳에 열광하게 한다. 그동안 그는 자신의 힘을 강하게 키워나간다. 그에 맞서는 '자유'는 캣니스로 대표된다. 그리고 영화의 줄거리는 '캣니스'가 자신의 역할에 대해 각성하고, '자유'를 찾아 나아간다는 것이다. (물론, 앞서 언급했듯, '캣니스'를 앞세워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인물들도 존재한다.) 이 줄거리 안에서 '캣니스'는 부조리한 세상을 뒤엎을 하나의 '희망'이자 '자유' 그 자체가 된다. 그리고 우리의 주인공은, 그 자리에 대한 깊은 고민과 갈등을 가진 인물로 묘사된다.


성경을 보면, 예수의 인간적인 모습이 기록된 부분이 있다. 십자가에 달리기 전, 겟세마네에서 기도를 하는 예수를 기록하면서 그가 곧 자신에게 닥칠 '십자가'의 무게를 견디기 힘들어하며 "만일 할 만하시거든 이 잔을 내게서 지나가게 하옵소서 그러나 나이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 하며 기도한다. 그 역시 인간이기에 책임과 두려움 사이에서 고뇌한 것이다.


주인공 '캣니스'도 이와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 많은 사람들은 그를 혁명의 상징으로 여기며 그녀의 행보에 주목한다. 불합리 속에서 자신들을 건져내 줄 '구원자'로 여기는 것이다. 캣니스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자신을 신뢰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책임감에 힘들어한다. 그러나 예수가 결국 그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 인간에 대한 사랑을 확증한 것처럼, 그녀도 사람들의 눈빛 앞에 점점 더 강인해져 가며 끝내는 '헝거게임'으로 대변되는 불합리를 스스로 끊어내는 선택을 하면서 그녀는 마침내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야 하는 그녀의 사명을 다한다. (그녀의 모든 행동이 오로지 '대의'를 위한 것은 아니었다. 그녀의 개인적인 '복수심'도 분명히 한 축이었다. 그러나 그녀를 믿는 사람들의 마음들을 알기에 그 믿음 안에 그녀의 개인적인 감정까지 포함시킨다.) 그렇게 희망의 불꽃은 점점 커져갔다. 그 불꽃은 '캣니스' 그 자체였고, '불꽃'은 '불'이 되고 '불'은 '화염'이 되어갔다. 그리고 영화는 그 모든 과정을 Real 하게 그려내고 있다. Fantasy이지만 말이다.




<헝거 게임> 시리즈 내 여러 캐릭터 중 가장 눈에 띄는 캐릭터 중 하나가 바로 '에피 트링켓'이라고 생각한다. 캐릭터 이름으론 몰라도 소위 '~녀'라는 표현을 빌리자면 '푸들녀', '밉상녀' 내지는 '투표녀'라고 하면 알 것이다. 게임에 참여할 조공인을 뽑으면서 온갖 밉상짓을 했기에 첫 등장부터 비호감으로 찍힌 캐릭터, 그 캐릭터의 이름이 바로 ‘에피 트링켓’이다.



그러던 그녀가 ‘캣칭 파이어’에서 바뀌기 시작했다. 우승했지만 다시 경기에 나가야 하는 그녀가 뽑은 조공인들을 ‘팀’으로 부르고 영광이라고 생각하라던 게임 자체를 부정적으로 말하기도 하는 등의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글쎄, 한국식으로 하자면 ‘정’ 이 들어서 일까? 어차피 죽을 목숨들에 정 따위 주지 말자 하다가 살아남으니 정이 들었을 수도. 사진 속 그녀의 표정을 보면 조금 더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헝거게임 첫 작품인 '판엠의 불꽃'에서 조공인을 뽑을 때 보였던 ‘에피’의 표정과 속편인 ‘캣칭 파이어’에서 다시 조공인을 뽑을 때 그녀의 표정인데, 두 표정에서 그녀가 캣니스를 대하는 태도를 확인할 수 있다.



확실한 것은, ‘에피’는 수도 ‘캐피톨’의 시민들을 상징하는 캐릭터이다. 미친 게임에 열광하고 손뼉 치던 사람들이 전편의 ‘에피’ 였다면, 불쌍하다는 인식이 생긴 그리고 인간적인 감정을 가지게 된 사람들이 ‘캣칭 파이어’의 ‘에피’이다. 그 증거가 바로 시리즈의 마지막 '더 파이널'에서 '캣니스'와 함께 움직이며 그녀를 도운 부대원들, 그중 '크레시다'와 같이 '캐피톨'의 시민이지만, '캣니스'의 편에서 '스노우'를 몰아내기 위해 행동하는 인물들이 그러하다. 그들은 '에피 트링켓'의 감정이 변해가는 것을 통해 '캐피톨'의 시민들의 의식이 변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이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매거진의 이전글 인간은 끝없이 의심하는 존재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