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마음 근육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소리엘 Jan 15. 2017

2017년, 서른 살 점검

좀 더 구체적으로 쓰는 새해 계획

 어느덧 2017년이 되었고 나이에는 ㄴ자가 붙는다. 서른이다. 

 공자는 서른 살을 이립(而立)이라 일컬었다 한다. '스스로 일어나는 것'을 나잇값으로 매길 정도이니, 그 무게감은 어엿한 어른의 것이다. 어른이라기에 이뤄놓은 것이 너무도 없기에, 올해 상반기의 쓰임새는 스스로 일어서기 위한 기초를 점검하는 데에 두려고 한다. 부족한 부분은 어서 채우겠으나, 채우지 못할 정도라면 구태여 노력하느니 약점이라도 깨닫고 있자는 안일한 차원의 이야기다.

 

 신년마다 한 해의 계획을 세우긴 했으나 지키기 어려웠다. 문제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  1) '이상적인 한 해'를 상정하고 Top-down 으로 세부 계획을 세웠던 점 - 현실감이 없다는 단점이 있다. 2) 1년 단위의 계획을 세운 점 - 쉬이 잊고 만다. 이전의 과오를 되돌아보며 올해는 평소 일상에서 군데군데 느꼈던 '변화에의 필요성' 각각을 군집화 시켜보기로 했다. 나름의 Bottom-up 전략이다. 액션 플랜도 1년 단위가 아니라 1/4분기까지로 축소키로 했다. 이 글을 쓰는 시점이 1월 2주차의 주말이므로, 3월 4주차까지 총 11주 동안의 목표를 나열해 본다.


1. 제 몫을 하는 상품기획자가 되기 위해.

 `15년 설 연휴 직후, 현재 근무 중인 상품기획팀에 배치된지 만 2년이 되어간다. 첫 직장 / 첫 현업의 삶은 '실력의 향상을 체험'하기보다는, '몸과 마음의 메커니즘을 회사화(化)'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지냈다. 실력보다는 뱃살이나 너스레가 더 늘었으리라. 

 모든 사람이 '일을 잘하는 사람'을 목표로 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나는 업무에서 '한 사람의 몫'을 제대로 수행한다는 느낌을 경험해보고 싶다. 고민 없이 시간을 투입하고 육체와 정신을 마모해가면서 열심히 하고 있다는 묘한 고양감을 느낀 적이 더러 있다. 그러한 나를 반성하며, 떳떳하게 돈을 번다는 실감과 더불어 업무를 통해 내면에 함양시킬 덕목을 찾는 한 해가 되련다. 


 □ 태도

  1) 업무에 사심을 가지고 임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하다.)

  2) 해결해야 할 문제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정리한 후, 그를 검증하고자 노력한다. (그저 묻지 않는다.)

  3) 합의된 결과물에 대한 디테일은 스스로 해결한다. (그저 찾지 않는다.)

  4) 업무가 안 되는 100가지 이유를 찾고 불평하지 말고, 그 상황에 필요한 핵심적인 지원사항을 요청한다.

  5) 초기 가설 수립은 혼자서 빠르게! 예상되는 반례는 3개 이상! 유연성을 유지하려는 태도는 고집스럽게!

■ 1/4분기 액션플랜
 1) 주 1회 "아침 1시간"을 활용하여 자동차 기사 정리 (월요일 or 화요일)
 2) 주 1회 "상품 컨셉"에 대한 1주일 메모를 피드백 (금요일 퇴근 전 or 토요일)
 3) 금요일 퇴근 전, 새로운 파일 및 서류를 '이해할 수 있게' 폴더트리/서류철 정리 및 차주 계획 수립
 4) '피보고자, 메시지, 해결책, 장표 배치'에 대해 정리 후, 보고서 작업 착수
      - 보고서 작성 후 '장당 작성 시간, 피드백'은 매일 사후 기록.
 5) 오후 8시 이전 퇴근 목표. 야근 필요시 오후 5시에 필요 업무 리스트 작성/기록


2. 나만의 색(色)을 가다듬기 위해.

