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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소리엘 Jun 06. 2016

상처

다시 발목이 다쳤다.

다시금, 발목이 다치고 말았다.
어라? 하는 순간에 발목 인대가 찢어졌다나.

오래된 물건들이 으레 그렇듯, 사람의 육체도 조금씩 마모되어 간다. 마모되는 부분도 속도도 사람마다 다양하다. 어떤 것들은 남들보다 금새 망가지는 한편, 어떤 건 좀체 싱그러움이 가실줄을 모르기도 한다. 내게는, 발목이 그러하다. 군생활을 거치며 양쪽 발목 인대가 파열되었고 접합수술과 재활의 반복이었다. 이제는 좀 괜찮아졌을 줄 알았건만, 방심하니까 다시 이꼴이니 쓴웃음이 나온다.

예전에는 막연하게나마, 건강한 심신을 바라곤 했다. 그럴만 했던 것이, 쉬이 다쳐도 금새 툭툭 털고 회복되는 나이였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대책없는 젊은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스물아홉이 된 지금, 여전히 젋다고 불리우는 나이임에도 이제는 대책없지는 않나 보다. 군데군데 삐그덕 댄다.

 마모라는 건 지속적으로 상해를 받으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처음에는 큰 상처가 생긴다. 회복 불가능한 수준에 도달한 그 상처는 아물더라도 이전보다 눈에 띄게 연약해진다. 물론 약간의 흉도 남긴다. 그 이후에는 같은 부위에 상처가 자주 생긴다. 이제는 더 늦게 아물고 고통이 익숙해지는 일련의 과정이 따른다. 고통이 익숙해지기에, 오히려 편안히 받아들이는 경우도 더러 있다. 마모는 그렇게 작동한다.

 상처가 나면 일정 시간동안 상처 부위를 고정시킨다. 때로 만성인 경우에는, 억지로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신체의 재생력과 회복력을 높기이 위해서이다. 그럼에도 치료의 기본은 멈추어 서는 데 있다. 상처에게 스스로 아물 시간을 주는 것이다. 그 사이에, 신체의 다른 부분이 역할과 고통을 분담한다. 조악한 예를 들자면, 오른 발목이 다치면 왼쪽 발목에 더욱 무리를 주게 된다. 이따금 무릎이나 허벅지, 엉덩이 등의 근육이 더 발달할지도 모른다. 그런 과정 끝에, 남들과는 조금 다른 균형을 가진 육체가 되곤 한다. 그걸 불구라고 부를 수도 있고, 비정상이라고 할 수도 있다. 조금 기분 좋게 말하자면, 나만의 개성이 된다.

 서른을 앞둔 지금, 사실 이러한 요철은 비단 신체에만 있지 않음을 깨닫는다. 오히려 정신적인 부분 (사고구조, 감정, 마음, 언어 등)에서 흉터와 딱지, 그리고 불균형함을 느낀다. 어릴 적에는 건강한 심신을 바랬지만 이제는 안다. 내 정신이 군데군데 헤져있고 마모되었으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놀라울 정도로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고 있다는 걸.

다시금 발목이 다쳤지만, 발목만의 문제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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