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종무 Apr 27. 2019

왜 사람들은 '딴짓'을 하는걸까?

 

“일은 인간의 본성에 맞지 않는다. 하면 피곤해 지는게 그 이유다.”


프랑스 작가 미쉘 트루니에의 말이다.


나도 충분히 동의하는 바이다. 어쩌면 인생의 진리가 아닐까?

‘돈 많은 백수가 되어서 평생 놀고 먹는게 꿈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그의 인간관은 성악설도 성선설도 아닌 성유설(한자는 모르지만 놀 유자를 쓰도록 하겠다)이 맞을 것이다. 서양말로는 호모 루덴스라고하는 바로 그것이다. 인간은 원래 노는걸 좋아한다.


문제는 그러는 나는 왜 이러고 있는가? 하는 부분이다.


나는 지금 퇴근하고, 집에가서 얼른 발닦고 넷플릭스를 보지는 못할 망정, 무려 오피스 라운지에 남아서 글을 쓰고 있다. 심지어 퇴근 후에 모여서 생산적인 일을 하자고 자발적으로 모임에도 가입해서 매주 꾸준히 출석하고 있다. 이 무슨 해괴망측한 일이란 말인가. 그런데 이런 일이 나한테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페이스북을 보다보면 퇴근하고 모여서 스터디를 하자는 글은 부지기수로 올라오고, 비는 시간에 같이 모여서 코딩하는 모임 = 모각코는 회원이 6000명 가까이나 된다. 개발자들은 코딩하는게 업무인데도! 왜 남는 시간에 모여서 일을 한단 말인가. 이렇게 가벼운,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을 남는 시간에 알음알음 해내가는 정도는 일도 아니다. 퇴근 후 남는 시간을 활용해 수백명이 오는 컨퍼런스를 기획하고 운영한다던지, 블로깅, 유튜브 등을 이용해 컨텐츠를 만들어서 꾸준히, 오랜 기간 업로드 하는 사람들, 그런 콘텐츠를 만들고자 공예, 촬영, 요리, 그림 등의 활동을 취미 이상의 경지로 노력하는 사람들도 허다하다. 최근에는 퇴근 후 방과후 활동으로 맥주집을 차려서 삘 받으면 새벽까지 디제잉을 해가며 술집을 운영하다가 다음날 출근하는 분들의 이야기가 소개된 적도 있다.


이렇게 퇴근 후 시간을 이용해서 또 일을 하는 것을 요즘엔 사이드 허슬(side hustle)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건 생계를 위해 또 다른 직장을 갖는 투잡, 이른 바 부업과는 그 의미가 다르다. 대리 기사라던가, 퇴근 후 시간을 이용해 에어비앤비 운영을 하거나, 인형 눈을 붙이는 일을 하는 것은 그 행위를 하는 목적이 결국 ‘수익 증대’ 즉, 돈이다. 돈을 더 벌기 위해 하나의 직장에서 발생하는 이익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다른 일을 더 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사이드 허슬을 한다고 할 때에는 돈이 목적인 투잡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물론 그 ‘일’로 추가적인 수익이 창출되어서 돈을 더 벌게 되면 바랄 나위가 없지만, 돈 보다도 그 ‘일’을 하는 것을 목적으로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또 하나의 일을 만들어서 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를 기존의 투잡과 구분하여 ‘사이드 허슬’을 한다고 보면 의미가 좀 더 명확해진다.


사이드 허슬을 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왜 남는 시간에 쉬거나 놀지 않고, 돈을 벌려는것도 아니면서! 굳이굳이 일을 만들어서 하는 것이냐 이거다.

우선 사람들은 이 현상이 주로 밀레니얼 사이에서 유행하는 현상이라고들 한다. 그럼 세대적 특성으로 이런 사이드 허슬러들이 전세계적으로 대거 등장한 것일까? 물론 이 해석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닐 것이다. 밀레니얼의 부모세대들은 기본적으로 모더니즘에 입각하여 효율화, 전문화, 분업화된 경제 체제에 적합한 삶을 살아왔고, 전후 전세계적인 고도성장기, 산업 효율화 시기를 살아왔기에 이른 바 평생 직장을 가질 수 있는 세대였고, 여러가지 일을 두루 잘하는 것 보다도 한 분야의 전문가, 장인이 되어서 평생을 먹고 살 수 있는 이들이었다. 이후 현재에 이르러 저성장 체제가 필연이 되고, 대량 생산 대량 소비로 굴러가기에는 경제가 너무 복잡해졌고, 그만큼 제대로 된 전쟁이 일어나지도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불확실성이 너무 커짐을 체감하는 밀레니얼 세대들이 내 직장, 내 일의 전문가가 되어서 이걸로 평생 벌어먹고 살겠다고 목을 매는 것 보다야 언제 어떤 일이 생길 지 모르니 뒷 구멍 하나 파놓는 것은 옳지 아니한가? 이런 시대적인, 경제적인 이유도 어느 정도 있긴 할 것이다. 다만 이것만을 이유로 하기에는 사람들이 딴 짓을 즐겨한 역사가 너무나도 길다. 법률가이면서 공학자이면서 미학자이면서 역사가이면서 철학자이면서 수학자이면서… 하여튼 모든 학문의 원류를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나오는 플라톤이라던가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그리스 사람들을 비롯하여, 기계공학자 이면서 소설가이면서 과학자이면서 등등 말해봐야 입 아픈 라이프니츠, 파스칼 같은 사람도 수도 없이 많고, 본업이 시계공이면서 근무 후에만 한 공부로 “에티카”를 남긴 스피노자 같은 사람도 있고,. 내 식견이 짧아 일일이 주워섬기지는 못하지만 이른바 ‘딴짓’을 통해 역사에 남는 일들을 한 사람들은 더 많을 것이다. 지금과 같은 형태는 아닐지라도 사이드 허슬러들은 언제나 있어왔던 것이지 갑자기 생겨난 것은 아니라는 의미이다.


이 글은 이런 딴 짓에 대한 글이다. 왜 사람들이 딴 짓을 하는가. 난 왜 딴 짓을 좋아하는가. 심지어.. 딴 짓은 왜 이리 재밌냔 말이다. 왜 딴 짓을 하면 일이 이렇게 잘 되느냔 말이야… 아무튼 그 모든 딴 짓에 대한 잡생각의 널부러짐이 될 예정이다.


투 비 컨티뉴….




사람들은 왜 딴짓을 하는가 시리즈는 그치만 글쓰기 모임 '그글러 -그치만 글쓰기를 하고 싶은걸- 1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독립출판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쓰는 글입니다.

그글러1기 분들의 글을 모아 한권의 책을 발간할 예정입니다.

아래 링크를 통해 이름과 이메일등을 알려주시면 출판시 제일 먼저 소식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https://forms.gle/intnGt3g6EYyhtwdA  


작가의 이전글 [스타트업 취업 가이드]9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