 다른 동년배들 만큼이나, 다양한 것에 관심을 가지고 흥미를 느끼며 20대를 보냈다. 이제 그저 매혹되는 것에서 좀 더 나아가, 경험한 것들을 보다 깊이 이해하는 한 해를 만들고자 한다. 여행을 예로 들어보면, 작년 총 7번의 해외(타이베이, 상하이, 방콕, LA, 리장, 홍콩, 도쿄) 방문/출장을 하였으나 기억에 남는 순간들은 예상외로 적었다. 올해는 경험의 측면에서 보다 밀도 있는 여행을 다녀오고 싶다. 음악이나 사진에 대한 기존의 관심도 보다 박차를 가해 취미로 만들고자 한다.


 □ 태도

 1) 올해는 해외여행을 최대 3번, 1회 5일 이상으로 계획한다.

 2) 여행을 비롯한 특별한 경험은 '사진+글'이라는 형태로 기록한다.

 3) 그저 즐기지 않고, 연습과 공부를 통해 능숙한 습관의 형태로 각인시킨다.

 4) 타인에게 보이는 관음증이 없는지 Self-Feedback을 한다.

 5) 새로운 시도를 쉬이 생각하지 말되, 내가 성취한 조그만 것들에 큰 특별함을 부여하지 않는다.

■ 1/4분기 액션플랜
 6) 월 1통 이상의 사진 촬영(2주 내 필름 인화) 및 필름 카메라/광학 스터디 
 7) '5월 1주차' 유럽 여행 계획(런던/파리) 수립
 8) 베이스 기타 일주일 2시간(주중 1시간, 주말 1시간) 합주곡 연습
 9) 차(茶) 공부 및 주중 커피를 차로 대체 / 커피는 야근 확정시 오후 5시 이후로 1잔


3. 사람을 대하는 그라운드 룰을 설정하기 위해.

 타인을 대하는 일은 늘 스트레스를 수반하지만, 역설적으로 사람을 통해 만들어내는 상호작용이야말로 나를 행복하게 하는 좋은 요소 중에 하나이다. 2년 반의 회사 생활동안, 업무를 통해 알게 된 카운터파트들이 늘어만 간다. 업무 관계 상의 관계에서는 늘 거리감을 가지려 노력했으나, 상대방들의 매력도에 따라 어느새 그들의 흔적이 흠뻑 묻어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구태여 거리감에 대한 고민을 하지 말자. 올해는 보다 많은 이야기를 듣고, 술은 줄이고, 예의에 대해 고민하는 한 해로 만들려고 한다.


 □ 태도

  1) 약자에게 약하고, 강자에게 강하게 한다. (만약 두 가지가 어렵다면, 약자에게 강해지지는 말자.)

  2)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상황이라면, 여력이 되는 한 최대한 돕고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

  3) 개개인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 (비언어적인 표현을 포함하여)

  4) 도덕적 레토릭을 피한다.

  5) 문장, 태도에서 내 생각이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다만, 새어나온 말로 나보다 약한 사람에게 직접적/간접적으로 상처를 두는 것만은 꼭 경계한다. 

■ 1/4분기 액션플랜
 10) 타인에 대한 흉 금지(뒤에서), 상황을 무마하기 위한 거짓말 금지  
 11) 절주 (회당 소주 4장 / 맥주 1병 이하를 지킨다. 회식 제외)
 12) 만나기로 한 약속은 1달 내로 지키고, 채무는 24시간 내 이행 
 13) 짜증 빈도를 1일 1회 이하로 관리


4. 타인과 연대하기 위해.

 연대는 태어나서 가장 시도한 적 없는 분야이다. 창피하게도 이제껏 나의 삶에서 '베품'은 가장 적은 비중을 차지한다.  2016년은 그런 나에게 이래저래 많은 충격을 준 해였다.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 <필리버스터>, <병신년, 조현병 논쟁> 등등. 여전히 제3자의 위치에서 바라만 보던 회색분자지만, 한국에서 "서울 거주 / 남성 / 중산층 / 비호남 / 이성애자 / 비장애인 / 비채식주의자 / 4년제 대학졸업 / 군필"로 산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금 곱씹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유무형의 차별, 편견, 고정관념에서 자유로웠던 사람으로서, 그에 대한 나름의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설프더라도 그런 첫 해가 되고 싶다. 

