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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종무 Mar 07. 2021

그 전에 나는 뭘 하던 사람이었던가

어느 날 갑자기 스타트업 창업하게 된 이야기.

어릴 때부터 게임을 참 좋아하긴 했었습니다. 

 게임만 좋아했던 건 아니구요. 만화책도 좋아하고, 그냥 책도 좋아하고, 게임도 좋아하고 지금이야 웹툰이나 게임이 대중문화지만 그때만해도 서브컬쳐였었는데, 부모님은 이런 걸 전혀 제지를 안하셨어요. 

매주 아이큐점프도 사주시고, 나중엔 보물섬 정기구독도 시켜주시고, 유치원 다닐 때 MSX-2000이라는 가정용 컴퓨터(라고 쓰고 게임기라고 읽는다)도 사주시고, 국민학교 1학년일 때 486컴퓨터도 사주시고, 하이텔 아이디도 만들어주셨죠. 정말 신나게, 하루가 모자라게 놀아제꼈던 시절이었던 것 같아요. 그 흔한 피아노, 태권도 학원도 하나 안 보내주셔서, 하교하면 집에서 게임하다가 다섯시 되면 만화보고, 부모님 돌아오시면 저녁먹고 방에 들어가서 만화책보다 자는 삶. 동네 애들 학원갔다오는 시간이면 애들이랑도 놀아야되는데, 정말 몸이 두개라도 모자랐던... 왜이리 놀게 많은지. 나름대로 스케쥴을 철저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컴퓨터는 켜보지도 못하고 하루가 지나간다던지, 밖에서 뛰어놀다가 녹초가 되서 만화책도 못 펴보고 잠들 때도 있었죠. 

 제 유년기는 거의 논 기억밖에 없는 것 같아요. 부모님 두 분 다 선생님이셔서 방학을 같이 하니, 방학 때면 여행다니고, 학기 중엔 책보고 컴퓨터하고. 이게 언제까지냐... 한 중 2때까지는 계속 이랬던 듯. 중3부터는 좀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죠. 그렇다고 안노는건 아니지만서도 예전처럼 대놓고 부모님 뉴스보는데 옆에서 게임하고 있지는 못하는? 그러면 들어가서 만화책보는... 그 정도? 고등학교가서는 게임은 주말에나 하는거고, 만화책이나 판타지소설 빌려다보는 재미로 버틴 그런 시절... 고3때도 학교 앞 책방에 수백 쏟아부었으니 말 다했죠. 

그러다보니 살면서 가장 중요한 기준이 '재미가 있냐 없냐'가 되어버린 것 같아요. 맨날 야자시간에 판타지소설 읽고 그랬지만 어찌어찌 대학은 또 갔고, 누구보다도 성실하게 주류세를 납부하며 대학생활을 했지만, 뭐 어찌하다보니 대학원도 가게 되어서 졸업도 무사히 한 시점부터 고민이 많이 되더라구요. 대학원까지는 재미가 있어서 간 거였거든요. 사학과라 역사공부는 재미있었으니깐 이걸 취미로 하시는 분들도 꽤 있으시잖아요? 역사학 아님 인문학 공부하기/고전 읽기 이런거. 근데 취업해서 돈을 벌 시기가 되니까 정말 막막하더라구요. 무슨 일을 해야 재밌을까? 뭐가 재밌는 일일까? 그래도 첫 취업할 때는 별로 선택지가 없었어요. 사회를 잘 모르기도 하고, 먼저 취업한 친구 선배 얘기 들어봐야 다 죽겠다는 소리 뿐이고, '아 돈 버는건 그냥 원래 재미없는 거구나' 싶어서 아무데나 취업을 했었죠. 무려 중공업회사. 그것도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발전설비 만드는 완전 찐 중공업. 결과는 2년만에 긴급 탈출. 와 정말 못 해먹겠더라구요. 그리고는 좀 진지하게 고민을 해봤죠. 회사 다녀보니 정말 일을 재밌게 하긴 정말정말 힘들 것 같고, 그럼 차라리 보람있는 일을 해보자. 그래서 소셜 벤처 쪽도 좀 기웃거려보다가 결국 교육 스타트업으로 갔죠. 나름 보람찬 일이었어요. 성인 직무교육 시장의 선구자이기도 하고, 사람들 취업도 시켜주고, 회사가 쑥쑥 크니까 그거보는 맛이 있고. 근데 그것도 한 3년 넘게 하니깐 질리더라구요. 4년 못 채우고 나왔죠. 

 '아 나에게 재미는 정말 중요한 거구나'가 좀 더 확실해지더라구요. 보람과 뿌듯함, 돈은 어느 정도의 이유는 되어주지만 나에게 그렇게까지 큰 의미는 아니구나 알게 된거죠. 그럼 뭐가 재밌는 일일까? 세상에 그런 일이 뭐가 있을까? 있긴 있을까? 뭘 해야 재밌게 먹고 살지? 이 코로나 시국에? 를 한참 고민하고 있던 저에게 기회가 찾아온거죠. 세상에서 젤 재밌는 게임을 가지고 사람들이 정말 신나고 재밌게 잘 놀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자. 이거 내가 해야겠다. 


for play.


그렇게 창업을 시작하게 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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