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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종무 Mar 28. 2021

좋은 날은 그리 쉽게 오지 않더라.

어느 날 갑자기 스타트업 창업하게 된 이야기.

처음으로 사무실에 출근을 하던 날, 우리 7명은 다들 의욕에 가득 차 있었습니다. 

게임 데이터를 모아서 보여주는 웹 사이트를 만드는 회사의 첫 시작에 백엔드 개발자와 웹 디자인어 어느 정도 가능한 프론트엔드 개발자, 게임 기획자 지망생이었지만 어쨌든 기획자 역할을 해줄 사람, 자기가 출시시킨 게임만 20개 가까운 게임 퍼블리셔로 각종 게임에 빠삭한 게임 전문가, 머신 러닝 엔지니어까지 두루 갖추고 있었지요. 


"와 이 정도면 첫 창업 첫 출근으로는 과하다. 분에 넘친다"


라고 생각할 정도였지요. 


당연한 소리지만 일은 그렇게 쉽게 돌아가지만은 않았습니다. 애초에 출근을 하게 된 것 부터 문제가 있었던 것이었으나 그 당시에는 '이 정도면 사이트 하나 뽑는 건 뚝딱이지'라고 생각할만한 필수 인원을 다 모았다는 사실에 그걸 눈치채질 못하고 있었습니다. 본래 이 인원이 다 모이게 된 것은 사실 7월 초였습니다. 6월 말까지 어느 정도 조율을 거쳐 7월 직전에는 합류 의사를 다들 밝혀주시고, 각자 맡은 파트에서 어떤 일을 해주시면 되는지 분배해서 일을 시작한게 된 것이 7월 초였죠. 

7월 초 시점에 우리가 갖고 있었던 것은 사이트의 주요 기능을 정리한 시안과 게임의 특징을 단어로 표현할 수 있게 만든 스팀의 태그 모음, 그 태그를 이리저리 조합하여 만든 게임 추천 시안 (셀렉션 카드) 내용 정도 였습니다. 와이어프레임은 커녕 제대로된 기획서 한 장이 없던 상황이었죠. 사람을 모아놨으니 뭔가 만들어질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이리저리 모여서 회의를 진행해 봤으나 2주가 가고 3주가 가도, 기획서 한장이 나오질 않았습니다. 포토샵으로 그렸던 사이트 시안을 html로 옮긴 것이 우리가 갖게 된 전부였죠. 

매일 장소를 바꾸어 까페에서 모이는 것도 한계가 있었습니다. 제대로 된 회의를 할 장소가 없으니 이야기가 진전이 되질 않았습니다. 기획자와 웹디자이너를 따로 만나서 논의하고 그걸 들고 백엔드 개발자에게 가서 구조 설계를 문의하고, 게임 전문가와 데이터 분석가 분께 사이트에 컨텐츠를 논의하고 하는 식으로 일을 했으니 결과가 나올 턱이 없었죠. 

투자도 늦어지고 있었습니다. 이러나 저러나 일을 시작한 것은 7월 초였으니 7월 분 월급은 나가야 하고, 장비도 지급해야하고, 사무실도 얻어야 하는데, 본래 7월, 늦어도 8월이면 될 것으로 생각했던 시드 투자는 아직 감감 무소식이었죠. 물론 초기 멤버 분들이니 만큼 7월 분 월급은 늦어질 수도 있다. 아직 법인 설립도 되지 않았으니, 첫 월급은 투자가 마무리 될 때까지 기다려 주시면 몰아서 챙겨드리겠다고 말씀을 드려놓은 상황이었고, 법인 설립도 안된 초기 기업에 합류하시는만큼 해당 부분에 대해서는 다들 동의를 해주셨기에 일이 시작될 수 있었긴 했지만, 그것도 한 두달이지 기약 없이 기다려달라고만 할 수는 없었습니다. 

7월은 거의 다 지나가는데 나온 결과물은 없고, 결과물이 늦어지면 투자를 더 빨리 진행시키는 일도 불가능에 가까웠죠. 그래서 저와 대표님은 결심을 하게 됩니다. 


'지금 이대로는 죽도밥도 안된다. 납입 자본금을 털어서라도 사무실을 구하고, 매일 출근해서 단기간에 프로토타입이라도 뽑아내야 한다. 완성은 못해도 진전은 있어야 투자도 빨라지고 우리 모두 산다' 


그렇게 결정된 사무실 출근이었습니다. 시작도 못하도 주저앉을 수는 없었기에, 이미 5명의 딸린 식구들이 있었기에 걸어본 모험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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