■ 1/4분기 액션플랜
 14) 월 1회 이상 참여 가능한 사회활동 탐색 및 결정 (3월 이전)


5. 현실에 뿌리내리기 위해.

 자취를 하는 동년배 친구들과는 다르게 여전히 부모님(그리고 그들에 속한 자산)에 크게 의지하며 살고 있다. 온실 속에 살고 있기에 그들보다 외풍에 취약할 것이다. 더 중요한 건 내가 늘 입으로만 '독립'과 '자유'를 부르짖는다는 것이다. 이 사회에서 어엿한 어른으로 불릴만한 최소 요건들은 생각보다 다양하고 복잡하며, 내겐 꽤나 벅차다. 창피하지만, 이제라도 그것들을 나름대로 정의해서 실행에 옮겨보고자 한다. 또한 굳은 머리를 깨기 위해서라도 학업을 다시금 시작하고자 한다.  

■ 1/4분기 액션플랜
  15) 매주 가계부 작성
  16) 주식 기초 공부 및 매월 50만 원 투자
  17) 매월 요리 1종 습득 (집 반찬 수준)
  18) 하루 30분 영어 공부
  19) 이틀에 30분 일본어 공부


6. 몸을 덜 마모되게 관리하기 위해.

 작년 연말 86kg까지 군살이 붙어 체력이 엉망이 된 적이 있었다. 그 후 장염과 맞물리면서 78kg까지 비정상적으로 줄었었고, 1달이 지난 지금 82kg 정도의 체중을 유지하고 있다. 30여 년간 맘대로 사용한 이 육신은 총 3가지의 목표가 필요하다. 1) 발목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 2) 군살을 덜어내는 것. 3) 근육량과 체력을 늘리는 것. 굳이 나누자면 하향/소신/상향 지원쯤 되겠다. 더불어, 다리를 떠는 것에서부터 손글씨까지 육체적 습관을 서서히 고치는 것이 sub 목표이다. 

■ 1/4분기 액션플랜
 20) 체중 77kg 달성을 위해 1주일 2회 이상 헬스장에서 1시간 할애
 21) 출근 전 / 취침 전 2회 20분씩 스트레칭 및 코어운동 간략히
 22) 수면 1시간 전, 20분간 재목(기도)
 23) 토요일 아침마다 관리 포인트 체크 (발목 상태, 체중 등 포함)


7. 독해력을 증진시키기 위해.

 재작년에 비해 작년은 독서를 비롯하여 영화 등 컨텐츠를 감상하는 시간이 극단적으로 줄어들었다. '글쓰기 모임'을 작년 초부터 시작하여 1년 넘게 조금씩 글을 쓴 것이 그 와중에 작은 성과로 남았다. 올해는 독서 목표량을 다소 도전적으로 잡고자 한다. 직접적으로 경험(1/2/3/4번 항목)하는 것과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책이나 컨텐츠를 통한 간접경험을 늘여나가려 한다. 그 경험을 소화하는 과정인 글쓰기 역시 작년 대비 늘여가고자 한다. 

■ 1/4분기 액션플랜
 24) 3주에 2권 이상 독서 (2달에 1권은 고전을 독파하는 걸 목표)
 25) 월 1회 이상 영화, 뮤지컬, 연극 관람, 미술관 방문 및 기록
 26) 월 1회 이상 주제를 정한 글쓰기 (500자 이상, '글쓰기 모임'용 글과 별개)
        - 책/영화 등 컨텐츠를 주제로 선정하되, 좀 더 담백한 문장을 목표로.


 브런치라는 반쯤 공개된 장소 26개의 액션플랜을 공유하고, 공유하기 어려운 4개의 비밀 계획을 포함하여 총 30개 리스트를 작성한다. 목록의 개수로만 볼 때 30개는 다소 과다해 보이지만, 새해 계획이 늘 그렇게 욕심을 앞에 세우고 나 자신은 숨고자 한다. 11주 후에는 숨어있던 내가 드러날테니, 그 즈음에 키보드로 두드려서 피드백을 남겨보자.

매거진의 이전글 상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