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완전한 몰입감을 갈구하며
고민은 사사로운 데서 시작하곤 한다. 매력에 대한 오랜 고민은 회사에서의 내 모습을 돌아보며 시작되었다. 회사에선 다양한 사람들이 내게 말을 건다. 안부를 묻고 농담을 건네며, 자료를 요청한다거나 하면서. 그들을 대하는 나의 태도가 사람에 따라 다르다는 걸 불현듯 깨달은 것이다. 이를 테면, 같은 질문을 하더라도 A에게는 친절하게 답하지만 B에게는 한없이 퉁명스러워 진다거나 하면서 말이다.
내 태도를 반성해야 할 지점이었지만, 나는 반성보다는 궁금증이 더 앞섰나 보다. 태도의 차이를 만드는 원인을 파고들었으니까 말이다. 그것은 꽤나 사소하면서도 중요한 요소에 기인했다. A와 B는 서로 다른 매력도를 가졌던 것이다. 나는 상대적으로 매력도가 높은 사람에게, 보다 호감을 표하며 친절하게 대하고 있었다. 사람을 그저 매력도로 평가하다니! 이제야 진정으로 뉘우쳐야 할 순간이겠지만, 여전히 나는 궁금해 한다. 그럼 매력이란 무엇일까.
아름다운 것, 수려한 것, 유쾌한 것, 강한 것, 반짝이는 것, 똑똑한 것, 감동적인 것, 균형 잡힌 것, 남들이 선망하는 것, 확률적으로 귀한 것, 쟁여두고 싶은 것, 온존하기 어려운 것, 지루할 틈이 없는 것 등등. 매력에 대해 나열하자면 한도 끝도 없겠다.
미학을 제대로 공부하지 않은 나로선 확언키 어렵지만, 매력이란 개념은 개인의 주관과 취향을 탄다. 그렇기에 우리는 매력이라는 단어를 미지의 무언가로, 정의도 내리지 못한 채 그저 놓아둘 뿐이다. 하지만 그저 다양함과 주관의 영역이라 치부하기에는, 명실공히 매력적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존재한다. 양태만의 차이가 아닌 정도의 차이가 확연히 존재하는 것을 느끼며, 나는 매력이 항목을 나열하기보다는 매력적인 사람과 함께하며 느꼈던 순간의 공통점을 이어보려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누군가에게 매력을 느끼는 순간에는 늘 몰입감이 함께 했다. 서로를 매력적이라고 느끼는 순간, 그들이 공유하는 시간은 마치 바깥세상과는 다른 시간축에 있는 양 쏜살같이 흘러간다. 마치 중력이 강한 곳에서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는 상대성 이론처럼 말이다. 서로 간의 이끌리는 강도를 마음의 중력이라 한다면 꽤나 그럴싸한 비유일지도 모르겠다.
이렇듯 타인에게 매력을 느끼는 데에는 몰입감을 경험했는지 여부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비단 사람뿐이랴. 지루한 영화와 매력적인 영화의 차이는, 짜릿한 집중감을 나에게 선사해주느냐의 문제와 맞닿아있다. 이렇게 몰입감을 경험하는 순간은 우리 일상 도처에 존재한다. 무심코 듣던 라디오에서 가사 하나까지 귀에 박히는 노래를 듣는 순간, 읽던 책 귀퉁이에서 반복적으로 읽고 싶은 구절을 발견하는 순간, 경기의 승패를 결정짓는 마지막 슛이 던져진 순간, 스마트폰 카메라를 들이댈 생각도 못한 채 자연경관을 만끽하는 순간 등등. 우리는 집중되는 느낌에서 희열을 느끼며, 더욱 그 순간을 갈망한다. 그것이 우리가 매력을 찾아 헤매는 이유가 되겠다.
함께 하는 순간을 집중케 하는 사람은, 그렇기에 위대한 매력을 가진다. 그 능력의 모습은 사람에 따라 달리 발현된다. 화려한 외모일 수도 있고, 유려한 언변일 수도 있다. 좋은 낙차를 지닌 유머 감각일 수도 있겠다. 어떤 이에게 매력적이지 않다 느껴지는 사람도 우연히 관심사가 맞는 사람을 만나 대화를 지속하면서 자신의 숨겨진 매력을 찾기도 한다. 매력도는 어쩌면 몰입시켜주는 능력, 그 자체가 아닐까. 너무도 결과론적인 끝맺음으로 고민을 마무리해본다.
사람과 사람이 함께하는 순간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이따금 나는, 누군가와 함께하는 순간을 내가 구성해 온 이야기와 상대방의 이야기가 맞닿아가는 과정으로 여기곤 한다. 그래서일까. 돌이켜 보면 내가 매력적이라 여기는 사람들은 '그들이 지닌 이야기'와 '나와 맞닿는 과정'이 모두 근사했다. 반대로, 매력 없는 사람들은 나와 다른 결을 지닌 이야기뿐이었다. 아니면 지독히도 맞닿는 과정이 별로였거나.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고 나니, 태도에 대한 반성보다는 자기 합리화에 성공했다는 뿌듯함 뿐이다. 길고 지난한 합리화를 벗 삼아, 결국 내일도 다른 이에게 쌀쌀맞은 태도로 대하지 않을까 심히 염려스럽다.