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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종무 Mar 07. 2021

그 날 과연 무슨 일이 있었나

어느 날 갑자기 스타트업 창업하게 된 이야기.

코로나의 충격으로 다들 우왕좌왕하고 있을 무렵, 2020년 5월 초.


전 직장에 있을 때 알게 되었던 한 대표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먼저 창업한 회사를 정리하고 새로 창업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혹시 커피 한 잔 할 수 있겠냐고.


원래 하던 일이 스타트업에서 일할 분들을 소개시켜드리는 일이었고, 마침 백수라 시간이 많았었기에, 부담없이 약속을 잡고 쌀국수집에서 대표님을 만나게 되었다. 


본래하고 있었던 영화 데이터 사업 쪽은 좋은 가격으로 모 회사에 인수가 되었고, 이번엔 게임으로 유사한 사업을 해보려고 한다며, 사업 아이템에 대하여 설명을 해주셨다. 영화든 웹툰이든, 게임이든 컨텐츠를 누군가에게 추천하고 설명하려면 이 컨텐츠가 어떤 컨텐츠인지 설명하는 메타 데이터가 필요하고, 대표님이 전에 하셨던 사업은 영화에 메타 데이터를 입히는 일이었다. 그 데이터를 이용해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인터넷 TV의 영화 추천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걸 게임으로도 데이터작업을 해놔야 게임 추천을 할 수 있다고 했는데, 장기간의 백수 생활로 집 컴퓨터에 스팀, 유플레이, 에픽 런쳐가 깔려있고, 오랜 시간 그 자리를 지킨 배틀넷 런쳐까지 있음에도 매일 할 게임을 고민해야 하는 나에게는 이보다 더 필요한 서비스가 없었던 것이다. (플스 4와 닌텐도 스위치도 갖고 있었음을 밝힌다.) 평상 시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블리자드이다'를 입버릇처럼 말하고 다니던 겜돌이인 나로서는 이 내용이 너무나 중요하고 필요한 사업으로 여겨졌다. 


아무리 게임을 좋아해도 게임으로 수다를 떨 일은 많이 없던 나로서는 정말이지 간만의 기회였다. 어릴 때부터 해왔던 게임들, 요즘의 게임 시장에 대해서, 코로나 시대의 게임 산업 등등 내가 알고 있던 게임 관련 이야기들을 줄줄이 쏟아내기 시작했고, 이야기가 길어지면서 자연스럽게 근처의 까페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스타벅스에서 자리를 잡고, 커피가 나와서 앉게 되자마자, 대표님이 말을 꺼냈다. 


'같이 하실래요?' 


순간 할 말을 잃고, 갑자기 무서운 속도로 머리가 돌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을 멍하니 있던 나는


'저한테 이렇게 하고 싶고, 잘 될 것 같고, 해야만 하는 일을 할 기회가 생겼다는게 너무 거짓말 같아서 판단이 안 섭니다. 3일만 시간을 주세요'


집에 돌아와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고 온종일 고민을 하면서 2일이 지나고, 3일 째 되는 날 오전, 나는 대표님께 전화를 걸었고 간단한 답을 드렸다.


'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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